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25 09:03
* 제목은 '위해'이지만 위한건 아닙니다. 제 얘기이기도 하고요.
* 많은 20대 후반 30대 초중반의 청년백수들이 취업문제로 고민을 합니다.
나이는 차가거나 이미 찼고, 회사는 면접은 고사하고 서류에서부터 족족 떨어지고, 통장의 잔고는 비어가거나 비었고.
그런데 사실 일자리가 없는건 아닙니다.
생산직이나 서비스-유통쪽은 지원만하면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차고 넘쳤습니다.
(보헙업은 제외하겠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너무 온실속 화초처럼크거나 배불러서..."로 시작하는 꼰대들의 헛소리의 근거이기도 합니다.
저도 저 헛소리를 하고싶냐면 그건 아니고요. 저 꼰대들도 저런 일 하면 경력자가 아닌 이상 열에 일곱여덟은 그만둘겁니다.
높은 노동강도와 (휴일근무나 야근등으로 인한)매우 긴 근무시간, 낮은 사회적 인식,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 노동법에서 은근슬쩍(혹은 대놓고) 빗나가있는 불안정한 고용.
그리고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낮게 느껴지는 임금.
빈자리가 차고 넘치는 일자리는 비어있는 이유가 있는 법이지요.
전 그냥 고민이 많은 분들을 위해 현실적인 상황에 대한 얘길 하고싶습니다.
일반 20대 후반...아니, 사실 30대초중반을 달려가는 구직자에게 취업;특히 '사무직'계열로 취업하기란 참 힘든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들 취업으로 난리라고하지만, 많은 사무직들은 대졸기준으로 당해년도, 혹은 1~2년정도 지난 사람로 이미 자리가 다 찼습니다.
대졸이건 고졸이건 2~3년 이상 무직이거나 알바 "따위"로 시간을 보낸 사람들은 특별한 경력이 없는 이상 현실적으로 이런 사무직들에 취업하기 어렵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런데 해줄 얘기가 이것밖에 없어요. 어렵습니다.
어떻게든 면접을 봐도 비는 시간동안 뭐했냐고 물어볼테고, 취업프로그램등에서 배운 것은 면접관에게 안먹힐겁니다.
당장 면접관이란 존재부터가 그냥 보통의 평범한 사람;적당한 편견과 가치관을 가진 흔한 사람일뿐이에요.
인재의 가치를 꿰뚫어보거나 나의 진심을 알아줄리 만무하지요. 설령 인재의 가치를 꿰뚫어보는 사람이 있다해도 우린 그렇게 꿰뚫어볼만한 가치를 지닌 인재가 아니지요.
아주 특별한 학력이나 스킬을 가지고 있지않는 이상 면접관 눈에 장기구직자는 특별한게 없다면 그냥 형식적인거 이거저거 물어보고 떨어트릴 존재에 불과합니다.
그래도 서류통과 시켰으면 나에 대해 조금이라도 인정 해준게 아니냐고요?
음........글쎄요. 순전히 '그냥'와보라고 할 가능성도 있다고 얘기해두죠.
급히 사람을 써야해서 채용공고를 냈는데 지원자 몇몇이 있고, 대충 이력서보니 범죄자 같진 않고 그럼 일단 불러서 볼까...뭐 이런 프로세스?
의외로 주먹구구로 대충 돌아가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물론 시간을 들여 여러곳에 도전하다보면 어딘가에 딱 원하는 자리에 운좋게 들어갈 수도 있을겁니다.
직업상담사들이 좋아하는 케이스;긴 구직기간에 굴하지않고 자기계발에 꾸준히 매진하여 노력+운으로 다들 어렵다는 회사에 입사하는 경우도 있겠지요.
허나 우리의 통장잔고 or 생계 유지라는 환경은 우리의 행운을 마냥 기다려주지 않을겁니다. 심지어 자기계발이란 것에도 비용이 들어지요.
주변 사람들은 다들 힘내라, 좋은 날이 올꺼야, 하고싶은 일을 해야지, 언젠간 하겠지라고 하지만 부모나 배우자가 아닌 이상 사실 타인은 나의 인생에 그닥 관심이 없습니다.
어차피 타인의 일이고, 그건 내가 너의 인생에 관심이 없는 것과 다를 바 없지요. 그러니 그런 말에 너무 기운내지도 마시고 그렇다고 너무 풀죽지도 마세요.
내가 관심을 가져야할건 남들의 좋은 얘기 싫은 얘기가 아니라 오로지 나의 상황일뿐이니까요.
* 근데 하고싶은 얘기가 뭐냐고요.
그냥 돈만 보시는건 어떨가요. 네. 자존감. 꿈. 적성. 이런거 잠깐 치워두시고. 그냥 돈만 보시라는거에요.
다시한번 얘기하지만 남녀할 것없이 신체적 질병;체력적으로 크게 문제가 없다면 돈을 벌 수 있는 곳은 꽤 많습니다.
