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년작입니다. 스포일러는 열심히 피해보겠어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포스터 이미지들이 하나 같이 흉악해서 가장 부담 없는 걸로 열심히 골라 보았습니다)



 - 주인공은 둘입니다. 젊은 여자 한 명, 남자 한 명 구성이고 각자 괴상한 일을 겪다가 막판에서야 합류하게 되는 구성이에요.

 주인공 1번은 꽃집... 이라기엔 좀 규모가 큰 회사에서 일하는 여성. 남자 직원 한 놈이 일주일간 연락이 두절되자 그 집에 찾아가서 만나긴 합니다만. 태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던 그 놈이 갑자기 자살해버려요. 그리고 이후로 회사 사장이 사라지고, 다른 직원들도 유령 같은 것에 시달림을 겪게 됩니다.

 주인공 2번은 평범한 경제학과 대학생이자 컴맹인데. 문명의 이기를 누려보겠다고 집 컴퓨터에 알지도 못 하는 지식으르 총동원해서 인터넷을 연결하다가 이상한 사이트를 발견하죠. 그리고 그 이후로 유령 같은 뭔가를 보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자기랑 비슷한 일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알게 되고, 그 중 한 미모의 여대생과 연락을 주고 받게 되는데...



 - ...와 같이 적어 놓으니 되게 평범한 일본 호러 이야기네요. ㅋㅋㅋ 근데 빼먹은 게 있습니다. 영화는 바다를 떠도는 큰 선박을 비추면서 시작해요. 거기엔 주인공 1번의 모습이 살짝 비치구요. 뭔가 비장하게 어딘가로 막 가고 있는데 도대체 위에서 설명한 스토리가 어떻게 이 장면으로 이어지는가... 가 문제겠죠. 그리고 그 연결이 이 영화를 흔한 21세기 초 양산형 일본 호러물들과의 구분짓는 가장 큰 차별점인데... 나름(?) 스포일러라서 그 얘긴 하지 않겠습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최첨단 하이테크 호러 스릴러!!!!)



 - '큐어'와는 다르게 대놓고 호러물입니다. 유령이 나와요. 그것도 잔뜩. 다만 그 유령들을 당시 최첨단 기술이었던 인터넷과 연결 시켰네요.

 그러고보면 호러에서는 흔한 패턴이잖아요. 뭔가 사람들을 사로잡는 유행이나 첨단 기술이 등장하면 거기에다가 꼭 유령을 우겨 넣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게 호러 만드는 사람들 아니겠습니까. 텔레비전, 비행기, 엘리베이터, 스마트폰, 노트북, sns... 다음엔 또 뭐가 될지 모르겠지만 뭐 늘 반복되는 전통이죠. 아마 수세식 화장실이 처음 도입 됐을 때도 변기 귀신 이야기 같은 게 유행했을 거에요. 생각해보면 어려서 듣고 퍼뜨리던 화장실 귀신 이야기들의 기원이 그거였을 것 같기도 하고.


 당연히 지금 보기엔 좀 낡고 유치해 보이는 구석이 있습니다. 유령 이야기라서 말이 안 되는 건 익스큐즈 해줘야 한다고 쳐도 어쩔 수 없이 웃음이 나오는 구석이 많구요. 아니 왜 영혼들이 저렇게 귀찮은 방식으로, 당시 최신 유행 비슷한 걸 따라서 인간들에게 자신을 드러내지? 라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페이스북에서 친구 삭제하면 사람 죽이는 귀신 같은 것들처럼, 도대체 유령들이 뭐하러 귀찮게 상용 인터넷 서비스의 규칙과 형식을 흉내내며 활동을 하는 겁니까. ㅋㅋㅋ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저게 귀신이게요 사람이게요)


 - 하지만 그런 부분만 살짝 눈감아주면 이 '회로'의 이야기와 유령들은 아주 그럴싸합니다. 


