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호 다들 보실 거죠?

2021.02.06 00:30

woxn3 조회 수:939

간만에 극장 영화 보는 기분으로 몰입해서 각잡고 봤네요. 오랜만에 극장에서 영화보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돈 많이 들인 액션영화가 몰입을 위해 갖춰야 할 게 다 갖춰져 있었어요. 


저는 돈 많이 들인 한국 영화가 그동안 왠지 볼품없었던 게 만드는 사람들부터 자신들이 그런 걸 만든다는 감상에서 못빠져나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승리호는 그런 게 없어요. 이 기획이 이야기를 먼저 만들고 어쩌다보니 돈을 많이 쓸 수 있게 된 건지 아니면 본격 SF를 만들겠다는 의도에서 시작된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나름 괜찮은 얘기를 짜고 거기에 맞게 영상적 디테일을 넣고 그걸 잘 살리는 연출이 더해진 영화에요. 특수효과를 아무리 멋드러지게 넣는다고 한들 좋은 연출과 이야기에 얹혀진 게 아니면 정말 별볼일 없잖아요. 이 영화는 때때로 나타나는 특수효과의 아쉬움이 연출덕에 가려지는 수준이에요. 연구를 한 티가 이곳저곳에서 나더라구요. 장르영화에 늘 강했던 감독답게 헐리우드식 SF 활극을 잘 이해하면서도 공식들을 살짝씩 빗겨나가게 잘만들었네요. 


특히 음향이 좋았어요. 영상이야 그렇다치지만 음향에서 정말이지 잘만든 헐리웃 영화같은 질감이 나더라구요. 음향, 음악, 대사가 골고루 또렷하게 들리면서도 입체감도 살아있어서 몰입감이 좋았습니다. 


의외로 젠더 균형이 굉장히 좋아요. 젠더 균형을 일부러 맞추는 건 그 자체로 정치적인 메시지잖아요. 하지만 이 대격돌의 시대에도 그렇게까지 부담이 생기진 않을 거 같아요. 솔직히 서구에서 만든 왠만한 영화보다도 젠더에 대한 균형감이 훨씬 세련되게 입혀져 있어서 그게 균형을 맞춘건지 알아채지 못할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젠더 균형을 맞추려는 영화들이 딱 이 정도 느낌을 가져줬으면 좋겠네요. 영화적인 완성도와 관계 없이 요즘 영화들은 이런 부분에서 너무 서투르기도 하고 너무 어조가 강하기도 해서 좀 피곤하더라고요.


이게 극장에서 개봉했으면 인기가 있었을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넷플릭스에는 딱 맞는 컨텐츠라고 생각합니다. 넷플릭스 영화도 뭔가 고유의 경향이 있는데 이건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면서도 그 감성에서 벗어나는 부분이 있어서 좋았네요. 마침 한국발 컨텐츠가 고평가를 받는 시절이니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기대해 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865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720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7376
115040 쿠팡, 마켓컬리 [14] tomass 2021.03.07 792
115039 잡담...(돈의 한계) [1] 여은성 2021.03.07 405
115038 스타 워즈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1980) [2] catgotmy 2021.03.07 243
115037 영화 미나리가 다른 점 [8] 사팍 2021.03.07 813
115036 미나리 - 그 시대의 시각으로 봐야 [4] 도야지 2021.03.07 619
115035 추미애 - 당해보니까 알겠더라구요 [10] 도야지 2021.03.07 738
115034 브레이브 걸스 롤린 댓글모음 메피스토 2021.03.07 429
115033 머저리와의 카톡 13 (작가란 무엇인가?) [5] 어디로갈까 2021.03.07 545
115032 듀나 게시판 이미지 포스팅용 사이트 추천요 :) [8] theforce 2021.03.06 319
115031 반응이 없어 더러워 글 못 쓰겠습니다! [14] forritz 2021.03.06 1181
115030 미나리 봤습니다.(스포) [18] tomass 2021.03.06 842
115029 그들은 밤에 산다 They live by night [4] daviddain 2021.03.06 416
115028 "미나리" 강력 비추!!!!! (스포일러) 내 주말 돌리도!!!! [21] 산호초2010 2021.03.06 1491
115027 정계복귀를 내비치는 황교안... [2] forritz 2021.03.06 401
115026 브레이브걸스, 언더독과 노력 여은성 2021.03.06 398
115025 Ally(앨라이) 되는 길. [8] forritz 2021.03.06 634
115024 질문, 갈등, 상처를 접하며 [24] 어디로갈까 2021.03.06 1099
115023 Moufida Tlatli 1942-2021 R.I.P. [1] 조성용 2021.03.06 206
115022 [넷플릭스바낭] 알찬 호러 소품, '트라이앵글'을 봤습니다 [7] 로이배티 2021.03.06 651
115021 이런저런 이슈잡담 [1] 메피스토 2021.03.05 34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