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2022.04.04 19:34

타락씨 조회 수:703



텍스트 버전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20156

기사가 참고하고 있는 이봉화의 '관악구 재활용품 수거 어르신들의 생활실태와 개선 방안' 연구
https://www.peoplepower21.org/Welfare/672020

---
'스캐빈저 경제'라 칭하곤 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이면을 다루는 기사. 듀게의 폐지줍는 노인으로써 지나칠 수 없다는 기분.

대구지역의 생계형 폐지수집 노인 10인을 대상으로 6일간 조사.
총 이동거리 743km, 총 노동시간 677시간, 총 소득 64.2만원.
일평균 이동거리 12.4km/인, 일평균 노동시간 11.3시간/인, 시간당 평균 소득 948원/인.

기사로부터 역산.
폐지 매입 단가를 130원/kg이라 가정할 때 수집된 폐지의 총량 약 4.9톤, 0.8톤/일, 인당 80kg/일.

2022년 고시 최저임금은 시간당 9160원.
1인 가구의 기준 중위소득은 월 194.5만원, 생계급여는 그 30%인 월 58.3만원.

---
기사는 이들 폐지수집 노인들의 노동을 공공 노동으로 흡수하여 이들의 노동이 갖는 [사회적, 경제적 가치](인재근)에 부합하는 [정당한 대가](강선우)를 지불해야 한다 주장하면서, 최저임금과 공공근로 임금 적용시의 소득과 비교하고 있으나..

이들의 소득은 노동에 대한 임금이 아닌 수집된 폐지의 시장가격에 의해 결정된 판매수입이므로, 저 비교에는 의미가 없음. 폐지수집 노동의 사회 경제적 가치를 가늠해보고자 임금노동이면서 유사한 노동형태를 띄는 환경미화 노동을 참조.

한 연구에 의하면 8시간 운행을 기준으로 청소차량 1대의 일평균 이동거리는 100km. 일 수거 폐기물 중량은 미화원 1인당 10톤 이상으로 음식물 쓰레기로 한정하더라도 3톤에 달함.
공공이 폐지수집을 전담하고 수집노동이 현행 폐기물 처리와 비슷한 효율을 낸다 가정하면, 노인들의 폐지수집에 비해 대충 10배 이상의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 이 경우 수집한 폐지의 판매수입 만으로 최저임금을 상회할 뿐 아니라 중위소득에 근접하는 임금을 지급하는게 가능.

폐지수집 노동의 '정당한' '경제적 가치'도 대충 이에 준한다 할 수 있을 것. '사회적 가치'로 얼마를 덧붙일지는 알아서들 하실 일이고.. 그래서 시장가의 10배 이상 지급하실 겁니까?

---
폐지수집 노인들이 최저임금의 1/10에 불과한 낮은 소득을 감수하면서까지 장시간 노동해야 하는 이유를 직시할 필요가 있음.
그들이 고통받는 이유는 노동이 부당하게 대우받거나 폐지의 가격이 불합리하게 낮아서가 아니라, 저 끔찍하게 소모적인 노동에 의존하지 않고는 생계 유지가 곤란해야 하기 때문.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에서 '살려는 드릴께' 까지 왔지만, 여전히 스캐빈저 경제는 사회의 요구에 의해 성립한다 할 수 있을 것.

이들에게 매달 2~30만원의 소득이 더해진다는 이유로 월 300시간씩 노동에 내몰리도록 방치하는 것도, 이들의 노동을 과다하게 보상함으로써 시장을 왜곡시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음.
최저임금과 마찬가지로, '폐지수집 노동의 정당한 보상' 어쩌구 역시 근본적으로 잘못된 접근방식.
자꾸 노동과 복지를 뒤섞는 이유가 뭘까 싶은데, 세금 내기도 걷기도 싫으면서 그럴 듯하게 생색은 내고 싶어서가 아닐까?

그냥 생계급여 인상하고 세금 더 걷지 뭔 노동의 가치는 찾고 있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41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92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932
123646 [디즈니플러스] 그래서 오늘은 당연히 '인디아나 존스' 잡담입니다 [42] 로이배티 2023.07.03 782
123645 사실 대통령실에서 매일 아침부터 자는동안에도 항상 일본한테 요구해도 부족한 판국인데(후쿠시마 오염수) [5] 상수 2023.07.03 431
123644 프레임드 #479 [4] Lunagazer 2023.07.03 109
123643 픽사의 신작, 엘리멘탈을 보고(스포있음) [6] 상수 2023.07.03 386
123642 2023 서울 퀴어퍼레이드 다녀왔습니다 [6] Sonny 2023.07.03 456
123641 '밸런트레이 귀공자' 잡담 [2] thoma 2023.07.03 185
123640 바닷물 먹방한 왜놈의 힘 의원들 [1] 왜냐하면 2023.07.03 295
123639 [넷플 최신작 추천] 니모나 [10] LadyBird 2023.07.03 445
123638 축구 선수들의 이적 사가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2] daviddain 2023.07.03 239
123637 [디즈니플러스] 애가 안 나오는 애들 영화, '레이더스' 잡담입니다 [22] 로이배티 2023.07.02 619
123636 [근조] 작가 안정효, 배우 박규채 [3] 영화처럼 2023.07.02 462
123635 영화 재밌게 보는 법 [1] catgotmy 2023.07.02 214
123634 [바낭] 내 걸 보고 싶으면 네 것부터 보여줘야지! - 웨스 앤더슨의 불가해한 여체 전시 [5] 스누피커피 2023.07.02 832
123633 intp entp intj entj catgotmy 2023.07.02 211
123632 프레임드 #478 [4] Lunagazer 2023.07.02 101
123631 오랜만에 만화잡지를 주문하고 상수 2023.07.02 209
123630 피프티피프티, 소속사 분쟁 [4] 메피스토 2023.07.02 743
123629 [영화바낭] 세기말 일제 호러 붐의 시작, '링'을 다시 봤습니다 [10] 로이배티 2023.07.02 465
123628 프레임드 #477 [4] Lunagazer 2023.07.01 121
123627 [넷플릭스] 마당이 있는 집, 잘 만든 건 알겠는데... [5] S.S.S. 2023.07.01 77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