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잡담, 산 책, 읽는 책.

2024.05.18 21:06

thoma 조회 수:313

1. 일상이 조금 바빠져 게시판에 글을 전만큼 안 쓰게 됩니다. 쬐끔 바빠졌을 뿐이지만 저는 게으른 핑게 대마왕이라..ㅋ  

나가 살던 가족이 돌아와 구성원이 한 명 늘고, 개는 손이 더 많이 가서 소소하게 일이 늘었습니다. 시간이 연결되기 보다 토막토막 끊어지고 있습니다. 잠도 토막나는 밤이 종종 생기고요. 개가 저녁에 변을 안 보는 날은 밤 사이에 변기 외의 장소에 볼일을 보곤 해서 기척이 들리면 일어나게 되네요. 개가 시각, 청각에 이어 후각도 전 같지 않습니다.

가사 일의 밑도 끝도 없는 반복 속에 있다 보면 집을 두고 작업실을 얻거나 그게 안 되면 카페에라도 나가는 프리렌서가 이해됩니다. 제가 무슨 작업을 하는 것도 생계를 위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냥 놀던지 자던지 무슨 뻘짓을 하던지 간에 시간을 통으로 확보해야 그런 걸 해 보는 게 가능한 거 같아요. 능력자가 아니고 평범하고 게으른 저는 그런 거 같습니다.  

이래서 사람들이 여행, 여행 하는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 관광 목적도 좋겠지만 저는 이즈음에 생각해 보면 여행이란 현실과 거리를 두면서 통으로 시간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언제 가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요. 


2. 모처럼 책 주문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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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작가인데 재밌다고 해서 샀습니다. 누가 재밌다고 했는지는 잊었어요. 트위터나 알라딘 서점에서 오다가다 본 듯하네요. 전자책으로 구매했어요. 아래에 책소개 일부를 옮깁니다.

'텍사스 외곽의 작은 마을 라크, 이곳에서 일주일 동안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의 시체가 발견된다. 전형적인 인종과 치정이 얽힌 범죄처럼 보이는 이 사건에는 오랫동안 감춰져 있던 슬픔과 상처 그리고 또 다른 무언가가 숨겨져 있는데...' 라는 내용이라고 하네요. 누군지 모르는 분의 추천을 믿고 재밌는 읽을거리가 절실한 날 읽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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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모르는 작가입니다. 이 책이 작가의 첫 책이라고 합니다. 작가는 열 살 때 가족과 베트남을 떠난 소위 보트피플로서 캐나다에서 불어를 사용하는 퀘벡에 정착해 성장했다고 합니다. 이 책도 불어로 쓰여졌고 출판되자 퀘벡과 프랑스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저는 지난 번에 읽은 [동조자]의 영향으로 이 책도 선택하게 되었어요. [동조자]는 장르 소설로서의 재미도 있었고 베트남 분단 시기에 남과 북과 미국, 그 이전에 프랑스까지 얽힌 복잡한 상황 속에 처한 인물을 통해 복합적인 주변 인식을 잘 드러낸 소설이었습니다. 베트남의 역사와 고난, 그리고 지금의 모습을 생각하게끔 만드는 작품으로 내용이면 내용, 기교면 기교 모두 뛰어난 역작이었으나 제가 충분하게 소화하고 소개할 능력은 부족하네요. 역사나 정치 분야에 아는 것도 넘 없고 또 너무 느릿느릿 읽어서 작품에 대한 감상을 쓰기에는 참신한 생각이 안 나기도 하고요. 소설의 경우에 어느 정도는 속도감 있게 읽어 줘야 책에 대한 일관된 감상을 잡을 수 있는데 이 책은 특히 더 느리게 읽었네요. 그냥 추천만 드립니다. 하여간 [동조자]로 인하여 [루]라는 책도 들여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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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보관되어 있던 [구별짓기]를 결국 샀습니다. 저번에 [사생활의 역사] 5권은 오는 중이라더니 뒤늦게 품절이라며 환불해 주더군요. 최근에 보니 6월에 품절이 풀린다는데 다시 찍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많이)신경쓰이는 책은 일단 사야겠다 싶어서 이번에 이 책을 샀습니다. 책이 좀 비싼데 새옷을 입고 나오면 더 비싸겠죠. 종이값도 엄청 올랐다고 하더라고요...번역에 대한 평이 안 좋아서 걱정이긴 합니다만. 하던 대로 모르겠는 건 설렁설렁 읽으며 지나간다는 각오를(? 배짱을?) 다지며.ㅋ 아래는 서점 책소개에서 옮긴 것인데,    

