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바꾸고 드는 생각

2021.03.10 00:53

Sonny 조회 수:828

쓰고 있던 엘지폰이 너무 후져서 요즘 고생하고 있었습니다. X4를 쓰고 있었는데, 예뻐서 쓴 게 아니라 제작년에 막 나왔던 듀얼 모니터 최신 엘지폰을 샀다가 일주일만에 잃어버렸지 뭐에요. 기기값은 값대로 다 내야하고 그나마 공짜로 지원받을 수 있는 게 그거라서 썼는데... 아니 암만 공짜폰이어도 너무 느린 겁니다. 수리점에 가서 물어보니 직원분이 동공지진을 일으키며 제가 나즈막히 한마디. 이거 연세 있으신 분들이 쓰는 거라서 어플 설치하고 이러면 엄청 느리실텐데... 네 정말 그랬습니다. 전화 받는데 2초 걸립니다. 제가 손으로 터치를 해서 밀면 바로 통화가 가능한 게 아니라 2초 정도 로딩시간이 걸립니다. 아무리 제가 기계에 신경을 안쓰고 살아도 이건 정말 -_- 아오


저는 한 통신사를 오래 썼습니다. 그래서 가끔씩 폰 바꾸시라고 전화가 오는데 맨날 수상쩍고 손해보는 것 같아서 안한다고 했다가 위약금 다 면제해주고 기존 요금제보다 더 싸게 한다길래 그러겠노라고 했습니다. 안그래도 엘지타워가 청소노동자 정나미 떨어지게 박대하는 것 때문에 엘지 제품도 쓰기 싫었고... 제가 삼성폰을 한번도 써본 적이 없어요 ㅋ 맨 처음 핸드폰은 뭐였지 걸리버였나 그리고 핌 어쩌고가 되는 폰을 썼었는데 이게 삼성꺼였는지는 가물가물... 그리고 아이폰 썼다가 그 다음부터는 쭉 엘지 썼습니다. 엘지를 사랑해서 그런 건 아니고 저는 원래 한번 쓰면 그냥 그걸 쭉 씁니다 귀찮아서... 그러다보니 엘지폰만 연달아 쓰고 있었는데 이번에 바꾸게 됐어요. 구씨 일가 기기에서 이씨 일가의 기기를 쓰니 뭔가 이적한 느낌도 들고 그렇습니다. 이 나라가 구씨의 나라인가 이씨의 나라인가(이정재 톤)


또 다운받고 어쩌고 할려니 무지하게 귀찮습니다. 이게 제조사가 다르면 파일전송 같은 게 안되나요? 저는 워낙 기계치라서 그런 걸 잘 할 줄 모릅니다. 하염없이 화면의 원이 회전하는데 세월아 내월아 하며 또 언제 인증 다하고 비번 확인하고 같은 짓을 반복할지 답답해집니다. 제 사회적인 인격은 핸드폰 안에 다있습니다. 그래서 핸드폰 한번 바꾸면 거의 이사다니는 기분이 들어요. 그냥 뭐든지 새로운 걸 번거로워하는 제 성격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왜 기계는 붙박이가 안되는 것인지 의아합니다. 이러면 또 어떤 분들이 클라우드 같은 걸 추천해주실텐데 아무튼 그걸 좀 시험해보긴 해야겠습니다. 너무 디지털 부랑자로 있는 것도 좀 불편하니까요.


요즘 세상에, 특히 한국에서는 핸드폰 없으면 사는 게 거의 불가능합니다. 모든 인증과 경제활동을 핸드폰으로 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핸드폰은 사실 통화기구라기보다는 현대의 아이디 카드로 봐야하겠지요. 그런데 이거 정말 웃긴 거 아닌가요. 이제 필수불가결의 사회적 신분증인 카드가, 수명이 2년이면 다합니다. 민증을 2년마다 새로 발급받아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짜증나겠습니까. 그런데 핸드폰은 2년 지나면 바꾸는 게 일반적입니다. 왜 필수적인 카드를 2년 지나면 갈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드는 것일까요. 저는 새 기기에 욕심이 없습니다. 그냥 고장 안나고 제 때가 묻어있고 제가 다운받은 것들과 제가 기록해놓은 것들이 녹아있는 역사적 증거로 오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 생각에 못버린 공기계가 벌써 두대째 쌓여갑니다. 아니다 세대인가? 어쨌든 진득허니 쓰고 싶어도 그렇지 못하는 게 자본주의의 속셈은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디지털 기기에 둘러쌓인다 해도 아날로그적인 유구함은 그 필요성에 좀 맞춰졌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최신 기기의 최신 성능을 크게 갈구해본 적이 없습니다. 5년전만 해도 지금의 어떤 기기는 그 당시 최신이었거나 나오지도 않았었겠지요. 그런 생각으로 늘 적당한 핸드폰을 사고 싶지만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카메라 화소와 통신전파의 숫자는 늘 비약적으로 증가합니다. cutting edge란 말이 가끔은 미래라는 시간대를 향하는 게 아니라 아직 뭉텅거리는 저 자신을 향하는 것 같아 괜히 초조하기도 합니다. 이제 무슨 폰이 어떤 디자인으로 또 나올까요. 그냥 속편하게 핸드폰에도 클래식이란 게 있고 빈티지라는 게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교체도 싫은 입장에서는 아주 튼튼하고 오래가는 폰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럼 일단 임시였지만 제 필요를 다 채워준 지난 폰에게 작별인사를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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