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편의 스포일러는 없도록 적을 예정이지만 1편의 스포일러를 언급하지 않는 건 불가능하겠죠.



 - 웬 동양계 젊은이가 스탭들이 최선을 다해 지저분하게 만든 기아 소울 안에서 자다가 깨어납니다. 투덜투덜거리며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는데... 1편의 그 대학이네요. 기숙사 자기 방 문을 여니 1편의 주인공 둘이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1편의 남자 주인공 룸메이트였어요. 암튼 둘의 오붓함을 견디지 못하고 기숙사를 나와 친구의 전화를 받고 어딘가의 실험실을 향하는데, 뭔가 되게 B급 SF영화 속 타임머신 같은 물건을 만들고 있었네요. 전날 새벽이 이 기계가 혼자 작동해서 이상한 일을 일으켰다는 동료들의 설명을 듣고 씐나하는 순간 학장이 나타나 니들 기계 때문에 새벽에 대학 건물 전체가 정전되었다고 버럭버럭 화를 내며 실험 중단을 요구하구요. 혼자 남아 빡쳐하던 젊은이는 익명으로 날아오는 현재 자신의 모습 사진들을 보며 어딘가로 유인당한 후 아기 얼굴 마스크를 쓴 누군가에게 살해당합니다. 그리고 뭐... 당연히 첫 장면의 그 차에서 깨어나겠죠? 여차저차 하다가 결국 이 젊은이는 자기 방에서 룸메이트와 뒹굴고 있는 1편의 주인공 '트리'와 이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 장르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1편은 실체는 로맨틱 코미디였을 지언정 기본적으로 호러 영화였다는 건 분명하죠. 하지만 2편은 이제 호러라고 말할 수 없는 영화가 되었습니다. SF가 토핑된 코미디... 라고 말하는 게 그나마 가장 적절할 것 같네요. 복면 살인마는 여전히 나오고 클라이막스를 그 분과의 격투로 장식하긴 하지만 그 분의 존재는 전혀 중요하지 않고 스토리상 비중도 미미합니다. 그냥 어찌해서 다시 시작된 무한 루프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던 주인공이 그 과정에서 친구, 애인, 가족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좀 더 괜찮은 인간이 되는 이야기를 SF적 소재를 바탕으로 코믹하게 보여주는 영화에 가까워요. 그러니 호러를 원하시는 분들은 절대 보지 마시고.



 - 이야기는 대단히 헐겁습니다. 어쩌다 실수로 만들어진 (타임)루프 머신... 이라는 설정 자체가 새털처럼 가볍잖아요. 이 영화의 SF는 전반적으로 '백 투 더 퓨쳐'의 SF보다도 가볍고 대책이 없어요. 살인마의 정체나 사건의 진상 같은 건 정말 너무나도 하찮아서 설정상 구멍 같은 건 신경 쓸 생각도 안 들 정도이구요. 스포일러라서 말할 수 없는 후반의 많은 상황들도 개연성은 그냥 가볍게 무시하고 벌어지는 게 많습니다.


 호러도 버리고 개연성도 내던지면서 결국 이 영화가 추구하는 건... 초반엔 주인공 캐릭터의 끝없는 고난으로 적당히 웃기다가 결국엔 그 양반이 그 와중에 습득한 성숙해진 멘탈로 훈훈하고 행복한 마무리를 맞게 되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거죠. 따지고 보면 되게 건전한 메시지를 담은 옛날식 코미디 영화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어떻게 봐도 호러 영화는 아니구요.



 - 영화의 정체가 이렇고 만듦새가 그렇다 보니 보고 실망했다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저는 재밌게 봤어요. 왜냐면...

 1편을 보면서 주인공을 되게 맘에 들어했었기 때문이죠. '해피 데스데이 2유'는 1편 주인공 '트리'의 이야기를 좀 더 보고 싶었던 관객들 입장에서 나쁘지 않은 영화입니다. 비록 그 장르가 80~90년대풍 교훈적 훈훈 코미디물일지라도 '트리'를 더 볼 수 있다면 괜찮다... 는 분들이라면 보세요.

