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05 17:03
백악관을 무대로 한 [다이 하드] 영화가 두 편 개봉되었죠. [백악관 최후의 날]과
[화이트 하우스 다운]. 둘 다 설정이 너무 똑같아서 많은 사람들이 이 두 영화를
같은 작품이라고 믿어버렸습니다. 저도 예고편들만 보았을 때는 어느 쪽이 어느
쪽 영화였는지 구별이 안 갔어요.
영화의 설정도 거의 같습니다. 백악관에 테러리스트가 침투합니다. 우연히 백악관에
들어가게 된 마초 주인공은 테러리스트와 일당백으로 싸우면서 대통령을 구출하지요.
테러리스트가 미국 대통령을 손에 넣었으니 핵폭탄과 기타 끔찍한 시나리오가
등장하는 건 당연한 순서.
재미있게도 이 두 영화는 정치적 입장이 완전히 반대입니다. [백악관 최후의 날]은
뻔뻔스럽게 구식 황화론과 외국인 혐오의 깃발을 흔들며 국민 단결을 외치는 우파 영화입니다.
하지만 [화이트 하우스 다운]은 방위산업체와 극우분자들을 악당으로 삼는 민주당
영화죠.
정치적 입장과는 별도로, 오락영화로서는 [화이트 하우스 다운]이 [백악관 최후의
날]을 훨씬 앞섭니다. 일단 백악관이라는 공간을 훨씬 잘 이용하고 있어요. [백악관
최후의 날]에서는 아무리 자막을 깔아 주인공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줘도 그냥 대통령이
있는 커다란 건물이라는 인상밖에 주지 않았죠. 하지만 [화이트 하우스 다운]은
지형지물을 훨씬 효율적이고 아기자기하게 이용하고 있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
역시 제대로 써먹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건 주인공들과 악당들이 제대로 잡혀 있다는 것입니다. 주인공 케일과
소여 대통령은 괜찮은 버디 영화 커플이고 역할 분담도 괜찮습니다. [백악관
최후의 날]의 괴상한 북한 테러리스트들과는 달리 [화이트 하우스 다운]의 악당들
역시 일을 제대로 합니다. 도전과 응전이 제대로 짜여져 있고 서스펜스도 괜찮아요.
이야기와 미스터리가 지나치게 뻔한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다이 하드] 영화로서는
[백악관 최후의 날]에 훨씬 앞서죠.
지금은 미국에서 완전 망한 영화지만 아쉽긴 합니다. [백악관 최후의 날]이
개봉되지 않았고, 그 때 이 영화를 풀었다면 반응이 훨씬 좋았을 거예요. 그 때라면
지금처럼 오바마 이미지가 바닥도 아니었을 테니까.
(13/07/05)
★★★
기타등등
제이미 폭스가 노예로 나온 영화를 본 게 몇 달 전인데, 이 영화에서는 대통령... 배우란 건
참 재미있는 직업이에요.
감독: Roland Emmerich, 배우: Channing Tatum, Jamie Foxx, Maggie Gyllenhaal, Jason Clarke, Richard Jenkins, Joey King, James Woods, Nicolas Wright, Jimmi Simpson, Rachelle Lefevre, 다른 제목:
IMDb http://www.imdb.com/title/tt2334879/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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