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시장, 특히 만화 잡지 시장은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습니다.

만화의 중심도 단행본에서 웹툰으로 옮겨온 것 같구요.

접근성이나, 다양성 등 웹툰 시장도 빠질데는 없지만

아무래도 무료 컨텐츠가 대부분이고, 웹툰 작가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개선도 필요해 보입니다.

기존 만화 작가들의 진출도 눈에 띄는 모습인데요.

일단 제가 좋아하는 순정 만화 작가들의 웹툰 진출에 대해 돌아보고 싶어졌습니다.

 

 

1. 매리는 외박중- 원수연

 

가장 성공한 작품...인지는 모르겠지만, 순정 만화 웹툰 중에서는 가장 인지도가 좊았던 작품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드라마화도 됐구요.

하지만 이런 성공은 작품 자체의 힘보다는 원수연씨 기존 히트작 [풀하우스]의 후광을 입었던 게 아닌가 과감히 진단 내려봅니다.

여전히 예쁜 그림체와 세련됨을 잃지 않는 의상 등 비주얼적으로는 여전히 건재한 원수연 작가님이시고 ,

여주인공에게 갑작스럽게 생긴 두명의 전혀 다른 남편이라는 소재 자체는 재미있지만(소재는 남편 강도하 작가가 준 것이라지요.)

 

나쁘지 않은 소재를 이렇게 밖에 요리하지 못하나 실망스런 작품이었습니다.

젊은 날의 순수함과 충동이 뒤섞인 결혼을 한 무결-매리 커플이 결혼하는 과정은 쌩뚱맞게 다가오지 밖에 않고, 둘 사이 러브러브 모드도 그다지 케미스트리가 느껴지지 않았어요. 차라리 무결이는 장인이신 위대한 어른과 함께 있을 때가 훨씬 알콩달콩 합니다. 풀하우스의 재치발랄함의 절반도 따라가지 못했어요.

드라마화 된다면 이 소재를 좀 더 재미있게 살려주지 않았나 싶었지만, 화려한 캐스팅에도 차라리 원작이 났다는 다수의 중론으로 끝났고.

많은 가능성과 작가의 역량이 사라진 듯해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었습니다.

 

 

2. 보톡스- 황미나

 

만화계의 대모 황미나 작가의 작품입니다.

중년 or  노년에 찿아온 새로운 삶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킨 젊은 청춘과의 사랑...개인적으로 이런 환타지 정말 싫어합니다.

[밀레니엄]도 이 부분이 정말 마음에 안들었고 (루니 마라가 그렇게 쉬운 여자냐!), [파라오의 연인]도 그래서 싫어했단 말입니다.

 [보톡스]의 강은영은 아무래도 중년 환타지라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캐릭터예요.

아무리봐도 이 캐릭터에게서 비주얼적이나, 인간적인 매력이나, 하다 못해 중년 특유의 매력마저도 정말 찿기 힘들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고민을 안고 있는 듯 하지만 정작 살펴보면 진부한 주인공의 고민도 그렇구요.

황미나 작가의 연출력은 여전하지만( 은영이 처음 번개하는 장면은 모처럼 조마조마 가슴 졸이며 본 장면입니다.)

작품 내적이나 외적으로나 실망스러운 작품이었어요. 시크릿 가든 표절 소동은 아무리 감싸고 보려해도 코메디였구요.

황미나 작가가 손수 메가폰을 잡고 영화화도 한다는데 그럴만한 작품인지도 의문입니다.(차라리 영화화 할꺼면 [슈퍼트리오]에 한표)

 

 

3. 천계영-드레스 코드

 

작품에서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는 작가답게 가장 웹툰스러운 작품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이힐을 신은 소녀]나 [예쁜 남자]도 웹에서 연재됐고, 본격 웹툰은 [DVD2], [드레스 코드]가 다음에 연재가 됐습니다.

[DVD2]는 대부분의 속편이 그러듯 [DVD1]의 포스를 따라가지 못한 것 같고, 다소 성의없어 보이는 트위터씬 같은 파격 시도로 원성도 좀 샀었지요. 

반면 [드레스 코드]는 아예 웹툰답게 그림체도 바꾸어 연재한 작품인데요.

발벗고 뛴 작가의 노고와 통찰력 있는 패션 팁도 주어주어 괜찮게 본 작품이었습니다.

애니메이션 짤빵 같은 웹툰의 묘미를 살린 부분도 있구요.

더 보여줄 게 많을 것 같은데 1시즌 끝나고 소식이 없네요. 작가님이 바쁘신지. 

 

 

 

4. 크레이지 커피 갯- 최경아

스토리는 남편 엄재경 분이 쓰셨습니다. 커피에 대한 상식+ 순정만화의 의도로 기획한 것 같은데.

스토리 작가님이 충분한 순정만화에 대한 이해가 있는지도 의문이고, '적당히 이렇게 섞으면 되지?'하는 듯한 나태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스토리 전개.

커피에 대한 구구절절한 서술과 사내 연애 이야기가 완전 따로 놀구 있어요. 게다가 연애 이야기는 점점 억지 막장으로 흐르는 듯 합니다.

차라리 최작가님이 직접 스토리 쓰시지 그랬어요하는 생각도.

 

 

 

5. 설희-강경옥

 

이 만화는 웹툰으로 봐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팝툰]에 연재되던 작품이, 잡지가 없어지면서 웹툰으로 옮겨온 사례입니다.

그래서 만화 자체도 거의 단행본과 다를 바 없는 형식입니다.

여전히 건재한 강경옥 작가님의 스토리 내공과 연출로 또다른 작가의 대표작이 되지 않을가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습니다.

오히려 드라마화나 영화화는 이 작품이 되는게 더 낫지 않을가 생각도 들구요.(개인적으로 설희 역엔 임주은씨 추천)

초반의 단행본 분량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웹툰 연재에 들면서, 약간 뜨끈 미지근해진 느낌은 받고 있습니다.

작가님 믿고 아직까지 애정하는 작품입니다.

 

음...쓰다보니 너무 공격적인 평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웹툰에서, 예전 단행본 시절 만큼의 능력을 발휘한 작가님은 별로 없으신 것 같해요.아직 적응 기간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순정 만화는 이래서 별로야'라는 불평을 불러올 수 있겠다 싶은 악습같은 부분이 더 두드러진 부분도 있구요.

그래도 이런 부족한 부분을 극복하고 웹툰에서 순정만화 작가님들이 더 활약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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