 바꿔말하자면, 그렇지 않은 분들은 안 보시는 게 낫습니다. ㅋㅋ



 - 적다보니 그냥 다 정리가 되어버린 것 같지만 그래도 마무리는 해 봅니다.

 이 영화는 호러가 아닙니다. 딱히 재기발랄하거나 개성있지도 않아요. 이야기는 시종일관 헐겁기 짝이 없고 또 엄청나게 나이브해요. 

 악평을 듣는 게 당연한 영화이고 쉴드 칠 생각도 없습니다만, 주말 오후에 점심 시켜 먹으면서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1편 주인공의 후일담을 훈훈한 버전으로 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꽤 만족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저처럼요. ㅋㅋ




 - 이런저런 유사 장르의 인기 영화들을 대놓고 레퍼런스 삼는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역시 스포일러가 될 테니 설명은 관두겠습니다.



 - 다시 루프가 시작되었음을 알게 된 트리의 히스테리컬한 반응이 상당이 웃깁니다. ㅋㅋㅋ 극도의 빡침으로 인해 잠시동안 원래의 bitch 캐릭터가 살아나는데 참 반갑고 좋더라구요. 그거 말고도 소소하게 웃기는 장면들이 많아요. 가벼운 코미디로서는 나쁘지 않은 영화입니다. 물론 1편을 재밌게 본 사람들 한정으로요.



 - 1편이 끝났을 땐 뒷이야기가 좀 더 있었으면 했는데, 2편까지 다 보고 나니 이제 된 것 같습니다. 3편은 안 만들어도 될 것 같아요. 2편을 만들기 위해 1편에서 박박 긁어온 소재들이 은근히 쓸만했는데, 이제 한 편 더 만들 꺼리는 남지 않은 것 같아서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65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19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6290
» [넷플릭스바낭] 해피 데스데이 2 유... 를 봤습니다 [6] 로이배티 2019.12.14 685
110693 Danny Aiello 1933-2019 R.I.P. [2] 조성용 2019.12.14 296
110692 [영화] 닥터 슬립 뒷북 리뷰 [2] 파이트클럽 2019.12.14 634
110691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101~107 [4] 샌드맨 2019.12.13 430
110690 [바낭] 선거제 개편이 위기를 맞았군요 [7] 로이배티 2019.12.13 988
110689 나름 건실하고 부지런하게 살았건만. [15] 고인돌 2019.12.13 1600
110688 배달의 민족이 요기요 모회사인 독일기업에 인수되었군요 [4] 예정수 2019.12.13 1095
110687 계정 해킹시도 (?), Invisible Women, 아동 성학대 [8] 겨자 2019.12.13 929
110686 [넷플릭스바낭] 스페인 학생 막장극 '엘리트들' 시즌 1을 보았습니다 [2] 로이배티 2019.12.13 1337
110685 반자율 주행 [3] 모스리 2019.12.13 692
110684 오늘의 편지지 셋트 (스압) [1] 스누피커피 2019.12.13 662
110683 재판의 세가지 풍경 [4] 칼리토 2019.12.13 1003
110682 되는 일이 없는 영화 그래비티를 이제야 [6] 가끔영화 2019.12.12 726
110681 [석학에게 던지는 5!대질문] 대니얼 데닛 & 케빈 켈리 - 인간의 의식과 AI [2] underground 2019.12.12 481
110680 오늘의 편지지 셋트 (스압) [3] 스누피커피 2019.12.12 308
110679 핀란드 34세 최연소 총리 탄생…12명 여성 장관 임명 [6] McGuffin 2019.12.12 1009
110678 곰탕집 성추행 사건, 대법 최종 확정판결 [9] 좋은사람 2019.12.12 1783
110677 현대자동차 생산직에게 근무 중 와이파이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82] Joseph 2019.12.12 3882
110676 CGV강변 전도연관 헌정식 GV 후기(사진없음) [8] 예정수 2019.12.12 739
110675 [초바낭] 동네 치킨 체인점들 미스테리 [37] 로이배티 2019.12.12 156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