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95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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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가 괜찮은 듯... 하면서 묘하게 구리기도 하고 좀 애매하군요.)



 - 보기 좋게 음산한 낡은 저택에 젊은이 한 명이 도착합니다. 문을 여니 나이 든 여자가 맞아주는데.... 엄마였네요. 젊은이는 집이 비어 있는 줄 알고 온 모양이고 엄마랑은 반가운 듯 매우 어색한 것이 앞으로의 전개를 예상하게 합니다. 아. 아빠도 있어요. 거동도 못하고 정신도 반쯤 나간 것 같으니 젊은이에겐 의도치 않게 커다란 할 일이 생긴 셈인데, 사실 이 분은 만삭 상태입니다. ㅠㅜ

 이후의 전개는 대략 뻔하겠죠. 엄마는 자꾸 수상한 언동을 하고, 집에는 비밀이 숨겨진 음침한 공간이 있고, 결정적으로 어릴 때 세상을 떠난 주인공의 배다른 자매 유령이 얼씬거리는 가운데 희한하게 이 집에 오자마자 뱃속의 아가는 불안불안해지고... 라는 첩첩산중 전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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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 이야기인 동시에 이 집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모든 게 다 이 집에서만 벌어지거든요. 그리고 그 집 참 드라마틱하게 생겼습니다. ㅋㅋ)



 - 미스테리를 잔뜩 숨기고 있는 이야기... 이긴 한데 그게 참 불 보듯 훤히 들여다 보인다는 게 이 영화의 개성이라면 개성이겠습니다. ㅋㅋ 영화가 딱 시작되자마자 떡밥과 힌트가 마구 투하되는 가운데 이야기 전개도 그걸 뒷받침해주는 쪽으로 계속 흘러가거든요. 결국 진상의 진상의 진상이 휘몰아치는 막판 부분에 가도 크게 놀랄 일은 없어요.

 거기에 덧붙여서 이게 또 굉장히 슬로우 스타터에요. 거의 한 시간 동안 딱히 무섭다! 라고 생각할만한 장면이 안 나옵니다. 싱크대에서 꾸물꾸물 역류하는 정체 불명의 검은 액체. 어른어른 거리는 빨간 옷의 소녀 귀신. 꿈인지 기억인지 환각인지 알 수 없는 불쾌한 장면들. 그리고 주인공이 쓰는 책의 내용과 함께 흘러 지나가는 옛날 책의 흑마술 삽화들. 이런 게 계속해서 보이긴 하는데 한 방은 없고 그냥 분위기만 열심히 조성하는 가운데 영화의 핵심 내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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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귀신 나오는 집이라면 이런 미소녀 귀신 하나쯤 나와 주는 게 기본이겠구요.)



 - 어색한 사이의 엄마와 딸 싸움입니다 ㅋㅋㅋ 뭐 당연히 이게 평범한 사람들의 사소한 다툼이 아니긴 합니다만. 좀 소소하죠. 이 둘이 갑자기 막 괴물로 변신을 한다든가 날카로운 가사 도구들을 들고 서로의 신체를 해체하려고 덤빈다거나... 이런 게 아니거든요. 그냥 어린 시절에 뭔가가 틀어져서 어색하고 서로 불편한 두 여자가 짐짝이 된 과거의 독재자를 사이에 두고서 서로를 챙기다가, 화를 내다가, 심한 말을 했다가, 다시 서로 의지하다가... 뭐 이런 식으로 흘러가요. 그리고 이건 휴먼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에 점점 그라데이션으로 위험한 분위기가 조성이 되죠.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내용이고 사실 실제로도 좀 루즈하단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만. 그래도 엄마와 딸 역할의 두 배우가 작품을 살짝 초월하는 좋은 연기를 보여주기 때문에 그럭저럭 잘 지탱이 됩니다. 이 중에서 엄마 역할을 맡은 배우가 그 옛날의 줄리아 오몬드님이신데요. '가을의 전설'이나 '카멜롯의 전설'로 갑작스레 로맨틱 히로인으로 떠오를 때는 솔직히 그 매력을 잘 못 느꼈는데. 알고 보니 현재까지 소처럼 성실하게 일하는 중이셨고 심지어 연기력도 엄청 성장하셨네요. 멋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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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리아 오몬드 여사님. 그 시절 비주얼이 바로 안 떠오르는 모습... 이 아니라 제가 이 분 얼굴을 까먹었습니다. ㅋㅋ 연기는 엄청 잘 하시더라구요.)



