2019.05.26 02:30
1.저녁 약속이 있어서 김포에 갔다왔어요. 김포공항역은 정말 커요. 정말...정말로 크더라고요. 게다가 롯데시티호텔에 롯데몰까지 있더라고요. 마음에 들었어요.
나는 인공적인 사람이라 자연을 거니는 것보다 몰을 거닐며 산책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김포공항역에 언제 가서 하루종일 걷고...걷고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치면 차도 한잔 마시고. 다시 걷고.
2.김포공항역을 나왔는데 한 놈팽이가 다가와서 공항철도가 어딘지를 물어 왔어요. '오늘 여기 처음 왔는데...'라고까지만 대답했을 뿐인데 갑자기 그는 그렇냐고 하며 물러났어요. 이건 이해되지 않는 이상한 반응이었어요.
분명 나는 오늘 여기 처음 왔다고 했잖아요? 이곳에 '왔다'라는 것은 무언가를 타고 왔을 거란 뜻이고, 당연히 나는 공항철도가 어딘지 안다고요. 그를 쫓아가서 물어보고 싶었어요. 왜 포기하냐고요.
분명 나는 '지금 길 묻는 거야? 난 태어나서 평생 여기서만 살았어. 김포 밖으로 벗어나면 안되는 저주에 걸렸거든.'이라고 대답하지 않았다고요. 그냥 '오늘 여기에 처음 왔다'고 대답했을 뿐인데 길을 묻다가 포기하다니? 왜 포기하는 거죠? 오늘 여기에 처음 왔다는 말이 이곳 지리를 모른다는 뜻은 아니잖아요. 정말 요즘 젊은 놈들은 근성이 없나봐요. 아니면 공감 능력이 모자란 건지. 어느쪽이든 한심해.
3.몰에 가서 안내판을 읽어보니 대박! 말로만 들어본 토끼정도 있고! 이런저런 레어한 식당이 많았어요. 더욱 더 김포에 오고 싶어졌어요. 아니, 아예 살고 싶어졌어요.
약속상대를 만나 '이봐, 김포는 대박인데. 여기에 무려 토끼정도 있어.'라고 말하자 그가 대답했어요. '김포에 와서 토끼정 정도에 감동하면 곤란한데요. 지금부터 갈 곳이 진짜입니다.'
4.휴.
5.김포의 포크웨이즈란 곳에 갔어요. 뭐랄까...엄청난 파인다이닝은 아니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어요. 엄청난 파인다이닝에서도 맛볼 수 없는 정성의 맛이 느껴졌어요. 코스 하나하나가 정성...아이스크림까지도 수제! 가격까지 감안해 보면 종합적으로는, 세계적인 수준의 식당 아닐까라고 생각되는 곳이었어요.
누군가는 내가 사실을 너무 자주 과장한다고 여길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아니예요. 내가 무언가를 세계적이라고 말하면 그건 세계적인 게 맞아요. 나는 거짓말을...거의 하지 않거든요.
6.돌아가기 위해 개화역이란 곳에 갔어요. 개화역도 크더라고요. 뭔가 알수없는...90년대에 낯선 거리를 걷는 듯한 고즈넉함이 느껴져서 좋았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오면 그냥 개화역을 하루종일 걸어다녀도 될 정도로요. 무엇보다 내가 싫어하는, 인간들이 없어서 좋았어요. 난 인간이 싫거든요. 여러분도 사실은 인간을 싫어하겠죠. 인간을 싫어하는 인간들끼리 김포공항역과 개화역을 걸어다니면 좋을 것 같았어요.
7.휴...사실은 돌아와서 일을 계속 하려다가 돌아버릴 것 같아서 스트레스 해소를 하려고 일기를 썼어요. 강용석이 말했죠. 공부에 이골이 난 자신...전성기의 자신조차도 사실 하루에 해낼 수 있는 순공부시간은 5시간 가량이었다고요.
일을 하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어요. 사실 인간이 하루에 해낼 수 있는 순노동시간도 5시간 가량이 아닐까라고요. 아니 정말...힘들다예요. 힘들다...너무 힘들단 말이죠. 공부괴물이라고 불리던 고승덕조차도 공부를 하기 위해 산에 들어가고 자신을 어딘가에 묶어놓고 공부를 했다죠. 속세의 것들과 멀어지기 위해서요.
그런데 요즘 세상은 손가락 몇 번만 움직이면 속세의 것들과 너무 가까워질 수 있단 말이예요. 왜냐면 작업을 컴퓨터로 하고 있으니까요. 집중하기도 힘들단 말이죠.
8.으그르르아노미나ㄴ임라아...다시 일을 하러 가야겠어요. 그러기 싫지만요.
생각해보니 '다시 일을 하러 가야겠어요'라는 말은 이상하네요. 나는 앉아있는 여기서 1cm도 안 움직이고 일로 전환할 거니까요. 그냥 관용적인 표현이겠죠?
9.소불고기전골에 냉면이 먹고 싶네요. 찰스바에 가서 칵테일도 먹고싶고...드래곤시티에 가서 닭요리도 먹고싶고...김포공항역에 가서 토끼정도 가고싶고...스카이비치도 가고싶고...신라의 루프탑가든도 가고싶고...휴...하지만 당분간은 꿈속에서나 가능할 일이죠.
이 마감이 끝나면 김포공항번개 하고 싶네요. 당일치기는 힘드니까 롯데호텔김포에 있는 제일 큰 스위트룸도 잡아놓고. 이렇게 쓰면 뭔가 거창하게 보이겠지만 사실은 제일 큰 룸이래봤자 30평이 안되더라고요.
하아........................다시 일을 하러 가야겠어요. 나를 끌고갈 사람이 없으니 내가 나를 끌고가야해요. 끌고가기도 하면서 끌려가기도 하는...그러는거죠.
2019.05.26 12:07
2019.05.26 17:48
1. 김포공항 정말 크죠.
2. 공항철도를 묻던 사람이 이 글을 읽는 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그냥 물어봤을뿐인데, 놈팽이가 되고, 근성없는 놈, 공감능력 없는 놈이 되어버렸어요. ㅋㅋ
별 그지같은 놈한테 말 걸었었네,,, 기대도 하지 않아서 짧게 말섞은 게 다행이네,,,이런 생각할지도요...
7. 컴퓨터 앞에 있으면 정말 유혹이 많고 힘들죠.자신과의 싸움도 항상 승리하는 게 아니니까요.
이번주에는 읽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책들을 하나도 읽지 못했어요....
읽어야 한다는 결심을 잊기도 하고, 생각이 났을 때에는 항상 눈이감기고 있을 때였죠.
8. 안유미님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5시간 이상은 집중하기가 힘들거에요. 수고하세요.
2019.05.28 11:10
생판 처음 보는 사람 시간을 낭비시키고 싶지 않았겠죠. 초행이다 = 모른다의 양해를 구하는 대답의 전형이니까요.
다음부터는 무시하시거나 두괄식으로 대답하시길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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