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연히 홍콩 영화이고 1997년작입니다. 올레티비 vod로 봤는데 상영 시간은 90분도 안 되게 짧구요. 스포일러는 없게 할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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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이 영화 포스터들 중 가장 훌륭하고 보기 좋은 버전입니다. 정말입니다.)



 - 시작은 마카오입니다. (그러고 보면 홍콩 영화에 유독 마카오-홍콩을 오가는 범죄물이 많네요. 두기봉 영화들도 그렇고.) 깊은 밤 두 여인이 그 중 한 여인의 집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성매매 여성들이네요. 집 주인이 신나서 본인 인생사를 늘어놓는 가운데 다른 한 명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집을 이래저래 둘러보다가... 수다쟁이 여성에게 묻습니다. "너, 친구 하나도 없다는 거 진짜야?". "응. 내가 죽어도 아마 아무도 모를 걸? 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람이 말조심을 해야죠. 그래서 그 분은 바로 살해당합니다. 당연히 살인자 쪽이 오천련이고, 처절한 살해씬 후로 이 분은 광속으로 침착해져서는 그 집을 차근차근 뒤지며 자신이 죽인 여성의 신상 정보를 모아요. 그리고는 홍콩으로 건너가 치밀한 준비와 나름 괜찮은 작전대로 방금 자신이 죽인 여성의 신분으로 전환에 성공합니다.

 그런데 오천련씨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다시 또 성매매를 하면서 이번엔 남성을 물색합니다. 그래서 그 중에 뭔지 모를 본인 조건에 맞아 보이는 남자 하나를 찾아서는...



 - 원래는 두기봉 영화를 하나 더 보려다가, '블라인드 디텍티브'가 아직 유료이길래 이걸 돈을 낼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 아래 뜨는 '이거 본 사람들이 많이 본 영화' 목록에서 발견했어요. 일단 제목부터 임팩트 있지 않습니까? '공포계'라니, 뭔진 몰라도 되게 쌩뚱맞고 허접해 보이잖아요. ㅋㅋㅋ 거기에다 올레티비에서 사용하는 포스터 이미지도 진짜 허접하게 걸작이어서 (맨 처음에 올려 놓은 저겁니다) 망작 좋아하는 제 눈길을 하도 화끈하게 잡아 끌어서 안 볼 수가 없었어요. 물론 무료이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네이버 검색 기준으로 두기봉, 임설이 언급되고 무려 이름이 원빈(!)인 사람도 나오길래 일단 그냥 봤죠. 네, 그렇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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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로 괜찮은 포스터.)



 - 그래서 결론(?)이 뭐냐면... 이게 밀키웨이 제작 영화입니다. 그래서 제작자 이름에 두기봉이 올라 있지만 그 뿐이구요. 원빈씨는 당연히 동명 이인인 홍콩 배우였구요. 임설... 은 나오긴 합니다. 근데 카메오처럼 막판에 잠깐 얼굴 비추는 게 다에요. 97년 당시 임설씨의 위치를 생각하면 카메오라기보단 그냥 단역으로 나오신 거였겠죠. 결론은 저희가 잘 모르는 감독이 각본 쓰고 연출한, 그냥 오천련이 나오는 싸이코 스릴러물이었던 것.


 하지만 사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여러분들 홍콩 탑 여배우가 나오는 연쇄 살인 스릴러물을 얼마나 보셨나요. 그것도 그 탑 여배우가 살인자인 영화를요. 뭣보다 홍콩 영화들 중에 이런 식의 어두침침한 살인 스릴러물이 얼마나 되나요. 이거 심지어 고어씬까지 나오는 본격 연쇄 살인물이거든요. 이 정도면 레어함으로 거의 탑클래스에 가까운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득템의 마음으로 즐겁게 끝까지 봤습니다. ㅋㅋ



 - 안타깝게도 완성도는 상당히 허접합니다. 미장센은 그냥 홍콩 영화 기준 B급 이하로 대충 막 찍은 느낌에 편집도 툭툭 끊어지고, 배우들의 연기 퀄리티도 그리 높지 않은 가운데 오천련도 꽤 애를 쓰긴 하지만 훌륭한 정도까진 아니구요. 음악 사용도 촌스럽기 그지 없고 스토리도 (당시 홍콩 영화답게) 중간중간 신파가 끼어들어 맥을 끊어 먹어요. 한 시간 이십 몇 분짜리 영화인데 체감 관람 시간은 두 시간 이상 가는 느낌. 게다가 이게 또 한국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한 걸 구입해다 틀어주는 거라 엄청난 블러 러시를 감당해야 합니다....


