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는 큰 기획이지만, 생각보다 정밀하게 모든 매뉴얼을 짜놓은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 추측입니다)

 

특히 대본없이 출연자들을 믿고, 발생하는 우연에서 성공을 맛본 경험이 많은 김영희PD로서는

(이경규가 간다..의 DJ 취재, 양심냉장고 첫회의 장애인부부의 정지선 지킴 등) 예상 하지 못한 상황에 치밀하게 대처하기 보다는,

그때 분위기봐서 흘러가는데로 두면서 결정하는게 결과적으로 더 나을꺼라는 생각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잘못된건 아닙니다만, 그런 포맷의 돌발성에서 나올수 있는 선한 인간성에서 비롯한 본질적인 '감동',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의 '민중성'. 이런게 '나는 가수다'의 슈퍼스타들을 데리고 가장 치열한 서바이벌로 가겠다는 컨셉이랑 안맞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나가수에 나오는 출연자 가운데 김영희 스타일에 가장 맞는 사람은 김제동, 가장 반대에 있는 스타일은 박명수 (출연하지 않는 사람까지 생각하면 김구라)

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면에서 MBC에서 가장 김영희PD의 대척점에 있는 프로는 '라디오스타'라고 생각합니다.

 

 

나가수 연출진에 <명랑히어로>를 만들었고, 직전까지 <음악중심> 연출자이던 김유곤PD도 합류해있습니다.

저는 <명랑 히어로>를 기획하고, <세바퀴>의 지금 포맷을 만든 김유곤PD의 스타일이 김영희PD와는 정 반대의 입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국장급인 대선배 김영희PD와의 조율에서 김유곤PD는 음향과 무대 부분의 연출에 집중하는 느낌이더군요.

실제로 찾아보니 음향 및 믹싱 작업 등 때문에 음악중심에 있던 김유곤PD가 나가수 2회부터 스카웃 되어왔다..는 기사가 있더군요.

 

(잠깐 딴얘기 해보자면 나가수의 음향 마스터링(다운믹싱)은 꽤 훌륭한 수준입니다. 저는, 제가 얼마전까지 제작하던 <스페이스 공감>이

 방송음향에 있어서는 스케치북, 초콜릿 같은 비슷한 공연프로그램의 후반작업과 비교해서도, 절대적으로 우수한 방송음향을 뽑아내기 위한

인력과 자원을 투자해서 그만큼의 퀄리티를 뽑아낸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나가수의 음향 후반작업의 결과물은 전문 공연프로와

비교해서도 뒤떨어지지않는 높은 수준입니다. '음악여행 라라라'는 훌륭한 음향을 보여줬습니다만, 관객을 모아놓고 공개방송하는 포맷이 아닌,

처음부터 최적의 음향 조건을 갖춘 녹음실에서 음향을 위해 나머지를 희생하는 컨셉이라 비교대상은 아니었습니다.)

 

다시 각설하고,

결국 '나가수'는 20년전부터 한 길을 고수해왔던 김영희PD의 작품이고, 꼭 '김건모의 재도전'이 아니었더라도,

'우리시대의 민중을 통한 공익과 감동의 수호자' 로서의 작품을 만들어오고, 그렇게 큰 성공작을 어러개 냈던 김영희 스타일의 작품이었기에,

슈스케는 물론 동사의 위대한 탄생과 비교할때도 서바이벌로서 덜 날선 프로가 나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래 어떤 댓글에 '김영희는 지금 이런걸 예상하던 일이라고 웃고 있을까요? 아니면 편집기 잡고 ㄷㄷㄷ 하고 있을까요? 라고 했는데,

둘다 아닐꺼라고 확신합니다. 예상은 못했지만, 예상하지 못한일에 당황하거나 겁먹지 않고 그 상황에서 자기 스타일의 작품을 만들려고

머리를 쥐어짜고 있을겁니다.

 

 

*************************

 

물론 이런건 다 사후 분석입니다.

전 천하의 김영희도 시대의 조류에 맞춰, 독한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생각했고, 그런 프로그램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했는데,

두고보니 이렇게 흘러오는걸 보고 '아 역시 김영희였구나'라고 생각하고 끄적이는 것.

 

아래에 어느 댓글에 썼지만,

박정희의 '한국적 민주주의'도 아닌, '한국적 서바이벌'이란 단어를 뱉은 김영희PD의 작품은, 그의 고유한 특성이 반영된 프로그램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날이서고 경쟁적인 냉정한 서바이벌보다는, 어쩔수 없이 경쟁을 하지만, 서로 친하고 존중해주고,

누군가 떨어졌을때 과장되게 위로하고 눈물을 흘리는 (더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라디오스타의 위악과 대비되는 위선적 편집이 난무하는)

그 따뜻하고 감동적이지만 쿨하지는 못한 그런 프로그램 말입니다.

 

이게 먹힐지 안먹힐지는, 판단할 단계는 아니고, 재밌게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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