 유령들의 세계관(?)이 있고 주인공들이 겪는 현상을 설명하는 흐릿한 이유 같은 게  있는데 그게 신선한 느낌도 있으면서 나름 논리적으로 전개가 돼요.

 위에서 스포일러라고 설명을 스킵한 후반 전개 같은 게 그렇죠. 그게 뙇! 하고 제시되는 순간엔 으허허 이거 뭐야! 좀 막나가네? 라는 생각이 들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거거든요. 오히려 비슷한 소재를 채택한 다른 호러들이 그런 길을 가지 않은 게 이야기 논리를 무시한 거구요. 아마 구로사와 기요시의 호러 3연작 중 유독 이 영화만 헐리웃 버전으로 리메이크 되었던 것도 그 논리와 아이디어에 매력을 느낀 사람들이 많아서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유령들이야 뭐. 늘 그렇듯 참으로 기분 나쁘고. 느릿느릿하지만 불길하고 불쾌한 일본 영화 유령들인데요. 뭐 그런 거 있잖아요. 내가 무섭지 않을 순 있겠지만 날 보고 나면 일단 확실하게 기분은 더러워질걸? 이라는 식의 일본 유령들. ㅋㅋㅋ 

 근데 기요시의 유령들은 언제나 표현 아이디어가 하나씩 있어요. 단순하게 긴 머리 늘어뜨려서 얼굴 가리고 멍하니 서 있거나, 괴상한 꺾기 댄스를 선보이거나 하는 게 아니라 매 영화마다 개성(?)이 하나씩 있는데. 그게 꽤 그럴싸하고 독창적으로 보기 싫습니다. ㅋㅋ 이 '회로'의 경우엔 고속 촬영으로 구현한 슬로우 모션 귀신들이 나오는데 그게 참 별 거 없이 단순하면서도 확실하게 무섭더라구요. 


 마지막으로... 뭣보다 그림이 참 좋습니다? ㅋㅋㅋ

 위에서 계속 기분 나쁘다, 불쾌하다는 얘길 반복하고 있지만 구로사와 기요시의 영화 속 이미지들은 그냥 기분 나쁘기만 한 게 아니라 기분 나쁘면서 아름답습니다. 미장센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 정성을 다해 일본식 호러를 만들면 이렇게 된다... 라는 걸 보여주는 게 이 양반 영화들이에요. 역시 비슷한 시기에 유행했던 흔한 경쟁작들과 차별화 되는 부분이라고 느꼈습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세계관의 일부로 아무 설명 없이 자꾸만 튀어 나오는 저 붉은 테이프. 보다보면 이해를 하게 되는데 뭐 그냥 저것 자체가 기분이 나쁩니다. 불길하구요. ㅋㅋㅋ)



 - 첨단 테크놀로지와 결합된 유령 이야기... 라고 하니 당연히 메시지 같은 게 있는 영화입니다. 그냥 '유령을 표현하는 새로운 방법!!!' 같은 게 아니라 그 매체, 그러니까 인터넷이라는 기술 겸 문화 현상에 대해 감독이 할 말이 있었던 거죠. 고립, 단절이라든가. 그것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비유라든가... 대충 이런 거랑 비슷한 메시지를 읽을 수 있는데요. 뭐 그런 시각 자체는 당시에 여기저기 칼럼 같은 것을 통해서 흔히 접할 수 있었던 시각에 가까워서 특별한 인상 같은 건 없는데. 그래도 이야기 잘 만드는 (각본을 직접 씁니다) 영화 감독님답게 그걸 풀어내는 방식이 개성 있고 효과적이라서 좋습니다. 지루한 설교라든가, 되게 낡은 꼰대식 사고 방식이라든가 그런 느낌이 없어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이상하게 이 감독 영화에 나오는 대중 교통 수단 탑승 장면은 다 이 모양입니다. 비현실적 몽환적이면서 고독하고 불길한. 대중 교통이 싫은 걸까요. ㅋㅋ)



 - 이쯤에서 정리하겠습니다.

