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추락의 해부 보고 왔습니다

2024.02.05 11:57

Sonny 조회 수:477

common-21.jpg

스포일러


영화를 보면 볼 수록 주인공 산드라에 대한 의혹은 짙어진다. 그는 남편인 사무엘과 사이가 좋지 않았고 외도를 한 적이 있으며 남편에게 육체적 폭력을 행사한 적이 있다. 법정에서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산드라는 남편 사무엘과의 논쟁에서 심지어 외도조차도 자신과의 성관계를 거절한 사무엘에게 있다는 듯이 말한다. 자신의 모든 선택은 필연적이며 그로 인해 상처를 받은 타인조차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듯이 군다. 그는 인격적으로 불유쾌한 사람이고 그에게는 사무엘을 죽일만한 가능성이 잠재되어있다. 설령 죽이려 하지 않았어도, 우발적으로 남편을 죽였을지도 모르는 사람이다.


이것은 상상을 기반으로 한 인격에 대한 판정이다. 중간에 산드라의 변호사 뱅상의 대사도 이를 정확히 지적한다. 이건 모두 환상이 아니냐고. 전문가도 아닌 사람들의 '그랬을 것이다'라는 상상을 바탕으로 진실을 판별할 수 있는가.


아들 다니엘의 마지막 증언만이 다르게 편집된다. 그동안 법정에서 나온 녹취록들은 목소리를 바탕으로 영상이 덧입혀지는 형식이었다. 목소리라는 실재가 있고 거기에 우리가 본 적이 없는 시각적 재료가 덧붙여진다. 이것은 불완전한 진실이다. 그랬을수도 있지만, 아주 정확하게 그 상황이 그랬다고 믿을 수는 없다. 즉 이것은 정확도의 문제이다. 그러나 다니엘의 증언은 어떤가. 아버지 사무엘이 그에게 말하는 대사도 전부 다 다니엘의 목소리로 표현된다. 다니엘이 더빙한, 재현한 아버지의 목소리로 영상이 구현된다. 이것은 녹취록이 존재하는 증언도 아니다. 오로지 다니엘의 증언만이 있다. 이렇게 구현된 영상은 과연 진짜로 일어난 일이 맞는가.


증언을 앞두고 중압감에 휩쌓여 다니엘은 그렇게 말했다. 자신은 이 사건을 이해하고 싶다고. 그 대사를 보자마자 즉각 의문이 떠올랐다. 진실이라는 것이 과연 늘 이해가 가능한 것인가. 이해의 범주 안에서만 진실이 머무르고 있는가. 이해할 수 없는 진실이라면, 이해를 목표로 삼는 건 오히려 이해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아닌가.


다니엘의 증언은 한편으로 엄마 산드라의 언어와 겹친다. 산드라는 자기가 요구받지 않으면 프랑스어가 아니라 영어로 이야기한다. 남에게 맞추는 게 아니라, 자신이 편한 언어로 이야기한다는 뜻이다. 산드라는 사무엘에게 뭐라고 했었나. 그건 당신이 스스로 판 덫이고 거기에 걸려 허우적대는데 당신이 어떻게 피해자라고 할 수 있냐고 빈정거린다. 모든 책임은 당신에게 있고 자신은 오로지 자신의 언어만 한다는 이 자세를 다니엘을 고스란히 습득한다. 오로지 다니엘만 알고 다니엘만이 구사하는 아버지 사무엘과의 생전 대화를 그는 증언한다.


진실은 객관의 상태를 완전히 발굴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것은 관측자의 개입에 따라 추출되는 하나의 조각이며 심지어 관측자는 관측조차도 자신의 의지에서 자유롭게 할 수 없다. (얼마나 많은 실험들이 '이럴 리가 없어'라는 감정 아래 반복되는가) 어떤 진실은 관측자의 결심이다. 이 영화에서 산드라는 두 명의 남자에게 쓰러지듯이 안겼다. 한명은 연인 관계로 보이는 변호사 뱅상이고 또 한명은 아들 다니엘이다. 만약 이 포옹이 진실과 무관한 지지의 제스처이고 산드라가 그것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거기에 도달한 아들 다니엘은 지금 어떤 사람이 된 것인걸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62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17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6261
125702 [왓챠바낭] 일부러 못 만든 척 하는 그냥 못 만든 영화, '토마토 공격대' 잡담입니다 [9] 로이배티 2024.03.11 341
125701 Honest Trailers | The Oscars 2024 (Best Picture Nominees) 조성용 2024.03.11 113
125700 [넷플릭스] 젠틀맨, 더 시리즈! [2] S.S.S. 2024.03.10 309
125699 케빈 코스트너 나오는(?) 영화 두편 [2] dora 2024.03.10 240
125698 [스크린 채널] 호텔 뭄바이 [3] underground 2024.03.10 136
125697 보고 싶은 영화 "바튼 아카데미" [3] 산호초2010 2024.03.10 288
125696 프레임드 #730 [4] Lunagazer 2024.03.10 66
125695 44회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 수상 결과 [3] 모르나가 2024.03.10 349
125694 이런저런 일상잡담 [2] 메피스토 2024.03.10 148
125693 눈물의 여왕 1화를 보고 라인하르트012 2024.03.10 323
125692 지드래곤 인스타에 올라 온 파리 한글 유니폼/태극기 모티브 포스터 [3] daviddain 2024.03.10 292
125691 무좀에 대해 catgotmy 2024.03.10 93
125690 [스크린 채널] 피부를 판 남자 underground 2024.03.10 118
125689 게임 중독에 대해 catgotmy 2024.03.10 102
125688 동료가 사과한 카톡메시지에 답을 안하네요 [10] 산호초2010 2024.03.10 539
125687 [왓챠바낭] 귀여운 론 펄만이 땡겨서 본 '헬보이' 잡담입니다 [8] 로이배티 2024.03.10 273
125686 오스카 주말이네요 [6] theforce 2024.03.09 297
125685 프레임드 #429 [3] Lunagazer 2024.03.09 94
125684 공뚝딱박사와 아차아차-도리야마 아키라에 대한 기억 [4] 김전일 2024.03.09 287
125683 일본 연기상을 독식한 안도 사쿠라 [4] LadyBird 2024.03.09 45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