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는 없습니다


2024012453518540.jpg


지난 한 주는 제게 켄 로치 영화의 한 주였습니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마이 올드 오크], [미안해요 리키]를 보면서 가슴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부조리한 구조 아래에서 부숴져가는 개개인과 가족들, 한계까지 몰렸음에도 끝끝내 그 구조에 복무하려는 사람들... 인간의 존재가 이렇게 착복당하는 세계를 가만 보고 있을 수 있겠냐고 켄 로치는 영화마다 물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부조리의 전시 이후 좌파적 선언으로 마무리짓는 프로파간다가 아니라 그 소소하고도 계속 이어지는 흐름속에서 아름다움을 같이 실은 질문이기도 했습니다.


어제 [클럽 제로]를 봤습니다. 모든 미쟝센들이 현대 회화처럼 느껴지는 그 색과 구성 속에서 투쟁심이 금새 사그라들었습니다. 영화는 줄곧 투쟁과 반동을 외치는 사람들이 얼마나 괴상한지 보여주는데, 약간 짜증도 나고 뜨끔하기도 하고 그렇더군요. 그 어떤 인물에도 이입하지 않고 그냥 이런 사람들이 이런 사람들이랑 섞이니까 이런 화학작용이 일어나네~ 하며 차갑게 관조하는 카메라에 괜히 항의하고 싶어졌습니다. 정성일 평론가님도 대놓고 말하더군요. 켄 로치나 아키 카우리스마키처럼 낙관주의를 주장하는 감독들은 20세기부터 영화를 만들던 사람들이라고. 예시카 하우스너 같은 21세기 감독들은 전혀 다른 형태의 주장을 한다고요.


어떤 영화를 보다보면 감독이나 비슷한 문법의 영화들에 끌리는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쭉 그 같은 흐름 안에 머무르고 싶을 때가 있죠. 1월 한달쯤은 좀 뜨겁고 타오르는 영화들을 보고 싶었는데 일요일에 본 에드워드 양의 [공포분자]를 기점으로 점점 카메라와 인물의 거리가 멀고 온도가 낮은 영화들을 보게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번 주 주말에 [사랑은 낙엽을 타고]를 보려했지만 스케쥴이 안맞는 관계로 영화의 온도는 더 나중에 끌어올려야하 것 같습니다.


@ 종종 냉소적인 유럽영화들을 볼 때마다 이건 감독 개인의 성향이 아니라 대륙 자체의 어떤 성향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864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719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7342
125593 프레임드 #718 [4] Lunagazer 2024.02.27 74
125592 보리차와 마그네슘 [5] catgotmy 2024.02.27 280
125591 저속노화밥으로 5일간 공복 21시간 다이어트 한 후기 [8] Sonny 2024.02.27 850
125590 노력했지만 어색한 책 표지/계몽사 [4] 김전일 2024.02.27 277
125589 카타르 국왕이 파리 엘리제 궁에 오는데 [3] daviddain 2024.02.27 248
125588 최근에 본 책 잡담 [6] thoma 2024.02.27 302
125587 [듀나인] 안경 어디서 맞추세요? [4] 쏘맥 2024.02.27 374
125586 파묘 감상과 여담...(스포) 여은성 2024.02.27 460
125585 [웨이브바낭] 이것은 대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존 앤드 더 홀' 잡담입니다 [4] 로이배티 2024.02.26 329
125584 미니언 [1] 돌도끼 2024.02.26 132
125583 뽕악어 예고편 [1] 돌도끼 2024.02.26 135
125582 에피소드 #78 [2] Lunagazer 2024.02.26 70
125581 프레임드 #717 [4] Lunagazer 2024.02.26 71
125580 2024 Producers Guild Awards Winners 조성용 2024.02.26 104
125579 2024 Film Independent Spirit Awards Winners 조성용 2024.02.26 143
125578 [웨이브바낭] 8편의 속편들을 다 건너 뛰고 본, '쏘우 X' 잡담입니다 [6] 로이배티 2024.02.26 343
125577 축구 ㅡ 엔리케는 아직 불어를 안 하는군요 [4] daviddain 2024.02.25 132
125576 코미디 커멘터리 [2] 돌도끼 2024.02.25 155
125575 화난 드라큐라 예고편 돌도끼 2024.02.25 167
125574 리버풀) 폰 금지, 자존심 금지, 슈퍼카 금지: 캐러거와 리버풀 유스팀 감독 대담ㅡ 펌 글 [3] daviddain 2024.02.25 15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