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무시무시한 천조국의 페미 대장, 페미 끝판왕이자 미국 여성들에게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크며 인기 많은 80대 노인. (한국식으로 계산하면 87세더군요)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대법관 긴즈버그 할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입니다... 라고 하면 줄거리 요약은 끝이겠죠.



 - 이 분의 명성이야 그동안도 바람결에 조금씩 들려와서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구체적으로 이 분의 성장 과정이나 업적들을 정리해서 본 적은 없었습니다. 뭐 이 분이 주인공인 다큐멘터리이니 최대한 긍정적인 해석 위주로 흘러간다는가 하는 면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런 걸 감안해도 살면서 쌓아 온 스펙들이 거의 코믹북 수퍼히어로급이라는 건 부정하기 어려울 듯 하네요. 픽션이었다면 '주인공 버프가 너무 심해서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으며 별점 두 개쯤 받았을 것 같은 인생이랄까요.


 사실 이런 성공 스토리의 필수 요소인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나'가 거의 깔끔하게 삭제되어 있는 인생임에도 불구하고 이뤄놓은 게 너무 대단해서 평가절하가 불가능합니다. ㅋㅋㅋ


 마찬가지로 이뤄놓은 게 너무 대단해서 페미니즘에 대한 입장, 진보 리버럴들에 대한 입장과 상관 없이 '어쨌거나 대단하신 양반'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는 인물이기도 하구요. 다큐멘터리 초반에도 몇몇 법관들이 그런 얘길 하는 장면이 지나가더라구요 달갑지 않다는 표정으로 '어쨌든 영향력 하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하던 분이 있었던.



 - 다큐멘터리의 구성은 심플하고... 딱히 무슨 야심 부리는 것 없이 그냥 정직 깔끔한 느낌이었습니다.

 긴즈버그의 현재 위상을 보여주면서 시작한 후에 인생 초창기로 돌아가서 시간의 흐름대로 중요 사건들을 짚어가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다가 다시 현재를 보여주며 마무리 하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도입부의 발랄함이 맘에 들었는데... 아쉽게도 도입부 이후로는 딱히 그런 느낌 없이 평이하고 안전한 구성으로 흘러갑니다만, 기본적으로 인생이 넘나 스펙터클하다 보니 딱히 지루한 순간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 양반이 그동안 본인이 만들어낸 역사적 순간들마다 레전드급 '명언'들을 워낙 많이 남기신 데다가 그게 또 다 녹화 or 녹음 자료로 존재하다 보니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인 순간도 많아요.

 어지간해선 재미 없게 보기 어려운 영화입니다. 실제 역사적 사건 다루는 이야기, 감동적인 성공 드라마 같은 거 상당히 싫어하는 제가 이만큼 괜찮게 봤으니 그렇지 않은 분들께선 되게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거에요. ㅋㅋㅋ



 - 개인적으로는 긴즈버그 본인보다도 남편 이야기가 참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긴즈버그가 수퍼 히어로라면 남편은 대략 오파츠급 정도는 되는 듯. 부부가 쌍으로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사실은 다 뻥이고 그 인간 막장이었다더라... 뭐 그런 얘긴 없는 건가요? =ㅅ=;;



 - 언제나 느끼지만 미국의 사법 제도는 다른 건 모르겠고 그냥 드라마틱한 걸로는 끝판왕 같습니다. 영화 소재 최적화랄까.



 - 한 가지 쌩뚱맞게 인상적인 부분이라면, 현재의 이미지와 다르게 미국의 여성 인권이 비교적 오랫동안 그리 선구적이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보면 긴즈버그가 큰 건들을 줄줄이 해내던 게 70년대쯤인데 보면서 계속 '음? 그 때까지 미국이 저런 상태였어?'라는 생각이 들더란 말이죠. '마인드헌터'를 보면서도 '미국의 범죄 수사 기법이 저 때까지도 고작 저 정도였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좀 비슷한 느낌을 다시 받았네요.

 동시에 미국은 70~80년대가 되게 대변혁 & 리즈시절이었구나... 라는 생각도.



 - 클린턴과 오바마가 나올 때 좀 반가웠는데. 특히 오바마가 나올 때 기분이 거시기하더라구요. 이제 이 분도 흘러간 대통령이라는 게 확 느껴져서. 아아 트럼프찡...



 - 그래도 기죽지 맙시다 여러분!! 대법관이 별 겁니까. 우리는 미국보다 앞서 이미 여성 대통령을 배출한 선진적인 나라입니... 

  .......ㅠㅍㅜ;;



 - 처음에 말했지만 제가 원래 이 양반을 잘 알던 사람이 아니라, 시종일관 너무 극찬으로 이어지다 끝나니 좀 찜찜한 기분까지 드네요. 긴즈버그의 업적이나 일생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자료 같은 게 혹시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 쌩뚱맞지만 극중에서 노터리어스 B.I.G도 언급된 김에 그냥 올려봅니다.



 사실 원곡이 낫죠.

 물론 제가 늙어서 그렇습니다만. 원곡이 낫습니다.

 아무리 요즘 젊은이들이 노래 제목도 가사도 사이코패스 스토커 같아서 소름끼친다고 해도 원곡이 낫습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09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63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574
110224 원신연 감독은 정말 동강할미꽃을 멸종시켰을까 [2] 보들이 2019.10.27 1090
110223 등업 인사 글 - 영화이야기 조금 [8] 예정수 2019.10.27 651
110222 이런저런 일기...(레이싱대회, 새벽) [1] 안유미 2019.10.27 486
110221 저도 등업했습니다 [7] 히미즈 2019.10.27 475
110220 [듀9] 정말 재밌는 글 쓰시던 글리의 남주 코리 몬티스랑 구스털 베개를 좋아하시던 분 [5] 그리워영 2019.10.26 1030
110219 다시 보니 더 재미있었던 곡성, 봉오동 전투 [11] 보들이 2019.10.26 999
110218 [채널CGV영화] 공작 [3] underground 2019.10.26 419
110217 신 희극지왕. 주성치 사랑해요 [6] 보들이 2019.10.26 1296
110216 고양이 사무라이 시즌1, 2 극장판 1, 2편 주행 완료 보들이 2019.10.26 682
110215 [넷플릭스바낭] 독일 드라마 '다크' 시즌2까지 완료했습니다 [10] 로이배티 2019.10.26 1605
110214 믿고 보는 시사인의 기획기사 시리즈 <빈집>을 추천합니다 [14] ssoboo 2019.10.26 1678
110213 *경* 탕탕절 40주년 *축* (냉무) [3] 타락씨 2019.10.26 778
110212 [KBS1 한국영화100년더클래식] 휴일 [EBS1 영화] 미시시피 버닝 [3] underground 2019.10.25 550
110211 여러가지 [9] 겨자 2019.10.25 1105
110210 불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예매실패 두번째;;; [3] ally 2019.10.25 2108
110209 오늘의 80년대 배우들 사진 [2] 파워오브스누피커피 2019.10.25 671
110208 내 입맛에 맞는 뉴스만 보는, 그걸 부추기는 시대 [18] madhatter 2019.10.25 1340
110207 씨네21 정훈이 만화 [2] 휴먼명조 2019.10.25 983
110206 아프면서 태연한 정치판을 보며 [10] 어디로갈까 2019.10.25 996
» [바낭]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주연(?) 다큐멘터리 'RBG'를 보았습니다 [2] 로이배티 2019.10.25 60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