 - 암튼 그래서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예정된 진상들이 하나씩 밝혀지는 식으로 막판에, 엔드 크레딧을 고작 15분여 남겨 놓은 시점에서 몰아치는데요. 이 부분을 장식하는 건 어떤 강렬한 호러 장면들이 아니라 그 진상 밝힘 퍼레이드가 안겨주는 충격입니다. 근데 이미 말씀 드렸듯이 그 진상이란 건 참 뻔하단 말이에요? 하지만 해당 장면들에서의 두 배우의 연기와 그 진상이 담고 있는 의미... 같은 것들이 그 뻔한 진상 폭로들을 드라마틱하게 잘 꾸며줍니다. 간단히 말해서 클라이막스와 엔딩까진 썩 괜찮았어요. 거기까지 가는 길이 조금 덜 루즈했다면 훨씬 좋았겠지만... 뭐 나쁘진 않았구요. 또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이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과거의 기억인지 현재 진행중인 사건인지를 헷갈리게 만들었던 혼란스러운 연출 덕에 최종 진상이 밝혀지는 순간엔 나름 흡족한 기분으로 이야기가 정리가 되어서 좋았구요. 뭐 그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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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로 좋아보이지도 않는 꽃병... 인지 그냥 단지인지에 왜 그리 집착하는지 보는 사람은 이해가 안 되는 와중에 벽지가 화려합니다.)



 - 결론적으로 무서운 영화를 원하시는 분들에겐 권할 수 없는 호러 영화 되겠습니다. ㅋㅋㅋ

 인디, 여성, 아트하우스... 대략 이런 키워드로 장식된 호러 무비라고 할 수 있겠네요. 막 재밌다곤 할 수 없지만 내용 면에서, 혹은 연출 면에서 나름 흥미는 잘 유지하는 편이었구요. 가끔은 꿈/현실, 과거/현재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연출이 좀 과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매력이라고 즐길 수 있는 분도 적지는 않을 것 같구요.

 암튼 나름 참신한 스타일의 여성 호러... 를 원하는 분들에게만 아주 소심하게 권해 봅니다만. 책임은 지지 않습니다. ㅋㅋㅋ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의 비율이 대략 반반 정도 되는 영화였지만, 어쨌든 저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군' 정도로 잘 봤습니다. 끄읕.



 + 바로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그러니까 정리를 하자면, 영화 시작시의 설정은 이렇습니다.

 주인공이 어렸던 시절, 엄마, 아빠, 엘리 이렇게 셋이 오붓하게 살던 집에 카라라는 여자애가 들어와요. 엄마는 처음엔 '엄마라고 부르렴~' 이라면서 반겨주지만 쌩뚱맞게 아빠가 '니가 왜 얘 엄마인데!' 라고 화를 내며 뭐뭐 아줌마라고 부르게 시키네요. 그러고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 엄마가 엘리를 앉혀 놓고 정색하고 설명을 하죠. 카라 저것은 니 아빠가 다른 데서 만들어 온 아이란다. 아빠가 엄마를 배신했으니 아빠도, 저 아이도 혼이 나야해!!

 게다가 이 카라라는 녀석이 엘리보다 예쁘고 더 어른스럽고 그래요. 그래서 질투 & 엄마에게 들은 이야기로 인한 증오... 가 뒤섞여서 엘리는 엄마가 목숨처럼 아끼던 가보 꽃병을 깬 후에 그걸 카라에게 뒤집어 씌우죠. 그래서 벌을 받던 카라와 엘리가 옥신각신하다가 카라가 계단 난간에서 추락해 죽어요. 그걸 엄마가 대충 사고로 덮어주고 살다가... 나이 먹고 엘리는 집을 떠났던 거죠.


 그래서 현재의 엘리는 집에 돌아왔다가 카라의 귀신을 마주치고는 죄책감에 사로 잡혀 카라가 깼던 꽃병에 집착하며 계속 엄마가 싸 둔 이사짐을 뒤지며 찾아요. 그걸 카라가 벌로 다시 붙이다가 한 조각이 부족해서 그 사단이 난 건데, 사실 그 한 조각은 엘리가 그때까지 숨기고 보관하고 있었거든요. 죄책감 가질 만도 하죠. ㅋㅋ 근데 그 와중에 아빠는 계속 정신이 오락가락하다가 가끔 좀 상태가 괜찮을 때면 엘리에게 '넌 실패작이야!'라고 폭언을 하고. 엄마는 엘리의 임신을 신기해 하며 그 뱃속 자식에 집착을 하며 소유권(...)을 주장하고... 뭐 그러다가요.


