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뿐인가요?..포멧이 싫으셔도 어쩔 수 없는데,이전 it게시판에 관련 글을 올렸더니 수두룩 달렸던 댓글들의 상당수는 '꼬시다','자업자득'등등으로 도배되었었거든요.

듀게분들도 대체로 그러신가요?


오늘 외근을 나갔다가 뭘 좀 사려고 용산을 잠깐 들렸어요.

아주 드물게 용산을 방문하는데 갈때마다 느끼는게 가랑비 젖듯 아주 천천히 몰락하는 모습이에요.

이번에 눈에 띈건 도깨비상가가 아예 문을 닫았더군요.꽤 된일인것 같은데 저는 오늘 알았어요.그 외 평일 오후인데 가게를 안하는지 문이 닫힌 곳도 많았죠.


용산의 추억은 제가 뭔가 과학 박람회장의 추억과 비슷한 느낌이 있어요.

신기하고 가지고 싶고,보고 싶은 물건들과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북적 대는 곳이죠.갈때마다 들뜨고 구경 하는 것 자체가 재밌고, 끝나고 핫도그 하나 사먹고 돌아오는 곳.


처음 용산을 방문했던게 서울로 올라와서 컴퓨터를 상당히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갔던 초등학교 6학년때의 일입니다.

당시엔 한창 컴퓨터 사업이 만개하던 시절이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가릴것 없이 소비가 들끓었고,기대감이 만발하던 시기였어요.

용산의 수많은 좌판들에서 팔리던 게임들과 아예 각자 리스트 책을 대담하게 내놓고 복사해서 돌리던 일본애니메이션 시디들의 홍수는 제겐 신천지 같은 거에요.

호객하기 위해 틀어놓은 비디오게임의 시연영상들을 넋놓고 보다가 뭐 하나 찾기 위해선 그 복잡하고 어마어마하게 많은 가게들의 틈바구니에서 매번 헤맸죠.

그래서 한번 가면 길을 찾다가,물건을 찾다가,구경을 하다가 저녁시간을 훌쩍 넘기고 돌아오곤 했어요.마음이 풍족해지는 전유물들,집주변에서는 구할수 없는 그것들을 안고서..


정말 용산의 몰락은 자업자득일거에요.

무리한 호객행태는 언제나 지탄되어 왔고,들쑥날쑥한 가격제는 사기에 가까웠으며,카드수수료 청구나 현금에 대한 강압적인 태도들은 그냥 서비스를 포기하자는 걸테니까요.

끝까지 밥알 한톨 내놓지 않겠다는 자세와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마인드들은 그네들 스스로 몰락을 자초한 걸겁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그렇게 유일무이했던 거대한 전자왕국이 그렇게 사라진다는 사실은 참 슬퍼요.

요즘은 대체로 소비를 온라인을 통해 하고 있으니 실질적으로 큰 피해가 없을지 모르지만, 돗대기시장처럼 북적북적한 특수한 성격의 지역은 그냥 각자의 색채로 그대로 남아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거죠.

제가 항간에 떠도는 일련의 사례들마냥, 용산에서 특별히 데인적이 없어서 그런 아름다운 과거만 회상하고 있는지도 모르죠.그런데 악덕가게를 얘기하기엔 용산 전자지구는  너무너무 크고 다양한 업체들이 존재했지 않나요?


그냥 방문할 곳 하나가 그렇게 사라지는 것 같아서 아쉬움에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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