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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작인 <팬텀 스레드>를 하도 감명깊게 봐서 기대를 하고 갔습니다. 그런데 그런 부류의 영화는 아니더군요. <팬텀 스레드>가 꽉 틀어막힌 실내에서 단 세명의 대결과 화합을 번갈아가며 다룬다면 <리코리쉬 피자>는 계속해서 새로운 인물들과 엉킵니다. 그래서 좀 정신없기도 하고 그 산만함을 나름 즐겼습니다. 나중에 정성일 평론가의 평을 들으니 아직 저의 내공이 부족한 탓에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라는 결론을 겸허히 받아들였습니다. 그렇다고 아주 어렵거나 뭔가 상징적인 영화는 아닙니다. 이 영화는 누가 봐도 그냥 남자주인공이랑 여자주인공이 계속 티격태격하면서 연애를 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의 리듬이 끝내준다는데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먼 훗날 다시 보는 수 밖에 없겠네요.


다만 이 영화가 뭔가 영화같지 않다는 생각은 했는데 그게 또 감독의 의도라고 하더군요. 일부러 미드 시즌 1처럼 만든 거라고. 뭔가 이야기에 딱 꽂을 만한 기점이 없습니다. 왜 갈등이 있으면 그 갈등을 극복하고 일단락되는 그런 게 일반적인 시나리오일텐데, 저는 이상하게 개운치 않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느낌을 받으셨다면 오히려 영화를 정확히 본 것일수도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평론가님 말로는 그게  PTA 의 가장 큰 개성이랍니다. 찍을 수 없는 건 안찍어버리니까 관객 입장에서 찍히지 않는 것을 미스테리하게 여길 수 밖에 없다고.


처음에는 피자 이야기인줄 알고 보러 갔습니다. 전 피자를 좋아하니까요. (치킨 파들에게는 여전히 한때의 유행에 너무 심취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고 있습니다 ㅎ) 그런데 이 영화에 피자는 전혀 안나옵니다. 리코리쉬 피자는 LP 판을 뜻하는 은어랍니다. 리코리쉬의 L 과 피자의 P 이렇게 앞글자를 따서 읽으면 LP 가 되니까요. 우리나라에도 이런 식으로 뭔가를 돌려돌려 말하는 그런 은어가 있었던가 싶네요. 아, 영화 가운데에 한국 영화 제목도 나오는데 그건 실제로 이 영화 캐릭터의 모델이 되는 배우가 정말로 찍은 <원한의 도곡리 다리>라는 영화의 제목을 패러디한 거랍니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만들고 무려 그레이스 켈리가 출연했다고 하네요. 재미는 드럽게 없다고 하니 그냥 알고만 가시면 영화 내용을 이해하는데 좀 더 이해가 갈지도... (저는 처음에 저게 뭔 개삽소리들인가 싶어서 어리둥절해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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