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데블스 플랜.

2023.11.10 09:48

잔인한오후 조회 수:331

복잡하게 글 쓸 것은 없고, 다른 분들이 어떻게 봤을지 궁금해서 글을 써봅니다. 그제 어제 해서 이틀간, 첫 날은 준결승 직전까지 달리고, 둘째날은 결승까지 봤는데요. 나쁘지 않았습니다. 전의 [더 지니어스]도 시즌 1을 재미있게 봤고, 연예인들이 대거 출연한 시즌 2의 절도(?) 사건 이후로 룰 내부 공정함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서 보기 싫어져 안 봤는데 이번에는 그런 점은 없더군요. 그리고 매 주 공개되던 때와는 달리 시청자들끼리 이런 저런 이야기하고 악플 달리고 하는 점도 없어서 깔끔하도 하면서 아쉽기도 하네요. 당시 혐- 누구, 하면서 다들 혐이란 단어에 익숙해졌던 기억이 나며, 지금도 그렇게 했으면 누구는 욕 먹었겠다 싶기도 하고요.


이번 [데블스 플랜]은 사람들이 전보다 감성적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합숙의 효과가 커 보였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것보다 훨씬 더 밀착되고, 확실히 그런 부분이 감정선을 건드리더라구요. 처음애는 애인이랑 함께 보려고, 1화를 보고 재미있겠다 싶어서 일주일을 기다려 틀었는데, '너무 머리 아프다, 너무 룰이 복잡하고 설명이 길다, 그런건 삶과 직장으로 충분하다'라고 해서 컷되고 혼자 쓸쓸히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고는 이런 게임류에 몰입하는 사람들은 정말 선천적으로 다르게 태어나나 생각하게 되더군요. 보드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어김없이 이 프로를 좋아하고, 아닌 경우는 안 좋아하더라구요. 도대체 나는 왜 이런 것들에 더 몰입하고 눈물이 나는가 싶었습니다. (심지어 이번 분위기는 상금을 걸고 겨루는 분위기가 아니라서 더욱.)


제 예상과 많이 달랐던 건 곽튜브 씨였는데, 자신이 계속 이야기하듯 MZ한 사고를 그대로 반영하지 못하더군요. 적자생존을 웅변하고 비열하고 치사하게 살아남겠다고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누군가를 보호하고 그를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변하는게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제 마음 속 어떤 이의 이미지 쇄신은 그가 고통 받을 때구나 생각했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초반에 이동재 씨를 상당히 불호하게 되었는데, 나중에 고통받고 후회하는 모습들을 보며 마음이 움직이더군요. 아마 그가 계속 잘해나가고 누군가한테 잘했다고 하더라도 이미지는 쉽게 변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요즘 웹툰 같은 곳에서 악역을 '세탁한다'고 할 때 흐름을 떠올려보게 되더군요. 거기서는 그 캐릭터가 좀 더 잘 해내고 문제를 바로잡는 방식으로 과거를 정리하는데, 그런 것에는 마음이 안 따라가는 이유를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로그램 전체를 떠받드는 보수(?)와 진보(?)의 충돌도 흥미로웠습니다. '복지 모델의 실패를 보는 것 같다'에서는 피씩 웃어버렸고, '다들 공평하게 적은 피스를 가지게 되었으니 원하는 바대로 되었다'라는 말에는 뼈가 아프더군요 ㅋㅋ. 그런데 저도 이 게임 내에선 보수(?) 쪽에 더 감정이입이 되었습니다. 애초에 판 전체가 승자독식이기 때문에 다자승리가 전략적으로는 의미가 있지만 도덕적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보니까요. 하지만 도덕적 우위로 인해 소수 연합은 계속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결승을 보니, 아무래도 최대한 대본 없이 갔겠구나 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부분에 제작진의 의도가 개입되었다고 해도, 감정선의 진실성에 베팅해봅니다 ㅋㅋ. 그리고 그 감정들이 연기라고 해도, 제가 느낀 감정은 거짓은 아니었을테니까요. (아무래도 요즘 말로 너무 덜 매워서 별로였을지도.)


너무 글이 길어져가니 자릅니다 ㅋㅋ. 다들 어떻게들 보셨는지.


P. S. 저는 대신 연애 예능은 정말 보기 힘들더군요. 아직까지도 [테라스 하우스] 말고는 시즌 하나를 다 본 게 없습니다. 조금만 봐도 왜이리 힘든지 ㅋㅋ.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62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17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6254
124915 축구 ㅡ 펠릭스 [5] daviddain 2023.12.05 114
124914 티니핑을 뭘 사주면 좋아할까요? [3] 스위트블랙 2023.12.05 250
124913 이순신 3부작 마지막 편 - 노량: 죽음의 바다 메인 예고편 상수 2023.12.05 223
124912 (정보) <[Live] 2024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예매했어요. [2] jeremy 2023.12.05 264
124911 친구가 만든 패터슨의 화답같은 영화 - 빔 벤더스, 야쿠쇼 코지의 퍼펙트 데이즈(스포 있음) 상수 2023.12.05 225
124910 [영화바낭] 알아 듣기 쉬운 제목입니다. '목숨 건 스트리밍' 잡담 [6] 로이배티 2023.12.04 302
124909 에피소드 #66 [4] Lunagazer 2023.12.04 53
124908 프레임드 #633 [4] Lunagazer 2023.12.04 64
124907 한국을 떠납니다... [1] 모스리 2023.12.04 619
124906 '일베나 페미나'의 얕은 이원론적 세계관 Sonny 2023.12.04 286
124905 [달과 6펜스] 잡담 [10] thoma 2023.12.04 235
124904 비포 뉴 이어 - 줄리 델피와 에단 호크 동반 출연 영상 [5] 상수 2023.12.04 374
124903 페진요 - 넥슨 남혐손가락망상 자해공갈 사건 [7] Sonny 2023.12.04 517
124902 "[단독]넥슨 다른 ‘집게손가락’도 남자가 그렸다···입 연 뿌리" [6] 나보코프 2023.12.04 424
124901 [영화바낭] 원 테이크로 92분간 고문해 드립니다. '소프트 & 콰이어트' 잡담 [9] 로이배티 2023.12.04 356
124900 야구 봐요.아시아 선수권 대회 한국 vs 대만 19시 [7] daviddain 2023.12.03 170
124899 거짓 미투 주장하던 박진성(시인)이 2심에서 징역 1년 8개월 선고받고 법정구속됨 (11월 8일) [11] eltee 2023.12.03 700
124898 프레임드 #632 [4] Lunagazer 2023.12.03 63
124897 [커피] 에스프레소 머신을 갖게되고 즐기기 시작하다 [5] soboo 2023.12.03 376
124896 OTT 업체들의 컨텐츠 독점문제 [8] theforce 2023.12.03 37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