 도무지 괜찮은 영화라고 남에게 추천해줄 수 없는 그런 물건인데, 근데 전 또 어떻게 재밌게 봐 버렸네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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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포스터만큼의 완성도와 재미를 보장합니다?)



 - 일단 오천련의 살인자가 좀 그럴싸합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연기가 좋은 건 아닌데, 그래도 오천련의 그 곱고 여리여리한 비주얼로 각종 흉기를 휘두르고 썩소를 날리며 사람 죽이고 시체 처리하는 풍경 자체가 기묘한 느낌을 주거든요. 간단히 말해 타이틀롤 캐스팅 하나만으로도 상당히 먹어주는 영화인 거죠.

 

 그리고 스토리가 '아이디어'는 의외로 나쁘지 않아요. 그러니까 이게 결국 사람 죽여서 신분 갈아타고 숨어서 사는 여성 살인자 이야기인데... 뭔가 떠오르지 않습니까. 네, '화차'요. 그게 원작 소설이 1992년에 나왔으니 영향을 받았을 거라고 짐작해볼 수도 있겠네요. 이 영화도 나름 당시 기준 홍콩과 중국의 관계, 당시 사회상 같은 걸 아주 살짝 얹어서 전개되는 이야기거든요.

 

 그리고 초반 이후 스토리 전개나 장면 연출, 국면 전환에도 나름 괜찮은 아이디어들이 좀 있습니다. 중간중간 끼어드는 신파들이 지루하고 맥빠지긴 해도 클라이막스에서부터 엔딩까지의 전개에는 또 그런 신파가 드러나지 않으면서 제대로 살벌, 건조하구요.


 솔직히 중간엔 한 번 졸았고 그래서 이틀에 걸쳐 나눠 봐야 했습니다만. 그래도 나름 재밌게 봤어요. 이 각본을 원안 삼아 지루하고 늘어지는 설정들 좀 쳐내고 좀 더 매끈하게 찍을 줄 아는 감독을 기용해서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느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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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자 오천련씨!)



 - 결론은 뭐. 당연히 추천작은 아닙니다. 그간 제 글 많이 읽어보신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제가 재밌게 봤다는 건 영화의 완성도와 별로 상관이 없는 경우가 많고 이 영화도 매우 그래요. 그러니 굳이 찾아보진 마시구요. ㅋㅋㅋ

 그래도 오천련이 썩소 날리며 이렇게 저렇게 사람을 죽이고 때리고 괴롭히는 싸이코 스릴러... 가 궁금하시다면 말리진 않겠습니다. 하하. 90년대 홍콩 영화 쪽에선 상당히 보기 드문 아이템이라는 건 사실이니까요.

 



 + 우리 '원빈'씨는 구수한 느낌의 아저씨 배우였는데요. 중간에 갑자기 '난 무술을 익혔다고!' 라는 드립을 날리며 갑자기 아주 간소한 홍콩식 액션을 보여줘서 분위기를 깨는, 본의 아닌 웃음을 주십니다만. 커리어를 검색해보니 액션 스턴트 배우였고 지금은 무술 감독 하며 지내고 계시네요. ㅋㅋ



 ++ 이 영화의 네이버 정보에는 임설이 적혀 있는데 imdb에는 없어요. 그리고 위에서 언급했듯이 임설은 실제로 등장을 하죠. 가끔 이렇게 마이너한 아시아 영화 정보에서는 네이버가 imdb를 이길 때가 있습니다. 정말 가끔은요.



 +++ 꽤 강한 고어씬이 몇 번 나옵니다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무려 '화면 전체 블러'라는 무시무시한 편집 신공으로 시청자들의 멘탈을 챙겨주는 친절한 영화... 아니 친절한 케이블 채널 방영작이거든요. 진짜 이런 건 처음 봐서 처음엔 영화에 원래 적용된 효과인 줄 알았습니다. =ㅅ=



 ++++ 제목의 '공포계'는 대체 뭔 뜻인가... 하고 좀 찾아봤어요. 앞의 두 글자는 문자 그대로 '공포' 그게 맞는데 끝글자 '계'는 닭 계자거든요. 공포의 닭(...) 암튼 그렇게 검색했더니 어떤 분 블로그에 '계는 성매매 여성을 뜻하는 속어 내지는 은어 비슷한 것'이라는 얘기가 있더군요. 물론 이 분 주장의 정확성은 전 평가할 수 없습니다. ㅋㅋㅋ 영어 제목은 그저 심플하게 'Intruder'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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