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일상...

2021.02.25 17:07

여은성 조회 수:481


  1.먹고 싶은 게 없는 날은 더 갑갑하곤 해요. 한식 양식 중식 일식, 하다못해 분식...이것들 중에 땡기는 음식이 하나도 없으면 뭘 먹을 의욕이 안 나거든요. 차라리 놀기로 계획된 날이면 외출해서 뭐라도 먹고 배를 채울 텐데, 앉아서 일하는 날이면 더욱 갑갑해요.


 이게 그렇거든요. 먹고 싶은 게 없으면 식사시간을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가, 어느새 저녁이 되어버려요. 뭐라도 먹으러 나가면 외출도 하고 동네한바퀴 걸으면서 기분 전환도 될텐데, 계속 앉아만 있으니까 더욱 갑갑해지고 그러는 거죠.



 2.그렇다고 괜히 배달음식을 시켜서 먹으면 책상에 쓰레기도 쌓일 거고...그렇게 식사를 때우면 더욱 더 밖에 나갈 일이 없으니 더 갑갑해질것 같아서 배달음식은 안 시키고 있어요. 일단은 그냥 이렇게 앉아있다 보면 무언가가 땡기겠죠.



 3.이렇게 계속 앉아있어 봐야 일이 잘될것 같지도 않으니...어딘가 훌쩍 갔다오고 싶기도 해요. 예를 들면 이태원? 하지만 글쎄요. 이태원은 잘 안가봐서 모르겠네요. 한데 몇 시간정도 어딘가로 산책 간다면 아는 곳보단 모르는 곳에 가고 싶어서요. 그래서 이태원을 한번 떠올려 봤어요. 


 이게 그렇거든요. 잘 모르는 곳에 가면 어딘가 앉아서 한잔하고 돌아올 수가 없어요. 잘 모르는 곳을 배회하다가, 어딘가 앉아서 한잔하기 좋은 곳을 간신히 발견할 때쯤이면 이미 돌아갈 시간이니까요. 요즘은 더욱 그렇죠. 


  

 4.휴.



 5.요즘은 술집에 가도 싼 술을 시키곤 해요. 왜냐면 비싼 술을 시키면 자꾸만 바텐더가 말을 거니까요. 구석에 앉아 싼 술을 시켜서 마시고 있으면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아무도 신경을 안쓰거든요.  


 욕망의 대상, 관심의 대상이 되는 건 매우 쉬워요. 돈을 많이 쓰면 되거든요. 물론 많이 쓸 돈을 버는 건 어렵지만 어쨌든 돈이 있다면야, 이미 있는 돈을 펑펑 쓰는 건 쉬우니까요. 


 가끔 '서울은 돈만 있으면 최고인 곳이다.'라는 말에 '그건 어디든 그렇지 않냐.'라고 일반화하려는 사람이 있곤 해요. 하지만 글쎄요. 서울은 모든 대도시 중에 돈으로 할 수 없는 것이 가장 적은 도시들 중 하나죠. 유럽이나 북미권이라면 돈이 아무리 많아도 24시간 전체를 커버할 수 없겠지만 서울은 돈을 쓰기로 작정하면 24시간 전부가 커버되거든요. 하드웨어적으로도, 소프트웨어적으로도 말이죠.



 6.어쨌든 그래요. 돈을 쓰는 건 쉽단 말이죠. 진짜 어려운 건 남에게 돈을 쓰도록 만드는 거예요. 


 물론 남에게 연민-AKA 우월감-을 들게 만들어서 돈을 쓰게 만드는 건 쉬워요. 한데 남에게 감동을 느끼도록 만들어서 지갑을 열도록 유도하는 건 매우 어렵죠. 그런데 젠장...사람이 그렇거든요. 쉬운 일을 하면서 사는 게 아니라 어려운 일을 하면서 살아야죠. 


 왜냐면 그렇거든요. 즐겁고 편한 삶은 좆같지만 힘든 삶은 덜 좆같으니까요. 물론 편한 삶은 즐겁고 힘든 삶은 즐겁지 않죠. 하지만 즐거움이 기준이 아니라 좆같음을 기준으로 하면, 즐겁고 편한 삶이 더 좆같이 느껴지고 힘든 삶을 사는 게 그나마 덜 좆같이 느껴지니까요. 



 7.쳇...우울하네요. 사실 돈을 많이 쓰고 다니면 외로움 자체는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어요. 물론 돈을 많이 쓰는 건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과시하기 위해서긴 해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당연히, 외로움은 거스름돈 나오듯이 해소되니까요.


 하지만 남에게 지갑을 열도록 만들려고 궁리하는 생활...그렇게 살고 있으면 매일매일 외롭죠. 우울하네요. 우울한 삶...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60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16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6234
125929 우정과 정치색 [8] Sonny 2024.04.08 509
125928 네메시스 5 신상 돌도끼 2024.04.08 82
125927 [영화바낭] 현시점 기준 아마도 가장 존재감 없을 콩, '킹 콩(1976)'을 봤습니다 [13] 로이배티 2024.04.07 343
125926 프레임드 #758 [4] Lunagazer 2024.04.07 93
125925 한국 정당사에서 ‘국민의 힘’은 역대 최악인듯; [5] soboo 2024.04.07 890
125924 [넷플릭스] '리플리', 와우!! [9] S.S.S. 2024.04.07 514
125923 기동전사 건담 시드 프리덤 (+스포) [1] skelington 2024.04.07 179
125922 커피와 운동 [1] catgotmy 2024.04.07 208
125921 고척은 1회부터 뜨겁군요 [9] daviddain 2024.04.07 159
125920 초간단바낭 ㅡ 뎀벨레 보면 신기하다니까요 daviddain 2024.04.07 66
125919 '네미시스 4 천사의 절규' [2] 돌도끼 2024.04.07 108
125918 신 가면라이더 관련 잡설 [6] DAIN 2024.04.07 231
125917 네미시스 3 [2] 돌도끼 2024.04.06 100
125916 [영화바낭] 쓰던 걸 또 날려 먹고 대충 적는 '고지라' 오리지널 잡담 [20] 로이배티 2024.04.06 315
125915 단상 - 1인분의 삶을 살고 있나요, 푸바오가 떠나고 크누트를 떠올린 누군가, 봄날은 가더라도 상수 2024.04.06 155
125914 지브리 좋아하는 애니 catgotmy 2024.04.06 134
125913 무릎 회복 시도 [2] catgotmy 2024.04.06 135
125912 류현진 한 이닝 9실점' 충격의 고척돔 5회말, 키움 타자들에게 들어보니... [고척 현장/스트라이크 비율 68% 류현진 ‘공략’ 키움 오윤 타격코치 “적극적으로 치자 했다” [SS고척in] [1] daviddain 2024.04.06 149
125911 '네미시스 2' - 존 윅 감독의 딱히 자랑거리는 안될듯한 경력? [1] 돌도끼 2024.04.06 131
125910 사전투표하고 왔어요 [4] Lunagazer 2024.04.06 36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