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 그렇듯 스포일러는 없구요.



1. 먼저 '능력소녀' 부터. 24분짜리 단편 영화입니다. 2017년작이구요. 올레티비 vod에 무료로 있길래 낼름 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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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자 고등학교가 배경입니다. 주인공 1번은 전교 1등하는 여자애이고 별명이 '능력 소녀'에요, 주인공 2번은 잘 하는 게 아무 것도 없고 존재감이 없다는 이유로 같은 반 친구들에게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죠. 하지만 워낙 맹해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사는.

 뭐 단편이다 보니 설명할 이야기가 별로 없어요. 주인공 1번은 천재 소녀 같은 게 아니라서 각성제 같은 알약까지 먹고 스카치 테잎으로 눈꺼풀이 안 감기게 붙여 놓고 밤을 새워 가며 죽어라고 공부하는 녀석인데요. 어느 날 갑자기 눈이 안 감기는 증상이 생겨서 고통에 몸부림 치죠. 주인공 2번은 담임 선생의 아무 생각 없는 면담 한 번에 '나같은 것에게 관심을 보여줘서 감사드려요!!'라고 감격하지만 사실 담임도 속으로는 얘를 한심하게 보고 무시하고 있구요. 그러다 담임 선생 시간에 갑자기 자기도 몰랐던 능력에 눈을 떠요. 알고보니 인간 재봉틀, 엄청난 바느질 능력자였던 거죠. 하지만 담임은 칭찬하고 격려해주긴 커녕 오히려 비웃음에 가까운 태도를 보여서 이 학생에게 상처를 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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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1번. 부모가 막장이라 전혀 신경을 못 써준다... 라는 식의 설정이 살짝 들어가 있지만 크게 부각되진 않구요)



 - 듀나님도 리뷰에서 언급하셨듯이,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라면 이게 노골적인 '여고괴담' 영화라는 겁니다.

 인생 보탬이 안 되는 어른들에게 내몰려서 갈 곳 없이 방황하는 청춘들이 주인공으로 나오지만 '현실적 묘사' 같은 덴 별로 관심이 없구요. 이 영화 속의 학교나 학생, 교사들의 모습은 뭐랄까... 그러니까 그냥 '여고괴담' 속의 세상과 인물들입니다. 극도로 과장되어 있고 멜로드라마틱하며 기괴하죠. (만약 현실적인 부분을 다루고 싶었는데 2017년에 만들어 내놓은 영화에 '이번에도 xx가 전교 일등이다. 모두들 박수!' 같은 대사와 장면을 넣었다면 그냥 감독이 생각이 없는 거구요. ㅋㅋㅋ)

 분명하고 노골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지만 사실 그걸 또 그렇게 깊이 파고 관객들을 이입시키고 그러지도 않아요. 어찌보면 일본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의 에피소드 하나로 어울릴 법한 그런 이야기. 그러니까 괴상한 분위기 구현을 1순위로 두고 열중하는 그런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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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봐도 분위기가 그렇지 않습니까. ㅋㅋㅋ)



 - 듀나님은 전반적인 호평과 함께 별 셋을 주셨는데... 솔직히 그 정도까진 잘 모르겠습니다. 저더러 점수 매기라고 하면 두 개나 + 반 개 정도 주겠어요.

 아무래도 단편이다 보니 이야기가 짧아지는데, 그래서 두 주인공의 관계도 갑작스럽게 흘러가구요. 벌어지는 사건들도 전체적으로 막판에 너무 갑작스럽게 달리는 느낌이 강했어요. 90분 이상 되는 장편 영화로 만들어졌음 어땠을까... 싶기도 한데 그렇게 길이를 늘이려면 지금 이 영화의 설정 갖곤 소재가 너무 부족한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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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이 얼굴로 '존재감이 없어서 왕따'라니 그건 좀...)



 - 그래서 제 결론은... 좀 애매합니다. 24분짜리 단편 영화로는 상당히 고퀄인 게 맞아요.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구요.

 하지만 이 영화 자체보단 이걸 바탕으로 '장편이 됐으면 어땠을까?' 같은 상상을 해보는 게 더 재밌는, 뭐 그런 영화였습니다.

 어쨌거나 vod로 무료로 볼 수 있다면, 그리고 한국 호러 영화를 좋아하고 여고괴담풍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챙겨보시는 게 좋겠죠.



 + 참고로 저 왕따 소녀는 1년 뒤 '박화영'에서 다시 한 번 답 없이 사는 여고딩 역을 소화합니다. 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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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에선 예쁜 애 역을 맡아서 미모를 뽐내주시죠. 매력적인 캐릭터 같은 건 절대 아닙니다만. 진짜 속 터지는 놈이었죠. ㅋㅋㅋ




2. 10년된 영화네요. '케빈에 대하여'... 는 전부터 보려던 영화였는데 계속 미루다가 이번에 보게 됐어요. '케빈은 열두살'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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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작부터 끝까지 세 개의 시간대를 짧게짧게 오가며 복잡하게 진행되는 스토리라 앞부분 설명으론 이야기 소개가 안 되는데요. ㅋㅋ

 처음엔 영문 모를 발코니 커튼이 휘날리는 모습을 보여주죠. 점점 카메라가 다가가고 스프링쿨러 소리가 들리다가... 토마토 축제 장면으로 넘어가요. 틸다 스윈턴이 온몸에 토마토칠을 하고 즐겁게 데굴데굴... 그러다가 갑자기 쓰레기통 같은 집 소파에서 구르던 틸다 스윈턴이 일어나서 주섬주섬 옷 챙겨 입고 집 밖에 나가는데 집과 자동차가 붉은 페인트 테러를 당했고. 갑자기 또 어떤 소녀가 인형을 갖고 노는 풍경이 보이는데 소녀는 한쪽 눈에 안대를 하고 있고, 그 소녀와 애 아빠가 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보는 가운데 애 오빠 '케빈'이 나타나고... 아 안 되겠네요 이건 정말;;


 그러니까 그 '케빈'이 뭔가 끔찍한 일을 저지른 겁니다. 그래서 으리으리한 집에서 잘 먹고 잘 살던 틸다 여사님은 동네 사람들의 비난과 갈굼, 폭력(길가다 마주치면 그냥 싸대기를 맞습니다!)에 시달리며 완전히 혼자가 되어, 당장 일자리를 구하지 않으면 생계가 위험해질 것 같은 상황에서 지내고 있죠. 

