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vop.co.kr/A00001614558.html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서 우생학의 가장 큰 실패로 소개했던 사례를 이렇게 뉴스 기사로 다시 접하니 무섭습니다. 이 불임시술이란 여성의 자궁을 적출해서 임신을 할 수 없는 몸으로 만들어버리는 방식입니다. 이 시술에서 궁극적인 말살의 의지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겠지만 일종의 불구를 만들어버린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불구가 시술피험자의 육체 자체보다 그 피험자가 미래에 실현할 수 있는 의지를 향한다는 점에서 끔찍합니다. 이 불임시술이 '다시는 아이를 낳을 수 없게끔' 일종의 운명을 안긴다는 점에서 이런 시술자들이 얼마나 신의 권능 비슷한 것에 취해있는지를 곱씹어보게 됩니다.


동시에 이 불임수술은 브레이크가 걸린 것 같다는 느낌도 줍니다. 자식을 낳을 권리를 박탈당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그 사고방식은, 사실 자식을 낳는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못마땅하게 구는데 그 형벌을 일단은 거기까지만 그치고 있는 것 같다는 의구심이 듭니다. 자식의 존재를 허락하지 않는 사람들이, 그 존재 자체는 허락할 수 있을까요. 부모의 존재를 근거로 자식은 태어나면 안되는 존재로 낙인찍는 이 논리의 끝에는 결국 말살에 대한 강한 원념이 있습니다. 굳이 그 사례는 말 할 필요도 없겠지요. 인류는 이미 어떤 존재를 민족성이나 장애, 성애 등의 요소로 싸그리 죽여버린 이력이 있으니까요.


툭하면 인류의 인권의식이 백스텝하려는 조짐이 보이는 요즘 이런 기사를 보니 더 심란하네요. 아이를 낳든 안낳든, 자기 몸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당했다는 점에서도 이 사건은 충분히 충격적입니다. 조금만 악의를 가지고 있다면 적출하는 것이 자궁이 아니라 무슨 장기나 근육일지. 저 시술을 행한 의사들도 분명히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외쳤을텐데... 어쩌면 신에게 약속을 한 그 직업정신이 자신의 권력에 대한 약속을 받는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는지도 모르죠. 그저 개개인의 악이라기에는 우생학의 구조적인 전염이 참 무시무시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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