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태어날 때부터 우량아였으며 어렸을 때는 아프다는 게 뭔지 몰랐던 건강한 아이였습니다. 얼마나 튼튼했느냐 하면 아동 시절에는 두통이 뭔지도 몰랐고, 청소년기에는 감기로 39도 고열인데 제발로 동네 가정의학과에 가서 ‘열이 있는 것 같아요라고 해서 선생님을 기겁하게 한 적도 있습니다. 운이 좋아서 사고로 팔다리를 다친 적도 없고요. 운동은 질색을 했지만 잘 먹고 잘 자는 체질상 문제없이 성인으로 자라났습니다.

성인이 되어도 이런 건강 체질은 유지가 되었고요. 대학원 시절부터 습관을 붙인 하루 30분짜리 유산소 운동도 도움이 되었지요. 제가 얼마나 건강했냐 하면 직장생활 초기에 연말정산을 위해서 그해 의료비를 확인하는데, 건강보험 공단에서 확인해 준 한해 동안 의료비가 0원이 적이 있습니다. 1년 동안 병원을 간 적이 한번도 없었다고요.

 

물론 제아무리 건강해도 나이를 이기는 장사는 없습니다. 그리고 40대에는 건강검진 중 큰 병(산정특례대상)을 발견해서 치료를 받은 적도 있고요. 실제 느끼는 증세는 없었지만 희귀중증질환인 만큼 조심해서 운동도 더 열심히 하고, 음식도 가려 먹기 시작했습니다. 40대에는 팔다리가 쑤시고 기력이 없고, 기름지고 짠 음식은 소화가 잘 안되거나, 잠을 예전만큼 잘 자지 못하는 등등 노화가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했고요

나이 50에 폐경을 하자 말로만 듣던 무서운 갱년기 증상을 겪기 시작합니다. 열감과 함께 온 편두통으로 밤새 토하는가 하면, 건망증으로 직장에서 엉뚱한 실수를 반복하고, 관절 통증과 피로감에 시달리는 등 전반적으로 삶의 에너지가 60%대로 떨어진 느낌입니다.


물론 이 와중에도 해외 여행 가서는 멀쩡하게 잘 놀러다니는 걸 보니 이게 몸 상태뿐 아니라 기분에 영향을 받는 부분도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걸 안다고 수시로 찾아오는 통증과 불편이 가시는 건 아니더라고요.

이제는 건강이 최고라는 기치 아래 조심조심 몸을 사리며 살아가려고 하지만, 이렇게 몸이 예전같지 않다는데 섭섭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원래부터 몸이 부실했으면 나이들어서 이런 불편을 새삼 느끼지 않았을까요? 한때나마 건강했었다는데 위안을 얻어야 할지, 아니면 다 소용없고 누구에게나 나이가 깡패가 되는 순간이 온다는데 서러워해야 할지 모르겠네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31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84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808
124832 영화 전단지가 없어졌다는군요 [4] 돌도끼 2023.11.26 425
124831 우크라이나의 역사에 대해 책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3] 산호초2010 2023.11.26 171
124830 뒤늦게 올리는 [잠] 후기 (스포) [6] Sonny 2023.11.26 461
124829 [영화바낭] 올해의 조용한 화제작, '잠'을 봤습니다 [8] 로이배티 2023.11.25 654
124828 chat-gpt 음성 채팅 [2] theforce 2023.11.25 198
124827 프레임드 #624 [6] Lunagazer 2023.11.25 59
124826 일본책을 가져오지 않고 자체적으로 삽화가를 동원하면/ 계림문고 [6] 김전일 2023.11.25 349
124825 오 나의 귀신님을 보다가 [4] catgotmy 2023.11.25 195
124824 이런저런 잡담...(대상화) [1] 여은성 2023.11.25 304
124823 2023 청룡영화상 수상 결과(씨네21 트위터발) [4] 상수 2023.11.25 557
124822 [왓챠바낭] 듣보 호러의 턴이 돌아왔습니다. 지수원 안 나오는 '배니싱 트윈' 잡담 [2] 로이배티 2023.11.25 232
124821 프레임드 #623 [4] Lunagazer 2023.11.24 76
124820 블랙핑크 영국 MBE 수여 상수 2023.11.24 193
124819 김강민 한화 행 [1] daviddain 2023.11.24 161
124818 로이베티님 글 받아서/ 사서 고생 [4] 김전일 2023.11.24 312
124817 발 마사지 후기 [4] catgotmy 2023.11.24 258
124816 김고은과 신승호, 엘리자베스 테일러 catgotmy 2023.11.24 230
124815 [핵바낭] 사서 고생, 인생의 진리 [17] 로이배티 2023.11.24 573
124814 프레임드 #622 [4] Lunagazer 2023.11.23 75
124813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크래시]를 보고 [2] Sonny 2023.11.23 172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