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바낭] 그분의 운

2019.06.11 15:31

가라 조회 수:1494

오랫만에 쓰는 회사 바낭입니다.

오랫만에 써서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제 옛 상사인 '그분'의 운에 대해 써보고 싶네요


'그분'에 대해 요약하면..

군인출신으로 저랑은 많이 안 맞았으며..

저에 대해 뒷담화를 많이 하고 다니고, 제 평가를 깎거나 제 공적을 자기가 한 것으로 해서 승진도 시도하시고, 사람이 나가도 충원을 안 받아서 자기 밥그릇 지키는데 열과 성을 다하시던 분이었습니다. 제가 윗분들이랑 면담할때 충원 이야기를 하면 제가 게을러서 일하기 싫어서 그러는거라고 욕하고, 제가 다른 부서로 가겠다고 하면 저 필요 없는데 잘 되었다고 다른 부서로 보내려고 노력하시던 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다른 부서로 탈출하지 못한건, 그분이 제 뒷담화를 하도 열심히 해서 윗분들이 저를 '회사와 개인을 분리하고, 회사에 충성심이 없고, 퇴근 시간 이후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아 협조성이 부족하다' 라고 평가하셨기 때문인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그럭저럭 회사에서 안 짤리고 붙어 있었던 것은 '요즘 애들이 그렇지 뭐.. 그래도 일은 빵꾸 안내잖아' 라고 생각한것 같기도 하고, 그 일을 할려는 사람이 없기도 했었습니다. )


몇년전에 회사 망하면서 오너 쫒겨나고 다른 오너가 나타나면서 구조조정의 광풍이 불어서 1/3 정도가 명퇴당했을때 그분은 살아남으셨어요. 그 나이대 다른 부장들은 거진 다 나갔는데, 그분은 부장 승진을 못했었거든요. 아마 부장이었으면 명퇴당했을거에요. 심지어는 자기 아래 사람들 다 쫒아내고 자기 혼자 자리 지키고 있던 파트(부서원들은 다 협력사+계약직)의 파트장(부장)도 명퇴당했으니까요. (이분 이야기는 예전에 썼어요. )


그리고 2년후 제가 팀을 옮기겠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이때도 듀게에 글을 썼던것 같아요. 하여튼, 저는 이분이랑 계속 일하기 싫어서 팀을 옮겼습니다.

여기서도 나름 스트레스 받지만, 최소한 직장상사가 이상한 사람은 아니에요. 

(예전에는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때려 칠까 했는데... 여기서는 업무 협업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만요. )

제가 팀 옮기고 나서 그분이 협력사 이사님에게 '야, 언제 나가라고 할까 걱정했는데, 가과장이 가서 한숨 놨어. ' 라고 하셨다고.. ㅋㅋㅋ

여기 상사는 저를 승진 시키려고 노력했는데, 덕분에 승진도 했어요.

아마 팀을 옮기지 않았으면 승진을 못했거나, 제가 승진하면서 그분이 나가시거나 했을지도 몰라요. 그러니 윈윈이겠지요..?



그런데, 요즘 오너가 회사 매각을 하려고 해요.

연초부터 소문이 돌긴 했었는데, 상반기가 끝나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이야기가 들립니다. 

외부에서 올 새 사장이 이미 내정되어 있다. 사장, 부사장, CFO, 공장장은 짐싼다. 부공장장이 공장장으로 승진한다. 어디 어디에 외부 임원이 온다. 1공장은 문닫고, 2공장을 확대한다. 1공장 팀장급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언질이 갔다더라. 같은 소문들이요. 

얼마전 임원회의때는 사장이 '직원들 동요하지 않게 잘 다독여라. 직원들이야 별일 없을거다. (임원들 너네는 준비하고..)' 라고 얘기해서 임원들 표정이 다 썪었다는 소문도... 


하여튼, 곧 나갈 사장이 갑자기 감사를 해서 중징계를 남발하고 있어요. 비리가 있으니까 징계를 받는거야 당연한데, 아니 이걸로 파면은 좀 쎄지 않냐? 같은 상황이죠. 팀장급 여럿 짐쌌고, 차,과장급은 물론 대리급도 권고사직 당하더라고요.  사장이 맘 먹고 있다가 곧 나갈 상황이 되니 찍어내는건지..


그러다 보니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인사이동이 이루어지면서..

그분이 드디어 다시 파트장이 되었어요.

연말만 되면 이제 그만 나오라고 전화올까봐 신경 날카로와지신다던데...

정말 정년 채우시겠구나... 싶더라고요.

더 능력 있어 보이던 분들도 못 버티고 나갔는데..

전생에 독립운동 하셨나 봅니다.





P.S)

제가 팀 옮길때쯤 충원 받은 후배가 있었는데, 그 후배랑 그분이랑 대판 싸우고 그 뒤로 서로 말을 안한다고 합니다. (필요한 말만 한다고..)

밥도 따로 먹고, 회식때도 다른 테이블에 앉고.. 

그래서 왜 싸웠냐고 물어보니..

후배가 포상급의 일을 해내서 보고를 하고 임원들에게 칭찬을 받았는데, 그 자리에서 그분이 '그거 다 내가 방향 잡아주고 자료 건내주고 조언해줘서 된 것이다. 내 덕이다' 라고 했다네요. 할때 관심 1도 없어서 후배가 혼자 다 했는데.. 

아.. 나였다면 언능 먼저 승진해버리라고 가만히 있었을텐데, 역시 젊은피(?)는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결국 후배는 포상 받고 공장장이 중요한 건수를 후배한테 직접 던져주고는 해서 그분 자존심이 팍 상했다고.. 그래서 서로 말을 안한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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