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줄 아래 있는 <호밀 밭의 파수꾼>에 관한 듀게 글을 봤습니다. (클릭)

비단 위 게시글에서만이 아니라, 어떤 분들은 이 소설에 호의적이고, 어떤 분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호밀 밭의 파수꾼>은 다른 소설보다 특히 더 좋고,싫음이 확연하게 갈리는 소설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호밀 밭의 파수꾼>을 싫어한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뭔가 결여된 것도

<호밀 밭의 파수꾼>에 격한 공감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특별히 섬세한 감수성을 가졌다고도 말하기 힘듭니다.

감수성에는 세대별로, 지역별로, 개인별로 엄청나게 더 세세하게 나눠질수 있는 종류의 무엇이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쌩둥맞지만, 한 실험심리학자의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마트에 가면 마주칠수 있는 다양한 스파게티 소스를 세상에 나오게 도운,

하워드 모스코위츠 라는 심리학자가 있습니다.


저널리스트, 말콤 글래드웰은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라는 책에서 모스코위츠를 이렇게 소개합니다.

월드베스트 케첩 이야기를 제대로 하려면 하워드 모스코위츠(Howard Moskowitz)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백발의 모스코위츠는 말을 할 때마다 ‘아~’라는 추임새와 함께 커다란 금테안경이 흔들릴 정도로 강한 고갯짓을 하면서 소크라테스식 자문자답을 즐기는 60대 노인이다. 애완동물로 앵무새를 키우는 그는 하버드에서 정신물리학 분야의 박사학위 논문을 썼으며, 회사의 모든 사무실에 유명한 정신물리학자의 이름을 붙이길 좋아했다. 
“로즈 마리 팽폰(Rose Marie Pangborn)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습니까? 아~ 그녀는 데이비스 대학의 교수입니다. 아주 유명하지요. 여기가 팽본 주방입니다.”

이 괴짜 노인이 어떻게 스파게티와 그 밖의 많은 상품의 가짓수를 늘렸는지, 또 어떤 철학을 가지고 그런 짓을 벌였는지에 대해서는
말콤 글래드웰의 TED 강연을 봐주세요.





(view subtiltels를 클릭하면, 한국어 자막이 지원됩니다.)


강연자 말콤 글래드웰에 의하면 하워드의 철학은 이렇습니다.

완벽한 펩시 콜라는 없다, 완벽한 펩시콜라가 있다면 하나가 아니라 여러개다.
완벽한 피클은 하나가 아니다, 여러개이다. 맛을 개량하는 것 이외에 가짓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
식품은 수평적으로 구분되어야 한다. 

누군가는 더 세련되고 , 교양있고, 의미있는 머스터드를 말하지만, 그들은 틀렸다. 
모든 제품이 수평선 상에 늘어서 있다.좋은 머스터드도 나쁜 머스터드도 불완전한 머스터드도, 완전한 머스터도 없다.
단지 서로 다른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여러 종유릐 머스터드가 있을 뿐이다.
이상적인 음식, 즉 어떤 요리에 하나의 완벽한 요리법이란 없다. 
모든 인류에게 맞는 보편적인 한 가지 조리법을 찾는 것은 잘못 됐다.  중요한 것은 조리법의 다양성이다.
음식의 보편성을 찾아 헤맨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홀대한 것이다. 
모두의 입맛에 평균적인 만족도를 가져오는 커피 대신, 사람들의 입맛에 따른 커피를 대접하면 만족도는 올라간다.
인간의 다양성을 포용하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



이제 다시 소설의 이야기로 돌아옵니다.
(누군가는 동의하고, 누군가는 동의하지 않겠찌만) 적어도 저는, 하워드의 철학은 소설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소설은 없습니다. 있어도 하나가 아니라 여러 권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완벽한 것은 소설 하나가 아니라, 수 많은 소설들로 다양성이 확보된 콜렉션(혹은 도서관) 밖에 없습니다. 
이상적인 소설이란 없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다 훌륭한 소설도 없습니다. 왜냐면, 사람들의 취향은 엄청나게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겐 쓰레기 소설이 누군가에겐 최고의 소설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어떤 객관성에 가까운 기준이란 것은 존재합니다. 
그런데 그 기준을 가지고 어떤 요리, 혹은 소설을 사람들에게 억지로 들이밀면
평균적인 만족도는 보통 이상이 될지 몰라도, 그것은 민주적이 아니라고 하워드는 말합니다.
그러니, 스파게티와 머스터드 소스, 커피의 맛에서 소설의 종류에 까지 다양성이 요구됩니다.


그러나,
다양성을 말하자고 해서, 엄연히 존재하는 어떤 편차를 무시해선 안되겠죠.
좋고 싫음이 더 확연하게 갈리는 소스와 소설이  있고, 그렇지 않은 소스와 소설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호밀 밭의 파수꾼>, <인각실격> 등의 소설을 쓰레기라고 말합니다. 또 누군가는 자신을 대변하는 소설이라고도 합니다.

이렇게 호불호가 확연히 갈리는 이유는 
 (만약, 그런게 존재한다면) 어떤 이상적 혹은 평균적인 기준에서 다소 떨어져 있는 소설이기 때문이겠죠.(예로 든 두 소설이)

예를들면, <호밀 밭의 파수꾼>은 10대의 반짝이는 감수성을 포착했고, (모든 10대를 대표한다는 것이 아니라) 
<인각 실격>은 한 사회 부적응자의 마음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있습니다. 

반면, 어떤 소설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고, 더 적은 사람들에게 배척됩니다.
타임지나 기타  자타에 의해서 권위(?)가 인정되는 잡지 등에서 뽑은 리스트에서 더 공통적으로 상위에 위치하는 소설이 그렇겠죠.
(하나의 리스트만 참고하면, 인각실격이나 호밀밭의 파수꾼 같은 호불호가 확연한 소설도 상위에 자리잡게 됩니다)




이제 결론을 맺자면,
하워드의 철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세상에 작가 한 사람이 늘어날때 마다
독자들은 더 행복하게 됩니다.

그러니, 누군가 이런 소설을 써도 될까라고 생각하며
소설쓰기를 망설이는 사람이있다면, (생계유지 같은 것은 둘째로 치고) 
좌우지간 소설을 써주는 것이 어딘간에 사는 누군가의 행복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일이 되니,
당장 소설을 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끝으로, 말콤 글래드웰의 주장과 다르게, 다양한 선택이 주어진 것이 오히려 불행을 야기한다고 말하는 강연을 소개합니다.

Barry Schwartz가 선택의 역설에 대해 말하다. | Video on TED.com



그는 때로는 선택지가 적을 때, 더 행복할 수도 있다고 주장합니다만
소설은 이에  해당이 될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좀 극단적으로 예를들자면, 철저한 검열과 세뇌로 점철된 사회에서 어떤 이델올로기를 종교처럼 신봉하는 사람들이
이데올로기에 푹 쩔은 문학과 접할때 , 그 만족도는 환희의 경지(혹은 마약을 하고 붕 뜬 상태)에  이를지도 모릅니다.
물론 저라면 그런 세상에서는 살고 싶지 않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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