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논쟁글이 아닙니다

2011.05.24 23:40

큰고양이 조회 수:2528

 

이것은 논쟁글이 아닙니다.

며칠 전부터 머릿속에서 맴돌며 쉽게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어서요. 그것을 글로 옮겨서 좀 정리하고 싶어요. 정리.

 

 

며칠 전, 그러니까 이 '성매매' 논쟁이 막 시작됐을 무렵입니다.

의미 없다고 생각했었으니 설왕설래하는 논쟁에 내 말을 한 숟가락 얹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논쟁이 워낙 확전에 확전 양상으로 진행되다보니 관련글들을 하나씩 둘씩 보게 되더군요. 사람 마음이 참.

 

 

그러다가, 한 분이 쓴 글을 읽었습니다.

<이 마당에 업소 나갔었다고 고백하면 어떨까요> 정확하진 않지만 이런 제목의 글이었습니다. 거기에서 많은 말이 오갔습니다.

그리고 약간 시간이 지나고, 그분이 다시 글을 올렸습니다.

 '과거형으로 썼고 2차는 나가지 않았다고 했지만 사실은 아니다. 2차도 나갔었고 현재도 일은 나간다'는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내용은, 담담한 어조로 얘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다 읽고 나니 참, 뭐라고 할 수 있는 말이 없었습니다.

위로나 격려, 내지는 조언, 뭐 그런 것을 바라는 글이 아니었으니까요. 그저 담담했습니다.

사실, 두 번째 글은 처음 글에 달린 댓글들에 의해 끌려나온 글이었습니다.

어떤 비난들. '2차도 안 나가본 인간이 화류세계를 다 아는 것처럼 말하지 마라'

몇몇 분들도 저와 비슷한 마음이 들었는지 '잘 읽었습니다' 같은 짧은 댓글이 몇 개 달렸습니다.

그리고 그 밑으로 조금 다른 글들이 쓰였습니다.

19금 표시 하세요. 미성년들이 봅니다.

이 글을 읽어보니 더욱 확신이 생기는군요.

장담하건데 다른 커뮤니티에서 이 글 퍼갈 겁니다.

확인해보니 벌써 퍼갔군요.

그런 식으로 댓글들이 툭 툭 이어졌습니다.

................아니, 19금 표시라니, 이 글이 그런 수위라면 모든 성매매 논쟁 글에 19금 표시를 해야할 텐데.

아니 아니, 그건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고. 어쨌든 당황스러운 마음이 일었습니다.

뭐라고 직접적으로 얘기하지는 않지만 댓글들에서 각지고, 모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런 댓글들이 당연한 반응인데, 평소 고민글에 서로 토닥토닥 따뜻한 글을 잘 써주시는, 눈에 익은 이름의 분들이라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댓글을 하나 달았습니다. 스스로를 조금 보호하시는 게 좋겠다고.

그리고 다시 두 번째 글을 읽었습니다. 다시 읽으니 처음엔 그저 담담한 어조라고 생각했던 글 중간중간에 혼란스러움이 읽혔습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고, 한 시간 정도 지났나. 그분은 미안합니다, 라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글이 지워졌습니다. 탈퇴하셨고요.

 

 

그분은 왜 그런 글을 썼을까. 요즘 같은 세상에, 오픈된 인터넷 커뮤니티에.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여기다, 털어놓듯이 썼을까.

............ 뭔가 주장하고 싶었고, 논쟁이 있고, 다시 자기 생각을 글로 옮기는 와중에 스스로 혼란스러워졌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할 수 있는 말이 점점 없어졌습니다.

며칠이 지나며 논쟁은 진흙탕이 되어갑니다. 하지만 역시 별로 할 얘기가, 할 수 있는 말이 없었습니다.

그분의 담담했던 글, 그리고 혼란스러운 여운, 그런 것은 같고 다르고 비슷한 많은 주장들의 어느 쪽에도 해당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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