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얘기가 없길래

2021.09.18 18:26

woxn3 조회 수:1188

기획이 굉장하죠. 일본 만화에나 나오는 설정을 그대로 사용한 한국 드라마라니. 게다가 거기 이정재가 나온다니.


막상 이정재가 드라마랑 잘 어울렸는가 하면 저는 잘 모르겠더군요. 연기를 못하거나 했다는 게 아니라 배우랑 배역이 좀 잘 안맞지 않았나 싶어요. 좀 더 젊고 좀 덜 알려진 배우가 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정재가 주연이라서 이 드라마의 기획이 대단해 보이는 건 또 사실이에요. 배우들이나 사용된 세트를 보면 대형 작품이라서 더 굉장. 한국 드라마 컨텐츠 판이 참 많이도 변했다 싶네요. 투자자가 넷플릭스가 아니었으면 제작될 수 없었겠죠.


또 한 번 막상 이정재-박해수 이야기는 고만고만 했어요. 오히려 한미녀-장덕수 커플이 주인공 같더라구요. 진주인공이 따로 있다는 점도 한국발 넷플릭스 컨텐츠의 전통이 되어 가는가봅니다. 그 중 한미녀를 연기하신 김주령님은 조별과제서 능력 없는 조원들을 어떻게 해서든 캐리하려는 조장 같아서 안쓰러울 지경이었네요. 그러나 정작 그 자신의 능력도 A-에서 B+정도... 그리고 중반에 불쑥 등장하는 이유미 씨는, 장덕수 캐릭터도 그랬지만, 본인의 이전 출연작에서 산 인생을 계속 살다 결국 오징어 게임까지 오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각본은 많이 엉성했습니다. 전체적인 진행이나 주요 장면을 미리 설정하고 각본을 쓴 건지 장면마다 개연성도 아쉽고 인물들도 쟤가 갑자기 왜 저러나 싶은 순간이 많았어요. 하필이면 정서적으로 최고조일 때 그렇게 되는 순간이 많더군요.


18금으로 기획되었고 주요 소재가 되는 게임들 자체가 그렇긴 하지만 수위 높은 장면이 꽤 나옵니다. 하지만 대놓고 노린 기획 치고는 심심했어요. 본격 고어 물로 생각하면 귀여운 수준이죠. 설정된 게임의 정서적인 파급력을 생각해 보면 실제 비주얼은 거기에 미치지 못한 게 아닌가 싶네요. 그래서 배우들의 호연이 더 안타깝더군요. 선정성이나 폭력성보다도 정서적으로 가장 불편해지는 장면은 VIP들이 등장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정서를 시리즈 전반에 좀 더 강하게 깔았어야 했다고 생각해요. 일본식 그로테스크 장르에 K-정서를 끼얹었는데 그게 좀 덜 섞인 것 같았네요.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한 거 같습니다. 의도적으로 조절한 걸수도 있겠죠. 


완성도로 보면 아이디어로 밀어 붙이는 일반적인 넷플릭스 시리즈 정도 아닌가 싶네요. 그리고 확실히 넷플릭스의 취향이 베어 있는 작품이었어요. 이러나저러나 끝날 때까지 괜찮은 때깔이 유지되어서 볼만은 했습니다. 회수되지 않은 떡밥도 꽤나 흥미로웠어요. 100%의 만족은 아니었지만 오징어 게임의 스타트로 이런 과감한 한국발 작품이 많아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실제로 내년에는 더 많아질 분위기이기도 하구요.


그나저나 오징어 게임 룰은 설명이 두 번 정도 나오는데도 도저히 모르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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