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만난 산타크로스

2012.12.23 01:34

Jasmin 조회 수:1105

12.22일 토요일 밤 11시경 한강진역에서 응암순환행 지하철 6호선 2호차에 탔습니다.

산타 크로스 복장을 한 교포인듯한 젊은이가 지하철에 있더군요.

 

"메리 크리스마스~ ! 허허허... 선물줄까요? 여기 캔디와 초콜렛이요~!"

 

갑자기 지하철 안에 탄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 청년을 향합니다.

산타크로스는 정말 흐뭇해졌는지 더크게 웃으며 지하철 안을 누빕니다.

제 맞은 편의 아가씨가 정말 환하게 웃으며 좋아하자, 산타 크로스가 이 아가씨 앞으로 옵니다.

 

"선물줄까? 음.... 자~! 선물이야!"

하면서 빨강 자루 안에서 뭔가를  꺼내듭니다.

음...이번엔 헤어 드라이어기가 나옵니다.

쓰던거네요.

 

헤어 드라이기를 선물로 받은 아가씨는 자지러지며 좋아합니다.

 

그 옆옆에 앉은 한 아가씨 앞으로 갑니다.

"아가씨, 선물줄까? 음.....컵을 선물로 줄께!"

하며 자루에서 쓰던 노랑컵을 내밉니다.

 

그랬더니 뭐라고 하는진 잘 안들리지만 옆의 남자친구에게도 선물을 달라고 했나 봅니다.

산타크로스가 한마디 합니다.

 

"아..커플이었어? 그럼 커플로 너도 선물로 컵줄께."

 

하면서 이번엔 자루에서 파랑컵을 꺼내 듭니다.

 

이태원역에 올때까지 산타크로스는 계속 엔돌핀을 남발하며 허허~ 메리 크리스마스~ 이러면서 사람들에게 큰웃음을 선사합니다.

제 옆에 앉아계신 중년의 아저씨도 입가에 미소를 지울 줄 모릅니다.

저역시 깔깔깔~ 웃으며 지켜보고 있었구요.

 

삼각지역은 환승역이라 많은 사람이 탔습니다.

이번에 젊은 아가씨 일당이 산타크로스를 보고 마구 기뻐합니다.

 

"산타크로스! 선물주세요!"

했더니 이번에도 작은 초코렛을 선물합니다.

같이 기념촬영도 하구요.

 

선거때문에 우울해서 며칠동안 웃질 않았습니다.

상실감과 좌절감과 패배감에 시달려서 웃는걸 잊어버렸었거든요.

산타크로스 복장을 한 청년때문에 지하철 6호선 안은 웃음으로 가득찼어요.

 

평범한 일상에 소소한 즐거움을 준 산타크로스 청년에게 감사를!

간만에 웃었어요.

 

그리고 이르지만 듀게 여러분들께도 메리 크리스마스~! 를 외쳐봅니다.

선거에선 졌지만 그래도 이기고 살아보자구요.

살아남는 자가 강한 법이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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