그런 곳들이 무슨 무간지옥은 아니에요. 일은 고달프지만 결국 그곳에도 사람이 있으니까요(물론 버티다못해 떠나는 사람도 많지만).
물론 거기서도 구직 과정에서 그 나름의 경쟁-(심지어)실패가 있고 취직후에도 만만치 않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겁니다.
그러나 흔히 얘기하는 '취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진입장벽이 낮습니다. 알아보고 당장 내일부터라도 일 할 수 있을 정도니까요.
내가 저기 치워둔 자존감과 꿈, 적성에 대한 안타까움은 대부분의 생활인들이 그러하듯 통장에 찍힌 잔고를 보면 어느정도 수그러들겁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돈을 벌며 통장잔고를 쌓아가다보면 그나마 다른걸 생각해볼 여유가 생기기도 하고요.
* 그냥 잡소리해봤습니다. 최근 몇주간 12시퇴근을 반복하다보니 머리가 어질어질.
신발이랑 바지도 사야하고....아...바지는 어제 샀네요...돈벌어도 돈쓸곳이 많네요.
2016.09.25 09:45
2016.09.25 15:48
2016.09.25 16:30
2016.09.25 16:47
2016.09.25 19:44
저나 저와 일했던 사람들은 죄다 홀아비 재취자리로 시집간 노처녀였군요.
저야 늦은 나이에 시작한 케이스지만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이 분야에서 바로 일 시작해서 경력쌓은 사람들도 있는데 말이죠.
2016.09.25 20:50
2016.09.25 20:25
저는 매우 현실적이고 필요한 조언이라 생각하지만, 이런건 사람마다 많이 달라서요. 그래서 본인이 결정해야 한다고 보고 그 마인드를 갖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나 상황이 자신에게도 충분히 필요하다 봐요.
2016.09.25 21:50
솔직히 한국사회 구조를 생각했을 때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조언입니다. 아니 고등학력자, 즉 대학진학해서 학부 졸업생이 세계 최고 비율인 나라에서, 누가 서스럼없이 중노동일이나 서비스업을 하겠냐는 거죠. 중첩돼있는 문제 중 하나로, 여성 고등학력자도 막무가내로 허비되는 마당에... 어느 계층, 어느 이나 할 수 있는 것을 대학에서 자기 전공 하고 나와서 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죠.
그렇다 보니 특정 전문직종에 몰리고 과포화된 상태인 게 현상입니다. 노나놓은 필드에서 나름 커가게끔 판은 짜야되는데, 한국은 진짜 너무 비정상적으로 산업이 발전한 케이스에, 조선시대 성리학 생각머리가 아직도 깊게 박혀 있어, 21세기에도 과거급제, 존비/귀천의식이 자리잡게끔 해놨는데, 현실적으로, 금융권 못 들어가, 대기업 사무직 못 들어가, 공기업-공무원 못 들어가서, 서스럼없이 인서울 문과대 나와서 중노동직이나 서비스업을 택한다는 게 와닿아질까요?
저도 경험이 있어서 하는 말입니다. 해외서 대학 석사하고, 자체수입이 없고 내 공부 한다고 집안원조 받는 걸 싫어하다 보니 결국 한국 돌아와서 취업하려고 했는데, 해외파 이런 거 요즘 개나소나 많은 게 실정이죠. 저 아는 형님은 박사과정 풀테크인데도 교수직 하려니 학계가 드럽기 그지 없어서, 연구원 취직하자니 젊은 애 석사들이 이미 다 하고 있고, 40 넘어 특허청 산하단체에 변변찮게 들어가곤 하는데.. 상식적으로 비싼돈 들여 해외서 공부하고, 나름 성과 잘 냈던 사람이 한국 와서 아무런 일이나 하겠어요? 물론 밥벌어먹고 살려면, 당장 일하는 게 중요하죠. 저라도 취직 못한 상태라면 부모돈 안 뜯고 살기 위해 최소 생계형 알바는 하고 살 듯 합니다. 무직이고 싶진 않아요. (물론 지금은 그냥그런 회사에서 일하고 살고 있습니다.)
저는 4년제 대학 나온 사람들이 대체로 비슷한 사고방식을 할 거라 생각합니다. 근미래의 상황을 보자고요. 다들 큰 꿈은 그리면서 살죠. 이런 직장 가지고, 이런 사람이랑 결혼하고, 집 얻고, 애 놓고 단란한 가정을 이루며 사는.... 그걸 그리고, 계산하다 보면 어느새 내가 몇년째 취준생, 고시생이더라도 못놓게 됩니다. 왜냐? 이미 뒤돌아갈 수 없을만치 시간이 흘렀고, 우회하자니 현실이 그러하니까요. 차라리 사회 잣같은 구조에다 일침을 가하는 게 가장 현실적일 겁니다. 본인 마인드가 케세라세라라면 당장 업소 유흥업 뛰어도 월 1,000 이상은 땡깁니다. 이것 또한 현실적인가요? 저도 제가 그래왔듯이 한 길만 생각하지 말고 여러 플랜을 짜고 순차적으로 하라는 조언을 늘 합니다만, 요즘 애들 얘기 들어보면 더 뭐라 말을 못하겠더라고요.