 '부르디외에 따르면 문화만큼 계급에 따라 철저하게 차별적으로 나타나는 것도 없다. 역설적으로 문화만큼 만인이 향수할 수 있고 만인에게 평등하게 분배된다는 소위 "문화적 공산주의"의 환상이 끈질기게 남아 있는 부분도 없다. 매우 난해한 고전음악이나 소위 '뽕짝'을 틀어놓고 몇 사람의 반응을 살펴보면 그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출신 계급과 사회적 궤적 전체를 추적할 수 있다.'  

이 책을 읽는데 필요한 문화 자본이 저에게 어느 정도 갖춰 있기를 약간 서글픈 마음으로 바라며.


3.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디디에 에리봉의 [랭스로 되돌아가다] 입니다. 이제 초반을 막 벗어나고 있어요. 위의 부르디외의 책과 맥이 통하는 책입니다.

사회학자인 저자는 동성애자로서의 정체성은 일찌감치 공개하여 성적억압에 대한 분석을 공부 과제로 삼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노동계급 출신임은 드러내기 쉽지 않았고 깊이 들여다 보고 분석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프랑스의 지식인 사회가 갖는 특성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동성애자는 고향을 떠나 대도시(파리)로 나가는 것이 흔한, 고전적인 여정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합니다. 따라서 게이로서의 자신이 성장할 때의 억압적 환경과 대도시 문화 속에서 새로 태어나는 과정을 비교 분석하는 공부가 새로 소속된 위치에서 자연스러운 과제로 받아들여졌다고 해요.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고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고향으로 향하며 이 책 앞부분에서 밝히기를, 지금 생각해 보면 자신의 성정체성을 과거와 현재의 사유 틀로 사용하면서 자신의 출신 배경 즉 계급과의 단절과 외면을 당연시한 것은 아니었던가 생각이 든다는 겁니다. 제가 이해한 식으로 표현하면 고향은(집은) 동성애 혐오로 나를 억압한 장소이므로 그 핑게로 나의 출신 계급적 정체성을 진지하게 탐구하지 않았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저자를 이루는 다른 한 축인 노동자 계급 정체성에 대해 이 책은 탐구하게 될 예정입니다. 

가족들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방 출신이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 출신이라면 우리에게도 매우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책의 앞 부분에서 상황파악을 하면서 화자의 말투에 적응을 좀 하고 나니 이 책이 나를 설명해 주는 무척 좋은 책이라는 예감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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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오늘 점심 밥 먹고 시작한 글을 이제 마무리합니다. 미시마 유키오 나온 다큐에 보니 책 한 권을 어떤 식으로 쓰는지? 였던가 이런 질문에, 밤에 책상에 앉아 한 문장 쓰고 또 다음 한 문장 쓰다 보면 완성이 되더라고. 라고 답했습니다. 오늘 제가 그랬던 거 같아요.ㅋㅋ 저는 빨래 널고 밥하고 먹고 설거지, 토마스 약, 토마스 밥, 다시 약, 이런 사이사이 왔다갔다 두세 문장씩 썼네요. 이러거나 저러거나 재미없는 글이지만 게시판에 글 좀 자주 쓰고 싶네요. 

가끔영화 님 생각을 가끔 합니다. 별 일 없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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