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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해보니 올해 처음이네요. 허허.

제가 올해 게임을 거의 안 하고 살긴 했지만 이 정도였을 줄이야... 

암튼 여전히 게임패스 등록 게임들입니다. 인디 둘에 AAA인 척하는 애매한 포지션 게임 하나 엔딩을 봤어요.



1. TOEM (엑박 스위치 플스 스팀에 다 있습니다)



 - 간단히 말해서 사진 촬영으로 퀘스트를 해결하는 게임입니다. 스테이지 개념의 마을 다섯 개가 있구요. 당연히 다음 마을로 넘어갈 수록 마을 규모도 커지고 주어지는 미션들도 많고, 복잡해지죠. 기본적으로는 '대충 어찌저찌한 동물/사람/풍경을 찍어 와라' 라는 식의 미션이 대부분이구요. 처음엔 단순히 마을을 열심히 돌아다니다 보면 목표물이 보이고, 찍어서 돌아가 미션 준 놈에게 보여주면 클리어되는 식입니다. 그리고 다음 마을로 넘어가기 위한 필수 미션 몇 개가 있고 그 외에 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서브 미션들이 필수 미션의 몇 배로 있어요. 게임이 마음에 들어서 모두 다 깨고 싶음 그리 하시고, 얼른 끝내고 싶음 필수만 하세요... 라는 배려심이 참으로 아름답죠. '클리어는 쉽되 마스터는 절대 만만치 않을 거란다' 라는 철학을 강력하게 내세우는 게임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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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그래픽입니다. 우측 스틱으로 시점을 빙빙 돌려서 숨겨진 것들을 찾아내는 요소가 있구요.)



 - 게임 내용이 그렇다 보니 분위기는 늘 평화롭고 귀염뽀짝합니다. 덧붙여서 흑백 화면 덕에 가끔은 나름 분위기 있는 상황도 연출되구요. 저 플레이 영상과 짤들을 보면 딱 느껴지는 그 느낌 그대로에요. 더불어 BGM도 분위기에 잘 어울리게 듣기 좋은 것들이 많아서 사람들 좋아하는 표현으로 '힐링 게임'의 요건을 두루 갖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앞서 말 했듯이 그냥 엔딩만 보려고 한다면 난이도도 아주 낮으니까요.


 조작도 어려울 게 없습니다. 사진 찍는 컨트롤도 아주 초 단순화 되어 있고. 진행을 하다 보면 사진 촬영 때 필터도 씌우고 꾸미기도 하고 이런저런 기능들이 막 추가되지만 역시나 심플하고 쉽습니다. 그렇게 찍은 사진들은 128장까지 저장이 되는데, 그만큼 찍어대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마을 곳곳에 귀엽고 웃기는 풍경들이 조성이 되어 있는 것도 센스 있는 부분이겠구요. 뭐 그러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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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플 담백한 시스템으로 부담 없이, 귀엽고 보기 좋은 사진들 찍으며 놀아 보라는 게 기본 컨셉 되겠습니다.)



 - 역시 이미 말 했듯이 '서브 퀘스트 다 깨고 게임 마스터할 거야!' 라고 마음을 먹으면 좀 골치가 아파집니다.

 일단 주어지는 미션의 설명들이 가면 갈 수록 뭔가 넌센스 퀴즈스러운 게 많아져서 저처럼 뇌가 굳어 버린 사람들에겐 쉽지가 않아요. 공략 찾아 보고 하면 되겠지만 그럼 또 이런 게임을 하는 의미가... ㅋㅋ 엑박 앱에서 제공하는 How long to beat 데이터를 보면 빠르면 두 시간, 늦어도 너댓 시간에 다들 엔딩 봤다는데 전 그보다 한참을 더 했습니다. 이것이 늘금... ㅠㅜ


 그리고 그렇게 오랜 시간 삽질을 하며 플레이 하다 보면 이 게임 특유의 슴슴한 맛이 살짝 지루함으로 전환되는 기분이었어요. 이보다는 좀 더 조작하고 플레이하는 것 자체에서 재미를 줄 수 있었담 좋았을 텐데.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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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창의력이 감수성이 매말라 버린 저에게 말장난, 넌센스 퀴즈식 서브 퀘스트들은 좀 고통스러웠습니...)