 결국 카라 귀신과 엘리 본인의 노력으로 엘리는 흐릿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다시 선명하게 재구성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어지는 진상 퍼레이드!


 진상 1. 사실 엘리가 카라와 옥신각신하던 그 장면에 엄마도 말린다고 끼어들어 있었구요. 그러다 엄마의 실수로 카라가 떨어져 죽었어요. 그러니 카라를 죽게 만든 건 엄마였는데, 당황한 엄마가 그걸 어린 엘리에게 뒤집어 씌운 거죠. 엘리는 어리고 당황한 중이라서 그걸 믿어 버렸고 덕택에 일생을 죄책감을 안고 살았습니다...


 진상 2. 영화 내내 충분히 힌트가 주어진 부분인데, 엘리 아빠의 직업은 중세 흑마술을 연구하는 과학자(...)였고 사실 카라는 흑마술로 만들어낸 아이였습니다. 그러니 엄마가 엘리에게 '아빠가 바람 피웠다!'라고 말한 건 거짓말이었죠. 그리고 그런 거짓말을 한 이유는...


 진상 3. 엘리도 만들어낸 아이였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중간에 '난 임신을 못하는 몸인데 넌 임신을 하다니 신기하네!'라는 말 실수를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엘리가 1호기(...)였고 뭔가 외모든 성격이든 능력치든 성에 안 차서 아빠가 더 노력(?)한 끝에 만들어낸 완벽한 아이가 카라였던 거에요. 근데 이미 엘리와의 삶이 만족스러웠던 엄마는 이런 아빠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특히나 아빠가 너무나도 완벽한 카라에 꽂혀서 자기까지 무시하니 맘 상해서 엘리에게 거짓말을 해서 함께 카라를 왕따 시키려 했던 거죠. 

 덧붙여서 거의 막판에 플래시백으로 사실 엘리와 카라가 처음엔 되게 사이 좋게 잘 지냈다는 걸 알려줍니다. 그러니까 그냥 평화롭게 잘 살 수 있었던 걸 박살내 버린 게 엄마이고, 그걸 다 엘리에게 뒤집어 씌우고 이기적으로 본인만 맘 편히 살고 있었던... 어찌보면 아빠보다 더 나쁜 빌런이 엄마였던 것. 근데 여기에 덧붙여서,


 진상 4. 사실 아빠가 현재 그 모양이 된 것은 그냥 병이 난 게 아니라 일생동안 한 맺힌 엄마가 약을 먹여서 그렇게 만든 거였구요. 또 '실패작' 이었던 엘리가 자기도 못 하는 임신을 했다는 게 너무 신기해서, 그리고 그렇게 이 집에선 최초로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이'가 될 그 손주를 자신이 꼭 키우고 싶었던 겁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엘리가 산통을 시작하자 엄마는 엘리에게 달려들어 "걱정마, 이 아이는 내가 잘 키울게. 이건 기적의 아이야!!" 라며 난리를 치는데요. 자기는 죽든 말든 아기만 챙기면 된다는 식의 엄마 때문에 아주 깊은 빡침을 느낀 엘리는 남은 힘을 다 끌어내서 엄마를 아빠와 함께 비밀 연구실에 감금하고 집 밖으로 뛰쳐 나갑니다. 그러고 타이밍 좋게 집을 방문했던 전남친의 차를 얻어 타고 집을 떠나는데... 워낙 외딴 집이고 누구 찾는 사람도 없어서 아마 엄마 아빠는 거기에서 사이 좋게 죽을 거에요. 엘리 입장에선 둘 다 본인 인생 망쳐 놓은 망할 놈들이니 아쉬울 것도 없구요.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집을 떠나자 엘리의 컨디션이 바로 좋아집니다. 그래서 후련하고 여유로운 미소를 띄고 차를 타고 달리는 엘리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엔딩입니다. (참고로, 아기는 결국 아까 낳지 않았어요. 아마 정상적인 아이로 엘리에게서 태어나 자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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