 영화는 그래서 틸다 여사님의 고통스런 현재, '그 사건'이 일어났던 2년전 그 날 언저리, 그리고 애초에 어떻게 해서 이 분이 결혼하고 아기를 갖고 그 아기를 어떻게 키워왔는가... 를 번갈아가며 보여주는 식으로 전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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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통!!!!! 그리고 영화 내내 반복되는 선명한 붉은색의 이미지들)



 - 그러니까 언젠가는 아기를 갖고 키우게될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사는 여성들의 가장 큰 걱정이자 악몽을 아주 극단적으로 밀어붙여서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나는 그렇게 좋은 엄마는 되지 못 할 거야. 남편이 전혀 보탬이 안 돼서 나 혼자 그 짐을 다 짊어지면?? 혹시 그래서 애가 이상한 아이로 자라면 어떻게 하지??? 내 가정, 내 삶 전체가 영원히 불행해질 수도 있는데 굳이 그럴 이유가 있나?

 ...라는 흔한 근심걱정을 정말정말 끔찍함의 극단까지 밀어붙여서 보여주는 거죠. 그 외에도 다른 생각할 거리들이나 이야기들이 존재하지만 이게 가장 큰 덩어리(?)라고 느꼈고 또 그걸 굉장히 잘 해낸 영화입니다. 보는 내내 불편하고 고통스러우면서도 재생을 멈출 수가 없더군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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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 외로 아직 출연작이 105편 밖에(?) 안 되는 존 C. 라일리 아저씨. ㅋㅋ)



 - 그래서 '케빈'이 진짜 내추럴 본 사이코패스인지, 아님 엄마의 부덕함이 나쁜 영향을 미쳐서 그 모양이 된 건지. 사실 진짜 사이코패스이긴 한 건지... 등등에 대해서 영화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습니다. 


 틸다 여사님이 좀 부실한 엄마이긴 해요. 애초에 가질 맘이 없었던 아기를 실수로 갖게 되어 낳아 버린 경우이고, 그래서 처음부터 육아를 감당할 수 없는 멘탈로 애를 키우게 되었는데 남편은 도움이 안 되고. 또 아무리 빡치더라도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르기도 하죠. 그리고 마지막에 보여지는 케빈의 행동들을 보면 엄마에 대한 뒤틀릴대로 뒤틀린 버전의 애착... 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는 모습이 살짝 보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게 다 엄마 탓이라고 하기엔 케빈이라는 캐릭터는 처음부터 너무 비현실적으로 사악하고 영악합니다. 정말 어려서부터 별 소름 끼치는 짓을 다 하거든요. 그냥 사랑받지 못 해서 삐뚤어졌다... 의 적당선을 우습게 넘어선 캐릭터이다 보니 엄마가 뭘 잘못했네 안 했네를 따지는 게 무의미해 보이죠.


 그래서 결론은... 이건 그냥 악몽입니다. ㅋㅋㅋㅋ 여기에 무슨 의미를 부여하고 어떤 메시지를 읽어내든 그건 각자의 몫이겠으나, 암튼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악몽이에요. 그리고 그 '악몽'이라는 단어가 어울리게 저엉말 끔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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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와 케빈 1호, 2호, 3호. 아역 배우들 참 잘 고른 것 같습니다만, 어린 애들한테 저런 연기 시켜도 되나... 는 생각도 좀 들고 그랬습니다.)



 - 글이 이미 너무 길어져서 대충 정리하자면.

 다 보고 나면 그냥 뜨억!! 해지면서 '어쩌라고???'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호러라면 호러이고 스릴러라면 스릴러인데 이게 그냥 '장르물이다!' 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성격의 공포와 스릴이 아니다 보니 호불호가 많이 갈리겠구요.

 다만 좋은 배우들과 영리한 연출, 보는 사람을 꽉 붙들고 숨막히게 몰아가는 스토리까지 아주 빈틈 없이 잘 만든 영화인 건 사실이니까...

 보실지 말지는 걍 본인의 선택 되겠습니다. ㅋㅋ 고통스럽고 힘든 이야기가 싫으신 분들은 안 보시는 게 좋아요.

 전 다행히도 사이코패스와는 아주 거리가 먼 두 어린이를 키우고 있는지라 대충 남의 일이겠거니... 하면서 재밌게 봤지만, 그래도 상당히 고통스러웠네요. (쿨럭;)




 + 끔찍한 장면이 직접적으로 보이는 건 없습니다. 정말 마지막에 2~3초 정도 딱 한 번 나왔네요.



 ++ 계속 악몽이다, 악몽이다... 라고 얘기했지만 결말의 한 장면은 좀 찡하고 좋았습니다. 그러기까지 너무 먼 길을 가버려서 문제지(...)



 +++ imdb에서 존 c. 라일리 출연작을 훑어 보는데 이 영화 제목이 안 보이는 겁니다? 음? 오류가 있나?? 하고 다시 찬찬히 보니... 'Kebin-e daehayeo' 라는 영화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아니 imdb는 왜 때문에...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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