 - 고로 그냥 편안하게 시간 보내면서 귀여운 그림, 듣기 좋은 음악 즐기고 싶은 분들. 아주 가볍고 부담 없는 게임 하나 설렁설렁 플레이 하고픈 분들에게는 그럭저럭 추천. 막 화끈하게 플레이하고 퐁당 빠져서 몰입하고픈 분들에겐 비추천 그렇습니다. 나쁘진 않았어요.




2. 쥐상 (Jusant, 스위치 제외 전 플랫폼 발매에요)



 -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의 대박 이후로 계속 비슷한 게임만 만들던 돈노드에서 만든 등산 게임입니다.

 등산이라고 하면 좀 애매하고, 암벽 등반 게임이라고 해야 맞겠네요. ㅋㅋㅋ 암튼 정말로 시작부터 끝까지 암벽 등반만 합니다. 전투 같은 거 없고 보스 같은 거 없고 그냥 계속 오르고 또 오르고 하는 게임이에요.


 어찌 보면 좀 날로 먹는 느낌인 게, 이 게임의 등반 시스템이라는 게 별 거 없거든요. 그냥 '젤다의 전설 : 야생의 숨결'의 등반 시스템에 살짝 디테일을 추가한 정도인데. 여기에 무슨 깊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대체로 심플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오르는 배경이 크게 바뀌는 것도 아니고... 게임 플레이 자체만 놓고 말하자면 좀 애매한 게임이었네요. 재미가 없는 건 아닌데, 크게 재밌는 것도 아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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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일단 시작하면 계속 붙들고 플레이하게 만들 정도의 재미는 줍니다. 그래픽 디자인도 좋구요.)



 - 다만 뭐랄까 그. 인디 게임들 특유의 그래픽과 분위기, 스토리 텔링이 포인트인 듯 합니다.

 카툰 렌더링으로 심플하게 만들어졌지만 샤방하게 예쁜 색감과 나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잘 살린 그래픽. 중요할 때만 짧게 나와서 신비감을 고조 시키는 음악과 사운드. 그리고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이지만 스스로 열심히 게임 속 수집 요소와 읽을 거리들 찾아 읽어가며 퍼즐 조각을 맞춰가면서 즐길 수 있는, 반쯤 숨겨진 스토리... 이런 것들을 즐길 수 있는 분들이라면 생각보다 훨씬 몰입해서 재밌게 할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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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대사 한 마디 없이, 설명 하나 없이 진행되며 플레이어가 알아서 게임 속 문서 찾아 읽으며 아구 맞춰 보라는 식의 스토리텔링은... 솔직히 부실한 스토리를 그럴싸하게 치장하기 위한 인디 게임들 특유의 흔한 꼼수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별로였어요. ㅋㅋ)



 - 하지만 전 불행히도 이런 부분들은 그냥 그랬어요. ㅋㅋ

 벌써 다년간 AAA 게임들보다 인디 게임들을 더 많이 하며 살다 보니 이런 스타일도 그냥 흔한 인디 게임 스타일... 이라고만 느껴져서요.

 그 안에 뭔가 강렬한 개성이나 특별한 깊이가 있다면 좋을 텐데. 이렇게 사람 하나 없는 황량한 배경에서 신비감으로 승부하는, 직접적 스토리 전달 없이 니가 알아서 찾아 보고 해석해라... 라는 스타일 자체가 이미 흔한 가운데 뭔가 강렬한 훅 같은 건 없더군요.

 결국 이 또한 또 하나의 평양 냉면 맛 인디 게임이구나... 하면서 그냥 소소하게 즐기고 끝냈습니다. 

 분명히 나쁘진 않았어요. 괜찮은 소품이긴 한데 제가 원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네요.




