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 성폭행 남자 용의자, 징역 3년

2019.09.06 23:50

Sonny 조회 수:934

https://news.sbs.co.kr/amp/news.amp?news_id=N1005425790&cmd=amp&__twitter_impression=true

또 "박씨는 회사에 잘못을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서를 냈고 법무팀에서 해직 처리했다"며 "이를 되돌리고자 고소 취하서를 받으려고 (피해자를) 회유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와의 인적 신뢰와 친분을 이용해 동의 받지 않고 성폭행을 한 죄질이 좋지 않다"며 피해자가 엄벌을 원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거의 모든 이목이 한 명의 장관 임명에 몰려있을 때, 아무도 모르게, 혹은 어떤 여자들만이 공유하는 이 소식이 눈에 띄었습니다. 어떤 소식은 계속 끓고 타오르면서 소식의 꼬리들을 낳고 또 낳지만, 어떤 소식은 그저 하나의 끝으로 가슴 속에 가라앉습니다. 저는 이게 정말 끝이기를 바랍니다. 사건의 당사자는 이미 너무 많은 파편들에 긁혔을테니까요.

저의 침잠하는 이 기분은 저의 노력이기도 하면서 자연스레 드는 기분이기도 합니다. 그렇게나 시끄럽고 온 나라가 소란을 떨었던 일이 이제는 어느새 잊혀져서 그만큼의 사람들에게 회자되지 않습니다. 특히 남자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카톡을 보아하니 여자가 남자를 무고한 게 틀림없을 거라던, 남자만 신상이 털리고 불쌍하게 되었다고 하던, 그 유사전문가들과 소설가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하고요. 순간 욱 하면서도 다시 가라앉히고 혼자 가라앉으면서 그냥 생각합니다. 어쨌든 이 법적 판결에 조금이라도 후련하고 평화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사건의 당사자 여성을 포함해 이 나라에 살고 있는 모든 여자가 다. 제가 이렇게 괜시리 숭고해지는 이유는, 그저 분노하거나 환멸할 자격이 심히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부조리에는 당사자성이라는 분노의 자격이 아주 적확하게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제게 한샘 성폭력 사건은 크게 두가지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일단 한국에서 여자가 운이 없으면, 이렇게 연쇄적으로 성폭력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 말은 이 사건의 피해당사자가 그저 운이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어떤 사건은 아무리 운이 없다해도 일어날 확률이 극히 적고 개연성이 없습니다. 아무리 교통사고가 자주 일어나도 보행자가 연속으로 차에 세번 치이거나 같은 회사 사람들에게 뺑소니를 세번 당할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여자가 당하는 성폭력은, 이렇게까지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동기 남자에게 도촬을 당하고, 그걸 고소하는데 도움을 준 교육담당관에게 강간을 당하고, 그 강간 사건을 내부조사하던 인사팀장에게 위계에 의한 강간 직전 단계의 성희롱을 당합니다. 그러니까 이걸 불운 혹은 불행이라 해석한다면, 거기에는 이런 전제가 붙습니다. 이 정도로 부조리가 겹겹이 쌓여 터질 수 있을 정도로, 그보다는 덜하고 한 건에서 그치는 부조리는 훨씬 더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어떤 사건은 항상 그보다 더 지독한 사건과 그보다는 약하나 끔찍한 사건을 시사합니다. 한샘 성폭력 사건은 제게 역으로 그보다 더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직장 내 성폭력 사건들을 상기시켰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건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한 채, 여자의 홧병으로 자리잡아 썩지 않고 암처럼 또아리를 틀어버렸을 것인가. 저는 알 수 없습니다. 그 고통의 덩어리들이 트위터에서 일제히 토해져나와 거대하게 꿈틀거리는 걸 보며 그저 깔려죽을까 걱정할 뿐. 한샘 성폭력 사건은 이런 일도 생길 수 있을 정도로 그보다는 약한 성폭력들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난다는 깨달음의 큰 계기였습니다.