 흔한 2000년대 일본 호러처럼 시작해서 막판에 예상치 못한 훅을 한 방 먹이는 걸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영화입니다.

 첨단 기술에 대한 감독 본인의 생각을 당시 사회상에 대한 역시 감독 본인의 생각과 엮어서 슬쩍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

 이기도 하지만 뭐 그런 건 됐고 그냥 충분히 무섭고 기분 나쁘게 잘 만들어진 호러 영화입니다. 안 보고 늙으시면 손해! ㅋㅋㅋ

 특히 예술적 완성도를 갖춘 일본 호러 영화가 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감독 대표작들은 꼭 보셔야 합니다.

 뭐 그렇습니다.




 + '보건교사 안은영' 중의 어떤 장면과 매우 비슷한 장면이 하나 나옵니다. 우연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그 장면의 아이디어 자체는 흔한 것이지만 연출이나 화면 구성, 맥락 같은 것들이 꽤 많이 닮았더라구요.


 ++ 전부터 느끼던 거지만 젊은 시절의 일본 배우 코유키는 참 예쁜데 호러에 어울리게 예쁩니다. 근데 정작 이 양반이 나오는 호러 영화를 제가 본 건 이게 처음이네요. 다른 작품이 더 있는지도 모르겠고... ㅋㅋ 전 '너는 펫' 같은 건 안 본 사람이라...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얼굴은 안 보이지만 암튼 저 분이 코유키.)


 +++ 아마 현시점에서 이 영화를 보고 싶어진 분이라면 방법이 dvd 구매 밖에 없을 겁니다. 검색해보니 새것도 팔고 중고 매물도 있네요. 그 외엔 네이버, 유튜브 vod 목록에도 없고 제가 쓰는 올레티비 목록에도 없고... 뭔가 이 시절 일본 영화들이 한국 vod 시장에서 대접이 박한 것 같아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38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91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877
114443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으신 분& 전기자동차 [13] 채찬 2021.01.04 700
114442 [회사바낭] 갑갑... [6] 가라 2021.01.04 627
114441 아직도 초인종 장난을 치는 애들이 있군요 [4] 예상수 2021.01.04 522
114440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와 비슷한 이미지? 티미리 2021.01.04 324
114439 각자도생의 한국, 시민연대의 일본? - 사사in [5] ssoboo 2021.01.04 678
114438 파국적 망상 - 그래도 이낙연보다는 이재명이? [10] 토이™ 2021.01.04 956
114437 [넷플릭스바낭] 망작 충전 쿨타임이 돌아왔습니다. 오우삼의 '맨헌트' [10] 로이배티 2021.01.04 476
114436 이곳은 영화 이야기만 할 수 있나요 ~?! [12] 미미마우스 2021.01.04 564
114435 Joan Micklin Silver 1935-2020 R.I.P. [1] 조성용 2021.01.04 194
114434 얼마나 밖에서 살고 싶으면 일부러 코로나 걸리려고 [4] 가끔영화 2021.01.03 868
114433 페니 드레드풀 쭉 달립니다 [2] daviddain 2021.01.03 381
114432 위기탈출 이낙연!!! [9] Sonny 2021.01.03 1422
114431 4년제 학위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어요. [7] sok85 2021.01.03 695
114430 레전드(2015) catgotmy 2021.01.03 347
114429 새해의 다짐/ 그것이 알고 싶다의 정인 아가 [4] 어디로갈까 2021.01.03 920
114428 [영화바낭] 내친 김에 '첩혈쌍웅'도 보았죠 [12] 로이배티 2021.01.03 746
114427 위기의 민주주의, 롤라에서 탄핵까지 [4] 왜냐하면 2021.01.02 805
114426 페니 드레드풀 2시즌 봅니다 daviddain 2021.01.02 366
114425 영화 차인표와 화양연화(스포약간) 예상수 2021.01.02 699
114424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후기 (일본 작품, 스포 있음) 얃옹이 2021.01.02 42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