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인이 사건으로 위 4곳에 전화를 걸어봤었어요.


경찰서는 전화를 계속 안/못 받고 있었고,

다른 곳은 담당 부서와 비교적 쉽게 통화할 수 있었구요.


3곳에 전화를 해보고 느낀 가장 큰 문제는.

"그건 원래 저희 일이 아니라, 다른 기관의 일이어서요"

라는 책임전가 또는 주저리 많은 기관들이 무색하리만치의 불명확한 역할분담이었다고 생각해요.


홀트는 말그대로 '입양을 보내고 연결해주는 업무'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곳이었고,

(물론 그들도 이번 사건에 아픔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민간단체인 아보전(아동보호전문기관)이 가장 실질적인 학대 조사를 하고 있는 곳이었죠.

경찰과 동행해 방문도 하고 비교적 실질적 업무를 하는 곳인데,

문제는 가장 심각한 건에 대해 최종적으로 업무를 넘겨받는 곳이 관할 구청 (양천구청) 이라는 거고,

그 다음부터는 이들도 손을 떼게 되는 거였어요.

이해는 가요. 상상 이상으로 많은 학대 의심, 학대 건들을 담당하는 기관에서 이 정도 조사해주는 것도 고맙긴 한거죠.


하지만 여전히 그들이 일을 매끄럽게 잘했단 생각은 못 들어요.

정인이 사건만큼 심각한 건에 대해서, 등급을 제대로 못 매겼거든요.

심각성 등급을 높게 매기고, 우선순위를 둔 다음에 관할구청에 넘기고, 이 건에 대해 최우선으로 조치를 하게 했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전혀 없었죠.


민간단체의 힘이 약해서 가정방문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고도 해요.

아보전에서 가정방문시, 공무원도 아닌 너희들이 무슨 권한으로 집에 오냐는 반응이 많았답니다.

아보전의 고충이었죠.


작년 10월부로 결국, 관할 구청이 가정방문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꼈다고 해요.

그렇게 10월 1일, 정인이 케이스가 양천구청 여성가족과에 넘겨졌고,

문제는 여기서부터예요. 구청은 '그 다음 신고를 기다립니다'.

구청은 '신고가 들어와야만 출동한다'는 자기들만의 규칙이 있었어요.


안 그래도 신고율 적은 한국에서, 3번이나 신고 들어온 건이었습니다.

근데 어느 누가 또 용기를 내서 4번째 신고를 해야 했나요.

그렇게 12일이 흘러 10월 13일 정인이 건에 대한 4번째 신고가 결국 들어왔고,

그 신고는 정인이 사망신고였습니다.


이 4곳의 기관이 이 사건에 얽매였지만, 8개월이란 시간만 흘렀을 뿐 조치를 잘 한 곳은 어느 곳도 없었죠.


심각성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하고, 단 한번의 신고 및 출동만으로도 심각성이 느껴진다면 무조건 분리와 조사가 들어가야 할테죠.

(이번에 2회 신고시 강제분리라는 법이 생겼다던데, 2회가 문제냐구요)


아보전의 학대 조사를 토대로, 강압적인 방문조사는 구청과 경찰 뿐 아니라 의료진도 함께 해야하고,

또 신고를 부담없이 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시스템도 만들어야해요.

미국에 비하면 너무나 턱없이 부족한 신고입니다.

엄격한 그들 부모의 훈육방식이라며 참견할 수 없다란 논리는 그저 구질구질합니다.

학대를 가장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병원 측의 신고 시스템도 갖춰줘야 하구요.


바뀌겠죠, 더 바껴야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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