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의심하지 않는 편이예요. 믿는 것까지는 하지 않지만 굳이 의심하지는 않는다는 거죠.


 왜냐면 상대가 하는 말을 거짓말이라고 해버리면, 그 사람을 거짓말쟁이라고 몰아붙이는 거잖아요? 그래서 어이없을 정도로 심한 허풍을 들어도 상대를 굳이 몰아세우거나 비난하지는 않아요. 애초에 나는 일적으로 사람들과 엮이지 않으니까요. 내가 잘 모르는 사람들을 보는 건 거의가 술자리나 모임 자리에서거든요. 그냥 즐겁게 모여서 놀려고 모이는 거예요.


 그런 자리에 나와서 굳이 거짓말을 한다...? 나에겐 잘 이해안가는 일이예요. 자기 일 잘 하고, 놀러 나온 자리에 나와서 왜 거짓말을 해야 하는지 말이죠.



 2.누군가는 궁금해하겠죠. '어이없을 정도로 심한 허풍'이 대체 어느정도를 말하는지 말이죠. 예를 들어 보죠.


 내가 다녀본 곳이 좀 그래서인진 몰라도 내가 봐온 남자들의 허풍은 매우 심해요. 허풍의 수위가 일반적인 모임에서 나올 만한 것이 아니예요. 어느정도냐면, 모임에 나와서 자기가 800억원을 가지고 있다고 허풍을 치는 거죠.


 

 3.한데 아무리 거짓말에 관대한 나라도 800억원은 의심할 수밖에 없거든요. 생각해 보세요. 800억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금요일 저녁에 나와 마주앉아 둘둘치킨을 먹고 있다? 회비 몇만원밖에 안 되는 모임에 나와서? 그럴 확률은 아주 낮잖아요? 그가 아주 소탈한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죠.


 그러나 문제는, 소탈한 사람이라면 자신에게 800억원이 있다는 말 따윈 아예 꺼내지도 않을거예요. 그러니까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거죠.



 4.휴.



 5.하지만 위에썼듯, 나는 착한 사람이거든요. 그를 거짓말쟁이로 확정하기 전에 그가 내게 준 명함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서 조사해 봐요. '800억 있다는 놈이 명함 준건데, 여기 써진 사무실 주소 좀 파봐.'라고 조사를 맡겨보면? 매우 초라한 셰어 사무실이 나와요. 그렇게 그가 뻥쟁이라는 걸 알게 되는 거죠.


 사실 그런 조사를 맡길 때는 나도 좀 약이 올라서 그런거예요. 800억이 있다면서 사람들 앞에서 온갖 폼을 다 잡으니 말이죠. 네 녀석을 폭로해주마! 같은 마음으로 명함에 써진 주소를 파보는 거죠.


 

 6.하지만 그렇게...그가 사실은 거짓말쟁이라는 걸 알고 나면, 모임의 사람들에게 폭로할 마음은 사라져요. 모임 사람들에게 '저 자식 800억 있다고 나대더니 완전 뻥이던데?'라고 폭로해봐야 그 사람에게 상처만 주는 일일 테니까요. 


 본인 인생에 힘든 점이 많으니까 모임에 나와서 800억 있다고 거짓말까지 하며 기좀 펴보려 한 거 아닐까...라는 연민이 들면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마는 거죠. 


 

 7.그러나 문제는...내가 입다물고 있어도 사람들이 슬슬 그를 공격해대기 시작한다는 거죠. 위에 썼듯이 좀 양아치들이 많이 모이는 모임은 허풍의 수위도 높지만 허풍이 들켜버리면 그 사람을 묻어버리고 조리돌림하는 수위도 다른 모임보다 200배는 강해요. 때로는 '뭐 이럴 필요까지 있나'싶을 정도의 인신공격과 조리돌림까지도 난무하는 거죠. 보고 있으면 아프리카 정글도 이보다는 덜할 거라고 생각돼요.



 8.사실 위에 쓴 예는 허풍으로 먹고 사는 남자들 중에서는 최하급이라고 봐야겠죠. 스케일이 아니라 수법이 말이죠. 진짜로 허풍을 잘 치는 놈들은 '이거 지금 실화인가 아닌가?'싶을 정도로 아리까리하게 치거든요.


