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디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계정을 살렸습니다. ㅋㅋ 에피소드 여덟개, 편당 44분쯤 되는 작품이고 지금 1시즌만 완결된 상태지만 3시즌까지 제작이 확정된 상태에요. 결말 스포일러는 없겠지만 첫화의 마지막 장면 이야기는 할 생각이니 아예 깨끗하게 스포일러 피하고 싶으신 분들께선 읽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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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바람막이용 고글이 아무리 봐도 울트라맨 눈깔 같아서 웃겨요.)



 - 시대는 뭐 그냥 대충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그냥 '지금, 현재'를 살지만 쌩뚱맞은 미래 기술 내지는 초과학 아이템들이 정부 기관에 의해 마구 사용되는 현재에요. 암튼 이 세상엔 히어로가 상식이고 외계인, 괴물, 초인들이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와서 행패를 부리고 도시를 파괴하는 세상이죠. 정부에서는 그 중에서도 가장 유능한 히어로들을 모아 팀을 결성시켜서 직접 관리하며 부립니다. 그 중 최강은 '가디언즈 오브 글로브'라는 팀인데, 이 역시 상황 따라 멤버는 바뀔 수 있죠.

 근데 또 그 와중에 이 히어로들은 정체를 숨기고 일하는데, 본인이 원하면 얼굴을 그냥 드러내고 활동해도 사람들은 못 알아봐주는 편리한 세계관입니다. ㅋㅋ


 주인공은 '마크'라는 고딩인데, 가디언즈 오브 글로브와 함께 일하지만 정부 소속을 거부하는 프리랜서이자 출신은 외계인인 지구 최강 히어로 '옴니맨'의 아들이에요. 아직 힘을 각성 못해서 학교에서 건달한테 얻어 터지며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지만 대략 성인 나이쯤에 힘을 얻게 된다는 아빠별 혈통대로 결국 히어로가 되고. 본인이 스스로 만들어 붙인 이름이 작품의 제목인 '인빈시블'입니다.


 뭔가 상콤발랄한 하이틴 코미디처럼 발랄하게 전개되던 이야기는 1화 마지막에 급반전을 맞이하는데, 그게 무엇인고 하니 '가디언즈 오브 글로브'를 비상소집한 주인공 아빠가 한 마디 설명도 없이 그냥 갸들을 뚫고 자르고 으깨고 토막내면서 다 죽여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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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와 아들의 평범한 캐치볼 놀이 시간. 다만 공을 지구 반대 방향으로 던지는 게 포인트입니다. ㅋㅋ)



 - 직접 보기 전, 다른 분들의 소개글만 읽었을 땐 뭔가 전통적인 히어로물을 비틀고 비꼬는 류의 메타 히어로물 내지는 풍자극 같은 걸 상상했었죠.


 음. 뭐 대충 비슷해 보이긴 합니다. 찌질하고 모자란 히어로들 많이 나오구요. 멀쩡한 히어로라고 해도 막 강력한 멘탈의 사명감 넘치는 도덕적 히어로 같은 건... 첫 회에 거의 다 죽고 시작하구요. ㅋㅋㅋ 뭣보다 이쪽 세계의 수퍼맨 같은 존재로 실제 능력도 수퍼맨과 흡사한 킹왕짱 넘사벽 원탑 히어로가 검은 속셈을 숨긴 빌런이었다!!! 라는 설정도 그렇게 막 전통적이진 않죠. 같은 아마존의 모 드라마 때문에 흔해 보이긴 하지만 게다가 고어도가 상당합니다. 쓸 데 없이 자주 나오는 건 아닌데, 나올 때는 정말 화끈(...)하게 나와요. 다른 땐 괜찮은데 히어로들 싸움 내지는 괴물 습격에 휘말려 희생되는 민간인들의 모습을 고어로 보여줄 땐 좀 부담스럽더군요.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같은 아마존의 '더 보이즈'처럼 막나가진 않습니다.

 히어로들은 앞서 말했듯이 '평범한 인간 수준'으로 좀 모자란 구석은 있어도 대부분 선한 의도를 갖고 일하는, 어쩌다 수퍼 파워를 갖게 된 평범한 사람들 정도로 묘사되고. 그렇게 막나가는 위악적 설정이나 묘사는 거의 없어요. '이쯤되면 좀 심심해할 테니 고어 액션이나 잔뜩 보여줄까?'라는 식의 장면도 없다시피 하구요. 그리고 이 작품은 이렇게 가는 게 맞아요.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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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의뭉스러운 애, 성격 별로인 애, 그냥 별 존재감 없는 애 등등이 있지만 특별한 악인은 없는 구성)



 - 이 작품이 기본적으로 그냥 전통적인 히어로물이기 때문입니다.


