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극복, 지역주의..

2012.12.23 02:38

Regina Filange 조회 수:2005

http://election2012.seoul.co.kr/news/newsView.php?id=20121222008005&reDirect=false


48%의 집단 상실감이라고 하는군요. (마지막 줄의 박당선자가 이를 보듬어야 한다는 결론이 매우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네요)


길지 않은 삶이지만 살면서 이 정도의 참담한 감정을 겪은 적이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어떻게 보면 평화롭게 운좋게 산 것일 수도 있지만, 상실감의 정도가 문제가 아니라 그 종류가 달라서 문제인 것 같아요.

이번일처럼 제가 평생 믿어왔던 원칙이 이렇게 많은 익명의 사람들에 의해 부정당한 적은 없으니까요.

난 2+2는 당연히 4라고 생각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다들 3이라고 한다거나

조디 포스터가 비행기에서 아이 잃어버렸는데 아무도 그걸 몰라주는 것같은 상황이라든지

내 상식이 남들한테 통하지 않는다는 느낌이요. 

좀 바보같지만.. 사실 어제 까지는 서울 시내를 다니면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보면서 왠지 모를 공포심도 느꼈어요.

저 중에 절반 가까이는 박근혜가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이런 트라우마에 직접적인 해결책은 없는 것 같지만.. 

같은 상황에 같은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이 48% 안에 있을 거라는 사실 만으로도 조금 나아지는 것 같긴 해요.

특히 요 며칠동안 게시판에서 많은 분들이 이야기해 주셨고 그 덕분에 크게 위안을 받아서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빨리 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싶은데 쉽진 않을 것 같네요. 대통령님께서 보듬어주시려다 아이쿠 실수해서 뺨다구 후려치시지나 않으셨으면..




지역감정/차별에 대한 문제도 여기저기서 불거져나오는 것 같은데요.

솔직히 전 좀 무섭네요. 까놓고 얘기하는 것 부터가 논의의 출발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보면 별 생각 없었던 사람들마저 피해자든 가해자든 이 문제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거고

이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그게 긍정적인 방향일지 아무것도 상상이 안돼서요.


영국도 땅덩이가 큰 나라가 아닌데 그 안에서 지역주의가 굉장히 심한 걸로 압니다. 거기다 축구 응원 문화랑 겹쳐지면 엄청나구요.

아일랜드는 물론이고 스코틀랜드 차별, 잉글랜드 안에서도 북부 차별, 웨일즈 차별, 웨일즈 안에서도 남부 웨일즈 차별, 버밍검..

선거 전 까지만 해도 이렇게 복잡하고 뚜렷한 지역주의는 남의 나라 일처럼 멀게 느껴졌던 게 사실인데 (아예 없다고 느낀 것은 물론 아니구요)

오늘은 한국이라는 나라가 참 이질적으로 느껴지네요.

영국사람 누가 80년대에 it ain't where you're from, it's where you're at 이라고 그랬었는데 

(네가 어디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네가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하다)

의미있고 멋있는 말이긴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영국에서 얼마나 지역주의가 해소되었는지는..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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