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02 12:46
2021.04.02 13:19
2021.04.02 15:52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억 함 써봅니다. (재미있게 읽힐런지는 모르겠으나... - -)
은사님이 니들은 찰떡궁합일 거라며 소개해서 첨 만난 날, (이십대 초반이었죠) 청바지에 흰 면셔츠를 입고 나왔더라고요. 그 인상이 참 신선했어요. (나름 어른이 주선한 소개팅이었으니까요. - -) 첫만남인데 그간의 자기 연애사를 주절주절 떠들어댄 게 특이했습니다.
그런가보다 하고 헤어졌는데, 다음날 새벽 다섯시쯤 전화가 왔어요. 집앞에 와 있으니 나오라고.
눈꼽도 안 떼고 문밖으로 나가보니, 십미터 밖에서 손을 흔들고 있더군요. 우리집이 평창동 산꼭대기라 그 시간에 거기까지 오기 쉽지 않은 행동력이거든요.
근처에서 같이 아침 먹었는데, 제안하기를 딱 한 달만 만나보자더군요. 그러고도 자기에게 아무 감정 일지 않거든 끝내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한 달 동안 새벽에 집 앞에 와서 서울 근교 낚시터로 절 데리고 다녔습니다. 제가 바둑만큼 낚시를 좋아하거든요. 근데 한 달 후에 그와 어떻게 끝났는지가 기억에 전혀 없어요. 그것참.
어디서 제 전번을 구했는지 좀전에 문자가 왔길래 함 써봅니다. 제가 만나본 중 가장 프레쉬한 느낌의 남자였어요. ㅎㅎ
2021.04.02 17:15
2021.04.02 20:07
-저한테도 그런 일이 일어날까 두렵습니다. 아마 전 선생님보다 10만배는 더 동요할테니까요.
-코스모노트 좋네요. 우주에는 나가기 싫지만 코스모노트는 간절히 되고 싶어요.
2021.04.03 05:30
2021.04.02 22:58
2021.04.03 05:35
그가 유독 31이라는 숫자를 좋아해서 서른한 번째 애인으로 각인돼 있.... 다는 게 어제 기억났어요. ㅋ
삼년 전에 결혼했다며 가족사진을 보내줬는데 오호~ 아내가 굉장한 미인이네요. 제가 감독이라면 캐스팅해서 영화 한편 찍어보고 싶을 만큼 독특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어요. 아내가 파스타를 잘 만드니 와서 함 먹어보라는데, 이 사람 제가 밀가루 음식 안 먹는 걸 잊었나봐요.
2021.04.03 05:47
2021.04.03 02:25
저한테도 그런 마주침이 생긴다면 이 시처럼 될 거 같아요^^
환상의 빛 _ 강성은
옛날 영화를 보다가
옛날 음악을 듣다가
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구나 생각했다
지금의 나보다 젊은 나이에 죽은 아버지를 떠올리고는
너무 멀리 와버렸구나 생각했다
명백한 것은 너무나 명백해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몇 세기 전의 사람을 사랑하고
몇 세기 전의 장면을 그리워하며
단 한 번의 여름을 보냈다 보냈을 뿐인데
내게서 일어난 적 없는 일들이
조용히 우거지고 있는 것을
보지 못한다
눈 속에 빛이 가득해서
다른 것을 보지 못했다
2021.04.03 05:35
2021.04.03 05:47
하아~ '초록색 한해 여름이 아닌 게 현실이면 어떠랴'
2021.04.03 05:43
이 시 감사히 받고 (모든 시집을 다 사는 편이니 책장 어딘가에 있을 거에요.) 연상되는 시가 있어서 한 편 붙여보아요~
눈 온 아침 / 이영광
2021.04.03 05:51
2021.04.03 14:10
비 오는 오후에 이런 시를 만나다니.. 다함께 빙판길 조심하기로~
2021.04.03 08:28
아 저도 '나를 그리워한 적이 있어요?' 이런 소리좀 듣고 싶네요
2021.04.03 14:13
나를 그리워한 적이 있어요?
저는 이런 소리좀 해주고 싶네요. 근데 있어야 말이지. 어디로님 부러울따름이죠. 글마다 한두번이어야 말이지.
2021.04.03 19:36
좀전에 그가 문자로 설명해주기를... 우리가 한달을 다 못채우고 끝났대요.
이유는 그의 어머니가 우리집에 난데없는 방문을 하셨는데 롤스로이스가 떡하니 우리집 문앞에 서있는 모습을 보고 제가 이꽉물했기 때문이라고.
그 럭셔리한 차가 떡하니 우리집 앞에 의기양양 버티고 있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그가 저와의 첫만남에 가지고 나온 차가 폐차 직전의 작은 용달차였어요, 새벽낚시 다닐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그 어머니가 며느리감 재목 감수하러 오셨던가 본데, 그것도 어이없었으나, 모자의 자동차가 보여준 불협화음에 제가 엄청 분노했던 걸 거라고....
기억납니다. 근데 이런 사실이 왜 저의 기억 저편으로 까마득히 사라져 있었던 걸까요. (제가 너무 대충 사는 건가요?)
2021.04.03 21:45
단편 영화에서 케이블드라마로 마무리 된 거 같아요. 제목은 용달차에 태운 롤스로이스^^
2021.04.04 02:42
하하 . 별 얘기 아닌데 히스토리를 읽어내는 그날님만의 감성이 확실하게 있나 봅니다. - -
그가 22개월 된 아들 사진 보내며 한마디 적었더라고요. "얘가 성질부릴 때마다 니 생각이 났다. 그러니 같이 키워보자~"
이런 억울한 소리까지 들어야하다니. 그것참.
골질하느라 큰대자로 땅바닥에 누워 있는 사진이던데 뭐 아이의 성향은 짐작이 되더만요.ㅋㅎ
2021.04.04 07:13
2021.04.04 10:00
에이~ 저와 다시 연결된 게 좋아서, 여전히 저를 신뢰한다는 뜻에서 요래조래 해보는 말이잖아요. 놈놈 그럼 앙대용~
2021.04.04 1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