 '더 보이즈'는 말하자면 자본주의와 결탁한 수퍼 파워 불한당들 치하에서 신음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반란기... 같은 내용이잖아요. '안티 히어로물'이라고 해야 하나요. 암튼 그래서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아무 능력 없는 평범한 인간들이었고, 히어로들의 수퍼 파워는 인간들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묘사되죠. 그 세상은 오히려 초인들이 다 사라져야 평화로워질 세상이에요. 


 하지만 '인빈시블'의 지구가 처한 상황은 그 반대죠. 애시당초 히어로들의 수퍼 파워 없이는 유지가 불가능합니다. 시도 때도 없이 쳐들어오는 괴상한 존재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얘들은 평범한 경찰이나 군대로는 전혀 해결이 안 되니까요. 그러니 수퍼 파워를 부정적으로 묘사할 이유가 없죠.

 그래서 주인공부터가 전통적인 (그리고 매우 강력한) 히어로로 설정이 되어 있고 우리는 이 양반을 응원해야 합니다. 외계인 피가 섞인 혼혈의 수퍼 파워 소유자이지만 멘탈은 지구인으로서 지구와 지구인들을 지키려는 순수한 마음으로 가득한 젊은이!!! 장하다 인빈시블! 지구를 지켜라!!!!


 당연히 그게 무슨 문제라는 건 아니구요. 그냥 그런 작품이란 얘깁니다. 조금 독특한 고난과 딜레마에 빠진 주인공을 다루는 전통적 히어로물. 그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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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진짜 히로인인가!!! ...라지만 보나마나 주인공은 나중엔 오른쪽과 연애 하겠죠)



 - 그리고 동시에 하이틴 성장물인 것도 맞습니다. 성장물인 척 하다가 다른 장르로 트는 작품이 아니라 그냥 성장물이에요. 주인공 아빠로 인해 벌어지는 끔찍한 막장극 역시 주인공의 성장을 이루는 통과 의례 중 하나구요. 가만히 보면 어두컴컴 음모와 고어 액션보다 오히려 주인공이 힘을 얻고, 고민하고, 친구들이랑 갈등하고 고생고생하며 연애도 하고, 싸우고 화해하고 오만해졌다가 정신차리고... 등등의 전형적인 성장물 스토리가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보입니다.


 솔직히 전 이 성장물 요소가 다크&고어 스토리보다 훨씬 재밌었어요. 다루는 이야기는 전형적인데 센스가 좋거든요. 인물들 관계 묘사도 괜찮고 캐릭터들도 전형적인 듯 하면서 살짝씩 개성도 있고 재밌어요. 센스 있는 대사들도 많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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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맘에 들었던 캐릭터. 뻘하게 웃겨서 좋았어요.)



 - 장르 얘긴 그만하고 다른 쪽으로 넘어가면... 아니 뭐 그냥 재밌게 잘 만들었습니다. ㅋㅋㅋ 


 다들 하시는 말씀이지만, 처음엔 그림체 때문에 좀 난감합니다. 단순히 양키 센스가 아니라 그림이 딱 보면 '한국 업체에 하청 준 미국 애니메이션' 그림이에요. 그리고 여기에 붙는 한 가지 단서는 하청의 목적이 원가 절감(...) 그러니까 솔직히 전반적인 작화 퀄리티가 구린 건 아니지만 동시에 그리 고퀄도 아니고 특별한 개성 같은 것도 안 느껴져요. 


 하지만 다행히도 화면 연출이 아주 좋습니다. 장르 특성상 액션씬이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그것들 연출이 좋아서 살짝 아쉬운 작화를 충분히 극복해주네요.

 특히 마지막화의 싸움 장면이 압권인데 음... 이건 마블이든 디씨든 도저히 영화로는 만들 엄두도 못낼 장면들이 와장창 나와서 맘에 들었습니다. 그만큼 어마어마한 고어파티이기도 하지만요(...)


 히어로&빌런들이 엄청 많이 나오다 보니 개성 있는 스킬들 쓰는 캐릭터들 구경하는 재미도 좋구요. 