3. 아토믹 하트 (엑박 플스 스팀 등등에 있습니다)



 - 오늘 글 적는 게임들 중에선 가장 스케일이 큰, 메이저 대작 지향 게임입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아주아주아주 간단하게 요약이 가능한 게임입니다. '소비에트 버전 바이오쇼크' 라구요. ㅋㅋㅋ


 대체 역사물로 만들어진 스토리 설정이 나름 흥미롭습니다. 무척이나 과도하게 과학 기술이 발전한 1950년대 근방의 소련이구요. 원자력 발전은 물론이고 인공 지능, 로봇 기술에 유전 공학까지 말도 안 되게 발전되어 있는데 그냥 비주얼 취향만 그 시절 소련인 거죠. 이런 세상에서 갑자기, 첨단 연구 시설의 로봇들이 집단으로 반란을 일으켜 사람들을 학살하고. 그래서 무적의 인간 병기 주인공이 출동해서 진상을 파악하고 사태를 수습한다... 이런 이야기인데 진행을 하다 보면 이 주인공 놈이 기억에 살짝 문제를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또 주인공을 파견한 보스님이 무진장 수상하다는 걸 알게 되고... 뭐 설명하면 할 수록 바이오 쇼크라서 스토리는 이 정도만 이야기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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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련맛 나는 화끈한 SF 액션!!! 처럼 홍보가 되었던 게임이고 아예 거짓말은 아니긴 한데요.)



 - 정말로 길게 설명할 것 없이 '바이오 쇼크'니까 그냥 그것과 비교해서 간단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일단 스토리는 꽤 좋습니다. 엔딩까지 보고 나면 아 생각보다 신경 많이 쓴 이야기네... 싶구요. 진행 중에 접하게 되는 사람들의 이메일, 음성 로그 같은 걸 읽어가며 세계관에 퐁당 빠지는 걸 즐길 수 있다면 더더욱 좋아요.

 그런데 문제는 게임의 페이스가 좀 별로입니다. 기승전결에 맞게 플레이 타임 배분이나 연출이 잘 되어 있지 않아서 이야기가 잘 정리되어 전달되지가 않아요. 그래서 게임 중엔 스토리에 별 감흥이 없구요. 엔딩 보고 나서 정리해 보면 아 스토리가 좋았구나... 이렇게 되던. ㅋㅋ

 게임 시스템에도 마찬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캐릭터 성장이나 무기 습득, 업글 시스템이 충실하게 잘 되어 있는데요. 역시나 페이싱이 문제입니다. 성장과 업글이 거의 안 되어 있는 초반엔 어려움... 은 둘째치고 플레이가 별로 재미가 없어요. 그래서 열심히 업글을 하다 보면 조금씩 재미가 붙는데,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주인공이 지나치게 강해지면서 게임이 순식간에 쉬워집니다. 단적으로 말해서 근접 무기 중 가장 나중에 습득하게 되는 물건 하나만 적당히 업그레이드 해주면 어떤 적이 나오든 긴장감 없이 다 몇 초 컷. 최종 보스까지도 1분 컷이 날 정도니 말 다 했죠. (참고로 저, 게임 실력 좋지 않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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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은 길 찾고 문 여는 퍼즐 푸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게임입니다. ㅋㅋㅋ)



 - 정리하자면 비주얼과 스토리는 최상급. 게임 시스템도 대략 상급은 되게 잘 만들어 놓고 페이스 조절에 실패하면서 잘 된 부분들을 다 깎아 먹은 게임... 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그래도 비주얼, 스토리, 시스템 자체는 나쁘지 않기 때문에 평작 정도는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초반의 별로 재미 없는 구간이 짧지가 않아서 엔딩까지 달리려면 인내가 좀 필요합니다. ㅋㅋㅋ

 제작사가 이걸로 돈 많이 벌어서 후속작이든 비슷한 신작이든 만들어 본다면 그땐 수작을 기대해 볼 수도 있겠다... 싶긴 한데. 모르겠네요. 일단 지금의 요 게임은 '바이오 쇼크 신작이 안 나와서 슬픈, 바이오 쇼크 스타일 게임 매니아분들만 해 보세요' 라는 정도로 결론 짓고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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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이런 비주얼에 매력을 느끼신다면 한 번 손 대 볼만은 해요. 풀프라이스로 돈 주고 사서 하시란 얘긴 아니구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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