2016.09.25 23:44
Egg/
우선 중요한 전제. 구직자의 경제적 여유가 되면 제 글은 현실적이지 않은 조언이 맞아요. 과거 투자한 시간이나 비용을 고려해서 좀 더 준비하는게 훨씬 더 나은 일 맞습니다. 그러나 이 글은 애시당초 그런 사람들을 전제로 둔 얘기가 아닌지라.
서비스 유통업(마트나 매장)쪽에 있는 여성들보면 전문대졸, 대졸자이지만 결혼-출산으로 경력단절된 여성이 제2의 직장으로 잡는 경우도 수두룩합니다. 모패스트푸드 업체에선 매장 매니저 공채로 대졸자를 뽑기도 하고요. 정규직인데 매니저라고 데스크에서 관리만하는게 아니라 알바생들하고 똑같이 햄버거만들고 감자튀기는 것에 페이퍼워크 추가된겁니다. 사회적 인식은 둘째치고 성매매 같은 범죄행위로 연결될 수 있고 유흥업(업소 등)에서 일을 하는 것과 생산직이나 서비스 유통업을 같은 맥락에서 다루는건 그저 님이 가진 직업에 대한 편견이나 시각을 보여주는 것 뿐입니다. 당장 님이 드는 얘시만해도 대학 석사, 박사과정 풀테크, 비싼 돈 들인 해외공부......이런 예시만 있잖아요. 전 그보다 훨씬 현실적인 얘기를 하고있는거에요. 세상엔 유학석박사테크나 인서울대학 스카이뿐만 아니라 서울이외에 위치한 대학들도 있고, 전문대도 많습니다. 인서울이건 지방이건 4년제를 나왔다해도 변변찮은 토익점수나 자격증이 없는 사람들 역시 수두룩 빽빽이고요.
아니, 이렇게 얘기하면 스카이 아닌 대학은 또 무슨죄랍니까. 스카이나 인서울, 석박사 나왔다해도 먹고살길 없고 일할 곳 없으면 용역끼고 산업단지에 취직해서 물건 만들거나 마트에서 진열하고 물건 팔아야죠. 좀 더 확장해볼까요? 대기업에서 팀장하고 차장하고 중소기업에서 사장하고 몇십억짜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이러다가 정리해고 당하거나 사업망해도 '내가 과거에 뭘 했으니 지금 아무일이나 할 수 없다'라고 할 수 있을까요?
경제적 여유가있다면 그럴수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마트에서 청소를 하거나 아파트에서 경비라도 서야합니다. 그게 현실이에요. 과거에 뭘 준비했고 뭘했고........이런게 중요한게 아니라 그냥 당장 다음달 나갈 카드값이나 대출금 얘길 하고 있는거라고요. 와닿고 자시고의 문제가 아니라요. 그런의미에서 전 애시당초 "하기싫다"같은건 고려하지 않았어요. 저 역시 제가 하는 일이 하고싶었던 일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생활을 유지하고 가정을 꾸리기 위해선 돈이 필요합니다. 돈도 돈이지만 답도 없고 취직도 안되는 상태에서 혼자 내안으로 파고들거나 푸념해봐야 현실이 바뀌진 않습니다. 사회구조에 일침을 가하면 내일 취업이 되요? 그런건 일을 하고있건 안하고있건 언제라도 할 수 있는거에요. 네티즌이 넷에 글쓰는 행위에 정치적 의미가 없거나 취업시장 개선 문제와 상관없다는건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당장 다음달 내 통장 상황에 보탬이 되는 행위는 아니지요.
대학에서 자기 전공을 뭘 했다고 그거 붙잡고 앉아있는게 효율적입니까? 현실적으로 버틸 수 있는 충분한 경제적 여건이 마련되어있다면 가치가 있고 도전해볼 여유가있겠지요. 그러나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과거에 투자한거 아깝다고 거기에 계속 투자하는건 몰락의 지름길입니다.
그리고 이 글은 전공이나 투자비용 붙잡고 있는 사람을 비난하는 취지에서 쓴 글이 아니에요. 단지 현실을 얘기해주는 글일 뿐이죠.
2016.09.26 03:16
2016.09.26 11:39
2016.09.26 08:37
제가 취업할때까지만해도 2~3년 정도의 애매한 시기는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넘어갈 수 있었는데, 요즘은 그마저도 안되나보군요.
대졸자가 뛰어들만한 육체노동(?)은 서비스업 밖에 없죠. 생산직은 4년제 대졸자는 안 뽑습니다. 그래서 4년제 나오고 다시 2년제를 가는 경우도 있더군요.
2016.09.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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