 이야기 전개도 계속해서 호기심 자극하며 쉴 새 없이 달리는 식이라 어제 낮에 보기 시작한 걸 밤에 끝내버렸어요(...)


 뭣보다 드립력이 상당합니다. 별 거 아닌 평범한 전개에서 대사 때문에 웃는 경험을 많이 했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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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엔 무개성 근육 빌런이었는데, 나중엔 정들더군요. ㅋㅋㅋㅋ)



 - 그래서 아주 만족스럽게, 즐겁게 잘 봤습니다만. 제 취향에 영 안 맞는 부분이 좀 크리티컬하게 박혀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이건 완성도 문제라기보단 그냥 개인 성향 문제인 것인데요.


 일단 마지막 화에서 밝혀지는 '아빠의 사연'이 너무 구렸어요. ㅋㅋ 제가 어벤져스 시리즈 냉담자가 되는 게 아주 큰 공을 세운 게 바로 타노스, 정확히는 타노스의 동기였는데요. 그 '아빠의 사연'이 제겐 타노스의 동기와 거의 동급으로 구리게 느껴지더라구요. 음... 근데 이건 뭐 수퍼 히어로 코믹스들의 세계관에 익숙하신 분들이라면 전혀 아무 문제 없을 부분이긴 한데. 어쨌거나 전 너무 별로였습니다. ㅋㅋㅋ 그래서 막판 전투에도 감정이 별로 안 살아났구요.


 그리고 이건 정말 쓸 데 없는 부분인데요. 일단 8화로 이야기가 일단락 되고, 끝나기 전에 다음 시즌 떡밥들이 와장창 보여지는데... 그게 아무리 봐도 시즌 1보다 재미가 없을 것 같아 보이더라구요. 가뜩이나 결말도 클리프행어까진 아니어도 '이제부터 시작이다!'식 결말인 데다가 다음 시즌과 그 다음 시즌까지 확정인데... 재미 없어 보임!!! ㅋㅋㅋ



 - 제 결론은 대충 이렇습니다.

 상당히 잘 만든 히어로물입니다. 캐릭터도 매력적으로 잘 살아 있고 액션도 좋고 유머도 좋고 이야기 전개도 좋아요.

 양키 센스 그림체나 고어 표현에 거부감이 없으신 분들, 히어로물 자체를 싫어하지 않는 분들이라면 대부분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거에요.

 '의외로 전통적'인 히어로물이라는 거. 완결이 아니라는 거... 이 두 가지 정도만 감안하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전 다음 시즌은 그냥 보지 말까 생각 중이지만, 어쨌거나 지금 요건 아주 재밌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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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마 고어짤을 올릴 순 없어서 이 정도로 타협!)



 + 듀플리-케이트라는 캐릭터가 나와요. 평소엔 그냥 케이트라고 부르는데 작명 센스가.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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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메이션에선 언급 안 된 걸로 기억하는데, 본명은 따로 있네요. '케이트 차'라고 합니다)



 ++ 저승에서 온 악마 캐릭터가 나오는데 직업(?)이 탐정입니다. 근데 들고 다니는 수첩이 아무리 봐도 이블데드의 그...



 +++ 마지막에 '미국 수돗물의 비밀' 드립이 나오죠. 한국으로 치면 선풍기 괴담 비슷한 건가 봅니다. ㅋㅋㅋ



 ++++ 이미 다들 아시겠지만 괴이할 정도로 한국과 관련이 깊은 애니죠. 보니깐 감독이 주인공 성우를 스티븐 연으로 캐스팅하게된 게 먼저고, 거기에 맞춰서 캐릭터 인종을 설정했다네요. 덕택에 주인공 캐릭터가 한국계, 아빠는 외계인이니 엄마가 한국계가 되어서 산드라 오 등판. 그리고 애니메이션 제작을 한국 스튜디오가 맡아서 크레딧에 한국인 이름이 왕창왕창.



 +++++ 글 다 적고 나니 정말로 다음 시즌은 안 봐도 되겠다 싶어서 걍 인터넷 뒤져서 이후 스토리를 찾아봤는데요.

 흠. 계속 호평 들으면서 시즌 이어가려면 스토리를 대폭 변경해야겠다 싶네요. 일단 너무 길기도 하고, 또 그렇게 길게 연재한 히어로물답게 전개도 갈 수록 더 막장이구요. ㅋㅋ 뭣보다 주인공이 지구 밖을 너무 헤매고 다니네요. 큰 수정 없이 그대로 만들면 정말 재미 없어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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