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07 14:34
저번에도 썼다시피 마일리 사일러스의 '레이첼, 잭, 그리고 애쉴러 투' 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마일리 사일러스는 연기 잘해요. 노래도 되고. 관객들은 좋아하는 것 같아요. 아 이 사람이 연기도 되고 노래도 되는 사람이었지 하고 말이예요. 그래도 그렇다고 블랙 미러를 구니스로 만드는 건 곤란하잖아요. 테크놀로지에 대한 상상을 극한으로 밀어붙여서 현실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게 블랙미러의 특징인데 말이예요. 저는 애쉴리라는 스타의 두뇌를 본 딴 AI 인형을 만들어서 팬들에게 판다길래, 팬들이 하는 대화를 훔쳐 듣고 그들의 내밀한 심리를 노래로 만들어서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했어요. 그런데 사악한 이모와 긴 잠에 든 공주님을 깨우는 소녀들 - 이거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현대판 리메이크였어요? 생명유지장치를 끄면 환자가 코마에서 깨어난다는 설정은 너무 심한 거 아니예요?
'스트라이킹 바이퍼스'... 이게 그래도 시즌 5 에피소드 중에서 가장 나은 것 같아요. 일단 연기들이 좋아요. 캐스팅도 그렇고. 게임 캐릭터 역할로 나오는 루디 린은 중국계 캐나다인이라는데, 이번 역할로 인해 주목받을 것 같아요. 역시 게임 캐릭터로 나오는 폼 클레멘티에프 - 한국/러시아계 프랑스 인이죠. 엄마가 범 (호랑이)에서 이름을 따와 지었다구요. 이 두 사람이 연기력을 발휘할 기회는 거의 없었고 일종의 볼 거리(eye candy)로 나옵니다. 폼 클레멘티에프가 흑인 남자인 카를의 말투를 흉내내며 말하는 부분이 그나마 연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어요. 주인공 역할의 앤소니 매키는 탄탄한 연기를 보여줍니다만, 정말 연기력을 보여주는 건 칼 역할을 하는 야하 압둘마틴 2세예요. 특히 저녁 식사 장면에서 주인공을 유혹하는 장면이 대단합니다.
'스트라이킹 바이퍼스'는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꽤 특이한 이야기가 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결말이 시시해요. 일년에 한 번 만날 수 있는 연인이라니 견우와 직녀잖아요. 만일 주인공 부부가 원하는 게 잘 돌아가는 결혼이고, 서로간에 합의가 있다면, 왜 일년이 아니라 한 달에 한 번 만나게 못하죠? 시즌 2 에피소드 1의 'be right back'에서 AI 아버지와 인간 딸은 일주일에 한 번은 만날 수 있게 되잖아요. 주인공과 칼은 사랑한 건가요? 아니면 특이한 성욕을 가진 건가요? 여러가지 질문이 나올 법한 결말이예요. 하긴 의문이 나오게끔 하는 것 자체가 이 에피소드가 시즌 5에서 가장 괜찮았다는 증거일 수도 있겠네요.
p.s. '스트라이킹 바이퍼스'를 출시한 회사는 이전 에피소드 '밴더스내치'에 나오는 터커소프트네요.
2019.06.07 15:12
2019.06.07 15:18
아 그게 코마 유지 장치였나요? 그러면 말이 되네요. 그 멀미 패치는 그런데 블랙 뮤지엄에도 나오고 화이트 크리스마스에도 나오는 물건인데, 언제는 의식을 복제하는 기구로 써먹더니, 이번에는 의식을 클라우드로 전송하는 기구로 가정하더군요.
그 멀비 패치 꺼내는 박스에 터커 소프트라고 써놓고 잠깐 카메라 비춰줘요. 알아봐달라고 호소하는 거지요.
2019.06.07 15:45
그 패치만 봐도 그렇지만 작가가 애초에 과학 기술에 대단한 지식을 갖고 만들어 왔던 시리즈는 아니긴 하죠. 시리즈를 돌이켜보면 기술적인 부분을 그렇게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이야기가 한 두 개가 아니라서.
그래도 어쨌거나 설득력 있는 섬뜩한 비전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시리즈라는 게 좋았는데 마일리 사이러스 에피소드는 진짜 너무했어요. 시리즈 전통대로라면 뭔가 과학 기술과 관련된 아이디어 하나를 갖고 발전시켜서 잠자는 공주님 이야기로 완성이 되었어야 하는데 그 에피소드는 걍 잠자는 공주님 이야기를 짜놓고 거기에 맞춰 아무 기술이나 막 던져 놓은 느낌. 이 시리즈 그만 쓰고 싶은데 투자가 들어오니 그냥 어떻게든 더 써서 돈 벌어보자... 라는 심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까지 하고 있습니다. ㅋㅋ
2019.06.07 17:10
2019.06.08 06:46
스트리트 파이터를 벤치마킹한 게 분명한 설정인데 폼 클레멘티에프는 춘리 안닮았고 루디 린는 류를 많이 닮았더군요.
2019.06.07 23:56
마일러스 사이러스가 나온 편이 다들 별로셨나본데, 저는 오히려 세 편 중 가장 괜찮았어요. 마일러스 사이러스 본인 얘기 같기도 하고 해서 그녀가 막장으로 나올 때, 그녀에 대한 호감도가 완전히 추락하고 나서 이 편을 보고 많이 회복됐어요 저는. 그리고 두번째로 좋았던 게 '스트라이킹 바이퍼스'였고요. 세번째가 '스미더린'이었는데 이 편은 아직 안 보셨나요?
2019.06.08 05:36
2019.06.08 20:56
다른 시즌에 비해 세편 다 별로였던 것 같아요. 그 중엔 3편이 제일 별로...
아이디어가 없나.. 세편밖에 안한다길래 짜고 짜내서 괜찮은 거 뽑아냈을 줄 알았는데요ㅎ
마일리 사이러스 에피소드도 초반 설정 보면서 잔뜩 이리 저리 상상 많이 했는데 (인공지능 인형이 처키 오마주하려나 전신스캔하길래 더미 사이러스 만드려나..허허)
막상 결과물은 90년대 스탈 티네이져 모험극이네요ㅋ 비디오출시용...
깨어나면 바로 팔, 다리를 묶어 버리는 '안전 장치'가 나오는 걸 보고 그 생명 유지 장치가 실은 생명 유지가 아니라 코마 유지 장치였구나... 라고 이해했습니다만, 뭐 아무런 설명 없이 후딱 넘어가 버리니 확인할 길은 없겠네요.
사실 VR 게임용 장비라면서 저번 시즌 USS 칼리스터에 나왔던 멀미 패치(...) 같은 물건을 재활용하는 걸 보고 '작가가 이제 더 이상 디테일 짜내기도 귀찮은갑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터커소프트라니. 그런 디테일까지 보시고 대단하십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