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뱅, 그리고 서왕모

2011.09.18 16:52

LH 조회 수:2495



글을 쓰다보면 재미있어서, 즐거워서 쓰는 게 가장 좋습니다만... 어느 순간이 되면 써야만 해서 쓰게 되는 때가 옵니다.
그게 좀 슬퍼요. 뭐  쓰다보면 그것도 재미를 붙여서 하게 되지만, 정말 머리 속에 불길이 가득해서 우르르 불타오르며 손가락을 내지르는, 그런 때가 그리워지거든요. 써야만 해, 라는 의무가 고삐가 되고 족쇄가 되어 목을 조이면 어째 글이 새들새들하단 생각이 듭니다.
지금처럼 저 아래 악취가 풀풀 나는 글을 저 멀리 미뤄버려야 한다는 의무감이라면 더욱 그럴지도요.

소크라테스의 글을 보면 그에게 악의를 가진 소피스트 하나가 딴지를 거는 대목이 나옵니다.
그는 소크라테스의 화술에 한 번 걸리면 설득당한다는 것을 알고 트집 하나 잡고 떠나가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그를 붙들고 줄창 이야기를 하고- 그를 설득해버립니다! 그런데 그건 소크라테스 같은 성인에게나 가능한 거지, 이제 저는 정말 모든 게 귀찮더군요. 나 자신의 사색에도 에너지가 간당간당한데 어떻게 벽에다 귀를 만들고 그 안에 이야기를 집어넣은 뒤 벽을 끌과 정으로 쪼아내어 사람으로 만들겠습니까.
그냥 벽은 벽대로 있으라 하고 저는 쇠죽을 끓여 소나 키우렵니다.

아직 쏠솔한 이야깃거리가 없으니 그냥 신변 잡기 이야기. 꼬꼬뱅을 만들어봤습니다.
2년 가까이 굴러다니던 레드 와인 한 병을 까서 닭 한 마리(토막)+양파+마늘+당근에다가 콸콸 붓고 하루 재워놨다가. 
닭 건져서 프라이팬에 살짝 앞 뒤로 굽고, 양파 볶은 뒤 재운 술 붓고, 부글부글 익히면서 기름 건져내고...
냄새는 괜찮았던 거 같은데... 맛이요?

포도에 빠진 닭...

처음 만든 거라서 맛있게 만든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포도빛으로 물든 닭고기는 와인 향이 좀 나고 부드러웠어요.
손님 상이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혼자서는 절대 다 못 먹어요.
좀 만들어졌다 만 듯해서 맛있는 꼬꼬뱅은 아니었는 듯. 어디 맛있게 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냥 궁금해서 공주 및 옹주 이야길 찾아봤습니다만.
흔히 부마라 하는 공주의 남편이자 임금의 사위는 참 좋을 것도 같지만 그렇지도 않은 게...
일단 처가 눈치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어느 정도였나 하면 공주가 먼저 죽으면 재혼을 할 수도 없었다는 것.
조선시대 때, 여자야 남편이 죽으면 수절해야 했지만 남자는 아내가 죽은 뒤 3년 뒤면 - 이것도 안 지키는 사람도 많았지만 - 
재가를 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하면야 엄청난 제약이었죠.
물론 공주(혹은 옹주)와 금슬이 좋고 아이도 잘 낳고 가정이 화목하면은야 아무 걱정이 없었겠지만 
인간 세상 어디 그리 뜻대로 돌아갑니까. 조선 초기의 박종우는 태종의 서녀 정혜옹주와 결혼했는데, 옹주가 
3년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래서 후처 박씨를 들였는데... 물론 양반집 처자였습니다.
허나 당연 조정에서는 결혼으로 인정 못한다고 첩으로 못 박는 바람에 갑자기 멀쩡한 양반집 자제가 첩의 자식, 서자로 굴러떨어져 과거에도 응시하지 못하게 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뭐 이건 나중에 억울하다 어떻다 소장 올리고 해서 대충대충 해결을 보긴 했습니다만.
또 댜들 부마들도 꽁수가 늘어서 어떻게 첩도 들이고 기타등등 했습니다만. 
딸사랑 중종은 자기 딸을 소박놓고 첩도 들인 사위놈을 죽이겠다고 길길이 뛰었으니 눈치를 안 볼수는 없었을 겁니다.
뭐 이건 사위가 워낙 막장이라서 혼나도 싼 경우이긴 했습니다.


정작 하고 싶었던 건 서왕모 이야기였습니다만.

이 순간 에너지가 오링 되었습니다. 꼬꼬뱅 만드느라 기력을 다한 듯 합니다. 그래서 제목에는 지었으되 내용은 없이 일단 충전선을 마빡에 꽂고 디-입 슬립에 들어가야 겠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 뭔가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지요? 바구니 속에 이거저거 있긴 한데 이거다 싶은 야그 거리가 없군요. 


좋은 밤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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