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정치 잡담...(조국)

2024.03.29 14:39

여은성 조회 수:380


 1.스토리를 쓸때 가장 좋은 치트키는 복수극이예요. 왜냐면 이야기를 쓸 땐 주인공이 뭘 원하는지, 어떤 성격인지, 얼마나 간절는지를 정하는 게 엄청 어렵거든요. 그리고 주인공과 대립하는 인물은 어떤 캐릭터인지, 정당성이 있는지, 적인지 아니면 라이벌인지...같은 것들도 밸런스있게 정하기 매우 어렵죠. 


 그래서 나는 복수극을 볼때 점수를 좀 짜게 매겨요. 왜냐면 포맷 자체가 처음부터 너무 요리하기 쉽게 만들어진 밀키트 같은 장르니까요. 주인공이 뭘 해야 하는지가 너무도 명확하고, 주인공이 겪는 딜레마를 만드는 것도 다른 장르에 비해 너무 쉽거든요. 어디에서 카타르시스를 폭발시켜야 할지도 쉽게 정할 수 있죠. 웬만한 밑준비와 밑간은 이미 다 되어 있고, 작가가 해야 할 건 어느정도 저점이 보장된 밀키트를 더 맛있게 만드는 것뿐이니까요.



 2.서론이 길었네요. 어쨌든 조국이 정치를 시작했어요. 사실 이 이야기에서 조국이 '언제' 정치를 시작하느냐를 정할 필요는 없어요. 왜냐면 조국의 스토리가 가장 강하고, 그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시점은 딱 지금뿐이니까요. 조국은 원래 이 군상극에서 윤석열이 주인공으로 나올 때 그의 적으로 나왔던 조연이었이요. 하지만 이 스토리가 진행되고 조국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파트가 전개중이죠. 조국이 복수자로 등장하는 파트 말이죠.


 조국이 5년 뒤나 10년 뒤에 나와봤자 그의 스토리는 필요 없거든요. 그때는 이미 윤석열이 뒷방늙은이가 되어버린 뒤니까 말이죠. 복수에 굶주린 남자가 뒷방늙은이에게 복수하러 떠나는 영화가 개봉되면, 그걸 누가 보겠어요? 그런 스토리는 전혀 비장하지도 않고 재미있지도 않아요. 그런 영화는 투자자를 못 구해서 제작될 일도 없을 거고, 개봉될 일도 없을거예요. 독립영화로는 만들어질 수도 있겠네요.



 3.어쨌든 복수자의 스토리가 빛을 발하려면, 복수의 대상이 건재해야 한다는 점이 복수극의 요점이니까요. 그래야 복수자의 여정에 힘을 보탤 사람들이 늘어나거든요. 최소한 관심이라도 보태거나요.


 그리고 이 복수극의 기대치는 글쎄요. 내가 평론가는 아니지만...작가의 시선으로 보면 흥미로운 이야기예요. 이야기라는 건 사실 이야기의 완성도보다는 화제성이 중요한 거니까요. '화제성'만으로 보면 백점 만점의 스토리죠. 



 4.휴.



 5.전에 썼듯이 나는 조국을 싫어해요. 그냥 대충 멋진 말 좀 하고, 자기자신도 믿지 않는 소리를 트위터에 쓰고 그러는 놈이었잖아요. 알지도 못하고 믿지도 않는 그런 소리들...흐리멍텅한 정론들을 말이죠. 조국은 정치도 대충 폼잡기 위해 하는 것 같았어요. 마치 게임하는 소년이 게임에서 모든 스테이지를 다 깨고, 마지막 남은 스테이지가 그거밖에 없으니까 그냥 플레이하는 것처럼요.


 

 6.하지만 이제 그에겐 정치를 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어요. 복수죠. 물론 정치가 개인의 사적인 복수의 수단이 되면 안되겠지만...나는 작가니까요. 그런 건 별로 따지지 않아요. 이 이야기의 등장인물이 흐리멍텅한 상태에서 벗어나 분명한 목적을 지니고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요.


 어쨌든 그렇거든요. 폼잡으려고 정치하는 놈보다는 복수하려고 정치하는 놈이 나으니까요. 폼잡으려고 정치하는 놈은 아무런 이야기도 남길 수 없어요. 하지만 복수하려고 정치하는 놈은 적어도 '이야기'를 남길 수 있죠.



 7.한데 이 이야기가 제대로 써지려면 대법원 판결이라는 관문이 남아 있죠. 조국 입장에선 차라리 정치를 좀 일찍 시작했으면 어떨까 싶어요. 원래 판사들은 일반인들에겐 법리를 엄정히 따지지만 권력다툼이 되면 '방해하진 않을테니까 니들 알아서 해라'하는 경향이 강하니까요.


 어쨌든 복수극이 막 시작됐는데 무기를 챙기고 동료도 모은 복수자가 갑자기 감옥에 갇히더니 끝나버리는 스토리는 김이 새니까요. 감옥에서 나와서 다시 정치를 하기에는 글쎄요. 뒷방늙은이에게 복수하려는 사람에게 사람들이 관심을 줄 리가 없으니...조국에겐 지금뿐일 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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