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팀장입니다


직장생활 7년차에 네 번째 팀장인데, 그간 사실 별로 무난한 분을 만난 적은 없네요


매번 지금 팀장이 최악이라고 생각할 정도니,요새는 내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걸까 자아성찰을 해보게 된다는..


지금의 팀장은 기본심성은 순하고 소심하고 맘이 약해요


자기 이익챙기느라 잔머리 엄청 굴리고 이것저것 수도 쓰고 그러는 부류와는 정반대이죠


그렇지만 성격이 급하고 고집이 세요.


실무를 오래하고 또 나름 자신의 숫자감각(지금 부서가 숫자 관련된 부서)에 대한 엄청난 확신이 있어서 무슨 보고서나 자료를 주면 막 분석을 합니다


근데 가만히 들어보면 틀린 논리 및 현실적으로 구현이 어려운 원리원칙에 의거해서 팀원들이 작성한 결과물이나 타 부서의 참조자료를 마구 지적합니다.


본인은 그것이 뭔가를 분석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좋은 장점이라고 생각할 것만 같네요


하지만.. 우선 목소리가 너무 크고 화내는 말투로 이렇게 말을 꺼냅니다.

“이거 다 틀렸네”


네.. 물론 다 틀릴 수도 있지만 제가 지금 팀장님과 일년째 일하면서 그분이 지적했던 그것들이 “다” 틀린 적은 단 한번도 없어요. 상식적으로 다 틀릴 수가 있나요.


틀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설명을 해도 듣지 않고(이게 포인트. 진짜 안 들어요. 신기해요) 마구 큰 소리로 화를 내며 아니라고 합니다.


지칩니다. 그리고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의견이 자주 달라지구요.


원리원칙을 들이밀고, 온갖 상황에 대비한 경우의 수를 다 생각하라고 하고, 전체적인 일정을 조율하지 못한 채 숲은 못 보고 나무만 보며 마구 소리를 지르고 지적하는 것에 응대하다보면 결국 막판에는 일정에 쫓겨서 전쟁치르듯이 막 마무리하게 되버리고..


자격증이 있는 전문직 동료도 있는데, 그 직원에게 엄청나게 의지하는 듯 하면서도 또 그 직원에게 문의한 사항에 대한 결과가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그래? 이상한 거 같은데? 다시 한번 잘 생각해봐” 요래요


실컷 아랫사람이 생각하고 검토해서 자료를 줘도 그건 거들떠보지도 않고 본인의 논리만으로 생각하면서 다시 생각해보라고 지시를 합니다.


팀장이면 팀을 이끌어가면서 직원들을 어떻게 다루고 사기진작을 시키야하는지에 대한 마인드는 전혀 없습니다.


힘들게 성과물을 내면 한번도 칭찬이나 격려 (빈말이어도 좋아요)를 들은 적이 없네요


99%가 맞아도 1%의 지적거리를 찾는 습관을 발휘하며, 마구 큰 소리로 화를 내고..


자기 고집부리느라 자정이 넘었는데도 귀가 시키는 건 딴 나라 일이고,

주말에 결국 출근을 시켜서 일을 하면 후딱후딱해서 들어갈 생각은 안 하고 아침에 나와서 토욜 저녁 8시가 되도록 또 트집거리 잡느라 책상머리에 있으면서 팀원들이 밥도 못 먹고 자기 눈치보고 기다리는 건 전혀 몰라요


감성지수라고 하나요. EQ

그런 거 정말 테스트한번 시키고 싶네요


그렇게 정말 난리부르스를 떨고는.. 자기도 집에 가서 심하다고 생각했는지 다음날은 팀원들 눈치를 살살 봅니다.


그리고 정말 EQ부족한 사람답게, 상대방 기분이 어때보이는지 잘 모른 채로 되도 않는 농담이나 말을 걸구요.


그래도 전에는..

그래 저 사람이 심성이 나쁜 사람은 아니니까.. 하면서 그 장단에 맞춰주려고 용을 썼는데요


이제는 정말 그러기가 지칩니다


내가 그 사람이랑 가족도 아니고 아니고 결국 직장에서 만난 건데, 일만 하면 되지 내가 왜 저 사람 기분까지 맞춰줘야 하나 싶구요.


무엇보다 본인이 먼저 팀원들의 기분이나 심신의 피로도 따위는 상관없이

정말 의미없고 합리적이지도 않는 본인의 숫자 만족 욕구를 위해 그렇게 다른 이들을 괴롭히는 사람이니 당해도 싸다는 기분이 든달까요


그 사람이 물론 저의 인사고과에 대한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이지만, 정말 비위맞춰주는 것 자체가 어려운데다 스트레스가 쌓여서 포기했어요.

회사가 일로 만나는 건데, 일이 아닌 관계가 문제없는 게 무슨 소용이겠어요.

무슨 작은 일만 터졌다하면 정말 난리가 나고 그런 날은 집에 가서 몸져누울정도인데 말이죠.


술한잔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속시원히 터놓고 한번 할까도 싶었는데.. 예전에 회식때 팀장이 했던 이야기가 떠올라서 그냥 포기하게 되네요.

“나는 아랫사람들이 자기 의견 이야기하는 거 좋아. 얼마든지 편하게 해”

이렇게 본인이 남의 이야기에 귀를 잘 기울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구요.


사람은 바뀌지 않겠죠?


그냥.. 소 닭 보듯 그렇게 지내는 게 (물론 그 소가 닭들을 가만두지 않을꺼예요. 또 일생기면 들들들들 볶아대겠죠) 최선이겠죠?


제가 이렇게 듀나무숲에 외치게 될 줄이야..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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