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차 마시려다가

2019.11.12 00:30

Sonny 조회 수:700

서울우유 레트로 컵 세트가 있습니다. 아주 옛날에 유행하던 서울우유 로고를 새긴 컵 세트를 사면 옛스런 서울우유 로고가 새겨진 유리병을 사은품으로 줘요. 이게 이뻐서 이번에 처음으로 써먹었습니다. 감기가 심하게 걸려서 겔겔거릴 때마다 뜨끈한 물을 정수기에서 받아먹었죠. 커피포트가 없는 원시시대의 집에서 이렇게나마 몸을 회복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맹물이 너무 맛이 없고 그냥 먹기 질리더라구요. 그래서 대추차를 타먹기로 하고 무려 두 봉지를 탈탈 털어놓은 뒤에 뜨거운 물을 콸콸콸 부었습니다.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붓고 있는데 열전도가 심각하게 잘 일어나서 하마터면 병을 놓칠 뻔 했습니다. 이거 정말 실용성은 빵점이구나. 찬우유 먹을 때 말고는 쓸 데가 없다... 이러고 있었는데 갑자기 대추차가 새기 시작하는 거에요. 기분 탓인가? 아까 뜨거운 물이 담긴 병을 찬물로 씻었더니 그게 아직도 흐르는건가 이러고 있었는데 왠걸. 병에 금이 쩌저적 가있는 겁니다. 아예 세로로 해서 병 전체에 걸쳐서요. 괜히 식겁했습니다. 혹시라도 유리조각 들어갔을까봐 차도 버리고 병도 폐기해버렸어요.


뜬금없이 백종원씨가 생각나더군요. 골목식당 몇회차였는지는 생각안나는데, 와인잔에 미소된장국을 주는 돈까스집이 있었죠. 백종원씨가 그거 보면서 되게 화냈잖아요? 와인잔처럼 얇은 유리용기는 이렇게 뜨거운 액체를 담으면 쉽게 깨진다고. 제 깨진 병을 보면서 괜히 역정을 냈습니다. 그 돈까스집 사장 정말 미쳤네!! 어리석은 저에게 난 화를 애꿎은 경양식집 사장에게 쏟았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뜨거운 음료는 좋게 좋게 텀블러에 마시기로 했어요. 지금은 <춘천, 춘천>을 보러가서 받았던 노랑 텀블러에 대추차를 받아 마시는 중입니다. 그렇게 맛있진 않군요. 하지만 따뜻한 걸 마시니까 기침이 멈춰서 한잔 더 마셔야겠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867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721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7393
110644 2019 New York Film Critics Online Award Winners [1] 조성용 2019.12.09 433
110643 2019 L.A. Film Critics Association Award Winners [2] 조성용 2019.12.09 2115
110642 2019 Toronto Film Critics Association Award Winners [1] 조성용 2019.12.09 367
110641 René Auberjonois 1940-2019 R.I.P. [2] 조성용 2019.12.09 251
110640 사는 즐거움 중 하나 [7] 어디로갈까 2019.12.09 910
110639 닥터슬립 보았어요 [7] 노리 2019.12.08 626
110638 다들 깨어있으신가요? [5] 산호초2010 2019.12.08 561
110637 "나이브스 아웃" 놓치지 마세요! [9] 산호초2010 2019.12.08 1082
110636 세렌디피티를 보고(스포 있으며 운명단상) [3] 예정수 2019.12.08 412
110635 [채널CGV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7] underground 2019.12.08 418
110634 더티댄싱을 다시 보았더니... [6] 노리 2019.12.08 702
110633 포드 v 페라리의 주연은 맷 데이먼도 크리스찬 베일도 아니고 도야지 2019.12.08 768
110632 싸가지는 있어야죠 [3] Sonny 2019.12.08 974
110631 이런저런 일기...(조화) 안유미 2019.12.08 390
110630 나이브스 아웃, 놓치지 마시길 [8] googs 2019.12.08 1245
110629 [넷플릭스] 무비, 우리가 사랑한 영화들 [2] 노리 2019.12.08 707
110628 [넷플릭스바낭] 카일로 렌과 블랙 위도우의 '결혼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15] 로이배티 2019.12.07 1136
110627 빙하기가 와도 설국열차 가끔영화 2019.12.07 371
110626 경쟁력/전문성에 비해 보호되는 직종들의 출구전략 [14] Joseph 2019.12.07 1283
110625 [넷플릭스바낭] 바로 아래 글 적었던 '마르첼라' 시즌2도 다 봤어요 [4] 로이배티 2019.12.07 197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