제가 이 사건에서 또 하나 배운 것은, 한국이란 나라는 절대로 소수의 성폭력범들이 다수의 선량한 남자들을 욕먹이는 그런 억울한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애초에 그렇게 가해자와 선량한 일반인이 갈라질 리도 없겠지만, 한샘 성폭력 사건에 대한 남자들의 반응은 제가 생각한 것 이상의 인지부조화였습니다. 이미 첫번째 사건과 세번째 사건에서 성폭력범들이 처벌을 받았음에도, 남초커뮤니티에서는 두번째 사건만을 가지고 "무고추정의 원칙"을 계속 밀고 나아갔습니다. 아주 많은 댓글들을 기억합니다. 남자만 불쌍하게 되었고 여자는 괜히 부끄러워서 남자만 성폭행범으로 몰아간다고. 이미 가해한 남자들의 사건은 없는 것처럼, 오로지 남자가 그랬을리 없다는 삐뚤어진 자기연민만을 공유하는 현실에 또 한번 놀랐습니다. 한국남자들은 그렇게나 뻔하고 앞뒤가 보이는 사건에서도 어쨌든 알 수 없다, 여자가 거짓말을 했을 것이라며 자기최면만을 걸고 있었습니다. 한국이란 나라에서 성폭력이 이렇게 일상이 된 이유는 소수의 범인들이 아니라 그 범인들을 필사적으로 변호하려는 남자들 때문입니다. 온 사회가 강간문화에 길들여져 있습니다.

그 때의 그 사이비 국선변호사 남자들은, 한샘 성폭행 사건의 이번 판결을 이야기할까요? 경찰이 어떻게 사건을 처리했고, 어떤 근거로 남자가 유죄를 받았는지 냉정히 이야기를 할까요? 혼자서 또 역정을 내고 싶습니다만 괜한 울분을 터트리는 것 같아 약해보이기도 하고 제가 먼저 나설 분노도 아닌 것 같아 다시 입을 다뭅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남초 커뮤니티의 대다수 남자들이 그 때도 그랬고 아직까지도 성폭력의 여성 피해자를 "꽃뱀"으로 몰아가며 이런 법적 결론에는 또 침묵한다는 것입니다. 이게 유난히 뒤쳐진 "일부 남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평균 남자들의 문제입니다.

이미 너무나 많이, 반복적으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남자들이 이를 외면하며 무고범 여자의 서사에만 집착하고 이게 현실인 것처럼 믿고 싶어합니다. 저는 아주 당당하게 화를 내고 싶지만, 그보다는 당사자들의 분노를 최대한 정확하게 옮기고 저의 분노는 살짝 얹는 정도가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그래서 더 가라앉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제 멋대로의 추측이지만 이게 바로 분노도 짜증도 아닌 환멸이구나 하고.

다시 곱씹어봅니다. 남혐이란 단어가 우스울 정도로, 여자들의 분노는 아직 충분치 않을 정도로, 성폭력은 끝이 없으며 남자들의 인지부조화는 계속 쌓여만 간다는 걸. 피해자 여성분이 어서 피해자란 흉터를 갖고서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68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20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6324
109540 안녕하세요! 한국 정치계의 아이돌, 저스티스 파티입니다~! [2] 타락씨 2019.09.07 504
109539 민주당과 다른 정당의 차이, 충성경쟁 [1] 타락씨 2019.09.07 598
109538 게시판 머저리들이 무임승차할 생각하니 속 쓰리네 [1] 도야지 2019.09.07 726
109537 이런저런 일기...(스케일, 탄산) [2] 안유미 2019.09.07 486
109536 고봉수 식 코미디,<델타 보이즈>와 <튼튼이의 모험> [2] 보들이 2019.09.07 501
109535 임은정 검사가 윤석렬 검찰총장을 비판했었죠 [3] ssoboo 2019.09.07 1460
109534 윤석열 총장 대단하네요. [54] underground 2019.09.07 2191
109533 검찰, 정경심 교수 기소 [16] Flexible 2019.09.07 1538
» 한샘 성폭행 남자 용의자, 징역 3년 [8] Sonny 2019.09.06 934
109531 자유당 놈들이 청문 보고서 채택 거부하는 이유와 교활한 조국 그리고 XX들 [6] ssoboo 2019.09.06 980
109530 서류 찢는 김진태 의원 [1] Flexible 2019.09.06 726
109529 조국 후보 지지합니다 [3] reading 2019.09.06 900
109528 오늘 청문회 끝나면 [9] ssoboo 2019.09.06 1564
109527 윤방부 교수의 건강 [8] 가끔영화 2019.09.06 911
109526 [게임바낭] 기어즈 오브 워 5편을 시작했습니다 [6] 로이배티 2019.09.06 441
109525 촛불이 아니라 단두대를 세워야 했다. [10] 도야지 2019.09.06 3459
109524 한국갤럽 -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3] 도야지 2019.09.06 884
109523 Carol Lynley 1942-2019 R.I.P. [1] 조성용 2019.09.06 286
109522 선택적 기억장애 [1] 휴먼명조 2019.09.06 724
109521 학교 컴퓨터를 집에 갖고 가서 썼다는데요 [24] 휴먼명조 2019.09.06 192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