 방금 전에 '놈들'이라고 썼듯이...허풍을 정말로 잘, 그렇듯하게 치는 건 놈이 아니라 놈들이예요. 그들은 모임-vvip나 청담노블레스같은 제목이 들어가는 모임-을 아예 만들거나 떼거리로 다니면서 허풍을 쳐대는데, 절대로 자기 자신에 대해 허풍을 치지는 않아요. 무슨 말이냐면, 서로서로 서로에 대한 허풍을 대신 쳐 준다는 거죠.


 위에 쓴 800억 드립을 친 사람의 예를 봐도 알 수 있듯이 본인 입에서 허풍이 나오면 사람들은 일단 의심부터 하거든요. 어느 정도 믿을 만한 스케일의 뻥을 친구끼리 대신 쳐 주는 게 사람들을 잘 속이는 그들만의 비결이더군요. 어느 정도 허풍의 고수인 놈들을 보면 팀을 짜서 서로서로 허풍을 쳐 주더라고요.





 ------------------------------------





 내가 겪어본 다양한 사례를 써보고 싶었는데 글이 길어졌네요. 이 주제로는 다음에 또 이어서 써보죠. 


 위에도 썼지만 굳이 허풍을 치는 건 내겐 잘 이해안되는 일이예요. 왜냐면 모임에 나가서 몇백억 있다, 이러이러한 인맥이 있다고 허풍을 치면 남은 길은 두가지밖에 없거든요. 그 거짓말을 유지보수하기 위해 정말로 몇백억-최소한 수십억-수준에 걸맞는 허세를 부리고 사람들에게 쏘던가, 아니면 모임탈퇴하고 잠수타거나 둘 중 하나뿐이예요. 거짓말을 하는 순간은 짜릿할지도 모르지만 그 거짓말을 유지보수하기 위한 비용을 생각해보면 안 하는 게 현명하죠.


 하지만 그래도 여느 남자들은 거짓말을 곧잘 하더라고요. 뭐 이해는 해요. 거짓말이란 건 쉽고 빠르게 여자들에게 잘 보일 수 있는 치트키니까요. '그게 통하는' 여자들에게는 말이죠. 그리고 나중에는 들키더라도 당장엔 속아넘어가는 여자가 늘 있으니까 남자들은 거짓말을 하는 걸거고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08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62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569
126220 비트코인이 망할 것 같습니다 [25] catgotmy 2024.05.16 975
126219 [넷플] 도쿄 MER 7화 보다 접으면서.. [6] 가라 2024.05.16 241
126218 [넷플릭스바낭] 나름 신작 & 화제작 & 흥행작이네요. '프레디의 피자가게' 잡담입니다 [4] 로이배티 2024.05.16 361
126217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 아담 드라이버 - 메갈로폴리스 티저 예고편 [5] 상수 2024.05.15 305
126216 삼식이 삼촌을 5화까지 다 봤는데 <유스포> [3] 라인하르트012 2024.05.15 604
126215 프레임드 #796 [4] Lunagazer 2024.05.15 66
126214 술과 모임, 허세 catgotmy 2024.05.15 168
126213 몬스터버스에서의 인간의 기술력 [3] 돌도끼 2024.05.15 208
126212 [왓챠바낭] 짧게 쓰기 도전! J-스릴러의 전형, '유리고코로' 잡담입니다 [4] 로이배티 2024.05.15 223
126211 프레임드 #795 [2] Lunagazer 2024.05.14 53
126210 그린데이 Dookie(1994) catgotmy 2024.05.14 112
126209 에스파 선공개곡 Supernova 뮤직비디오 상수 2024.05.14 169
126208 매콤이라 쓰고 핫이라고 해야한다, 신기루를 인터넷에 구현하려는 노력들(오픈 AI), 상수 2024.05.14 179
126207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5] 조성용 2024.05.14 521
126206 <혹성탈출:새로운 시대> 줄거리 요약 짤 (스포) 스누피커피 2024.05.14 311
126205 (정보) CGV아트하우스 [에릭 로메르 감독전]을 하네요 [4] jeremy 2024.05.13 241
126204 [넷플릭스바낭] 태국산 월세 호러... 인 줄 알았던 '집을 빌려 드립니다' 잡담입니다 [6] 로이배티 2024.05.13 447
126203 에피소드 #89 [2] Lunagazer 2024.05.13 49
126202 프레임드 #794 [4] Lunagazer 2024.05.13 52
126201 고지혈증 예방등 catgotmy 2024.05.13 18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