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 이 글은 대한민국 최장수 장관 기록 보유 확정자이신 유은혜 교육부 장관님의 여생 폭망을 간절히 기원하는 성격의 글이라는 걸 미리 밝혀둡니다.



 - 우선 시계를 2월 7일로 돌려보겠습니다. 그 날 우리 장관님께선 이런 발표를 하셨습니다.


 "전면 등교는 반드시 지켜내야할 절대적 가치이다"

 "코로나 상황이 위중하지만 일단 전면 등교로 간다. 개학 후 원격 수업 여부는 학교에게 판단을 맡긴다. 우리는 '확진자 3%, 자가격리자 15%'라는 기준만 제시하겠다."


 그러고 며칠 뒤에 지침이 공문으로 내려왔죠. 대략 초간단 무성의하게 요약하면 이런 얘깁니다.


 1단계(두 척도가 모두 기준 이하) : 정상 수업. 

 2단계(하나의 척도만 기준 초과)  : 이동 수업 중지를 제외하곤 정상 수업.

 3단계(두 척도 모두 기준 초과)    : 학교장 판단 하에 부분적 원격 수업 실시 '가능'.

 4단계(3단계보다 심화된 상태)    : 뭐 학교가 알아서 하렴. ㅇㅇ


 덧붙여서 학교로 진단 키트 보내줄테니 교사가 나눠주고 애들 일주일에 두 번씩 검사한 후 등교하게 하란 얘기도 있었죠.



 - 며칠 후, 학부모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일주일 2회 검사'는 의무에서 '적극 권장'으로 변신이 됩니다.

 사실 뭐 눈가리고 아웅이었죠. 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결국 '적극 권장'이라는 건 다 하게 만들라는 얘기거든요. 그거 나눠주고 시키고 확인하고 보고하는 건 교사 일인데, 교사들 입장에선 이게 원래 계획대로 '의무'가 되는 것보다 더 짜증나는 상황이었고... ㅋㅋ


 그리고 또 시간이 지나 21일.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3일 전이자 개학 10일 전, 교육부에선 부랴부랴 또 발표를 합니다. 코로나 상태가 심각하니 개학시 2주간 원격 수업 하고 싶으면 하래요. 여전히 '학교 판단'이라는 옵션은 붙습니다만, 그때 10만이던 확진자가 이제 17만을 넘겼어요. 개학 때면 20만도 가능할 텐데 배째라고 전면 등교를 시킬 학교가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렇긴한데...



 - 공식 지침이 안 내려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월 7일 발표에 대한 지침은 내려왔어요. 이미 예전에 왔죠. 그래서 학교 & 학부모들은 거기 맞춰 개학 준비를 하다가 21일 발표 크리를 맞은 건데,

 문제는 21일 발표에 대한 지침이 안 내려온다는 겁니다. 학교에서 답답한 맘에 교육청에 연락을 해봤더니 교육청 담당자 말은

 "니네 아마추어니? 보도는 보도고 일하는 사람은 지침 받은 대로 하는 거지. 그냥 전면 등교 준비하렴. ㅇㅇ" 이네요.


 그래서 오늘 오전에 학교에서 학부모 & 직원 전체 메시지로 전면 등교 방침을 안내했습니다. 아마 지금쯤 학교 전화통 불 나고 있을 거에요. ㅋㅋㅋ



 - 포인트는 두 가집니다.


 첫째로. 우리 장관님께서 3% & 15% 드립을 치던 2월 7일에도 이미 일일 확진자가 7만명대였고 가파르게 상승하던 중이었죠. 당시에 이미 전문가들은 이거 이대로 팍팍 올라서 3월엔 20만대까지 찍을 거라는 걸로 의견을 모으고 있었구요. 2월 말에 10만 넘을거라는 걸 예상 못했다면 바보인데요. 10만 넘기니 쫄아서 개학을 고작 열흘 앞두고서 계획을 바꾸는 건 아마추어도 아니고 그냥 멍청이급인 거죠.


 덕택에 일선 학교들은 이미 짜놓은 계획은 내다버리고 부랴부랴 새로운 계획을 짜야하게 되었고. 학부모들도 전면 등교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갑작스런 원격 수업 얘기에 육아 계획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특히나 어린 학생을 둔 맞벌이 부부들에겐 이거 완전 크리티컬... 게다가 내 자식이 다니는 학교의 등교 일정 안내까지 받아봐야 대비가 가능한데 교육부 발표가 열흘 전에 났으니 며칠은 더 기다려야 하고. 결국 일주일도 안 남은 시간 동안 출근시 애들 관리를 해결해야 하는 꼴이 된 겁니다.


 두번째는 바로 위에 적은대로. 언론사들 모아 놓고 폼나게 발표하시는 건 좋은데, 현장에 지침은 줘야죠? ㅋㅋㅋ 지금 일선 학교들도, 심지어 교육청도 다른 국민들과 똑같이 기사 보도 내용 밖에 몰라요. 어제 저희 학교랑 통화한 교육청 사람이 뻥을 친 게 아니라면 그렇습니다. 요 장관님 들어서 일단 언론에다 지르고 지침은 나중에 만드는 패턴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는데, 그게 개학을 코앞에 두고까지 이러니 현장은 환장합니다. 이래놓고 금요일쯤 되어서야 수줍게 지침 공문이 도착하고, 만약 그 내용이 '응, 뉴스에서 본대로 어지간하면 원격수업 하렴'이 된다면 학교 등교 방침이 또 바뀌고, 그럼 학부모들은 개학 사나흘 남겨 놓고 또 바뀐 일정을 받아야 해요. 이거 어쩔 건데요.



 - 그러니까 핵심은요. 애들 등교 시키지 말아주세요 원격수업하고 싶어요 징징징 이게 아닙니다.

 왜 이렇게 한치 앞을 못 내다보고 드립 치듯 정책 결정을 하며, 그걸 또 이렇게 쉽게 뒤집어 엎으며, 그러고선 또 왜 수습도 신속하게 안 하냐는 겁니다.


 우리 장관님 취임하신 후로, 특히 코로나 시국 이후로는 정말 꾸준히 계속 이런 모습 보이시긴 했는데, 신학년도 직전에 이렇게 사고 쳐 버리신 건 처음이라 또 아주 신선한 느낌으로 열받고 있습니다. ㅋㅋ 애초부터 전문성 모자란 장관이란 지적이 있긴 했지만 이쯤되면 전문성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기본적 능력과 노력의 문제에요. 

 듣자하니 3월에 최장수 교육부 장관 타이틀 달고 퇴임하신 후 경기도지사 도전하실 거라던데. 제발 계획대로 꼭 나오시길 빕니다. 선거 운동에 전재산 털어 넣고 낙선하시길 기원해요.




 + 사실 2월 7일에 발표한 '확진자 3%, 자가격리 15% 기준으로 학교가 결정' 정책 자체도 현장 입장에선 정말 혼이 빠져나가는 느낌의 강력한 드립이었습니다만. 그 얘기까지 하려고 하니 재미도 없는 글이 너무 길고 복잡해져서 그 부분은 생략합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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