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8년작. 런닝타임 104분. 장르는 SF 호러 + 틴에이지물이구요. 스포일러는 없게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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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정말 세기말 분위기 낭낭에 대놓고 스크림 워너비 포스터. ㅋㅋㅋㅋㅋ)



 - 오하이오 어딘가의 시골 마을입니다. 주민들이 몽땅 지역 고등학교 미식축구부 시합 보는 재미로 사는 그런 동네죠.

 그 곳의 미식 축구부 코치가 갑자기 의문의 습격을 당하고는 어딘가 좀 이상해져서 한밤중에 교장을 덮치구요. 뭔가 선생들이 집단으로 어색해지는 가운데 이 학교 공인 찐따 겸 샌드백 소년 케이시가 가장 먼저 낌새를 눈치 채요. 외계인이 우리 학교를 점령하고 있어!! 그러고는 얼떨결에 함께 휘말려 순수한 타의로 결성된 파티원들과 함께 학교를 지키고 나라를 바로 세우고 지구를 지키기 위한 하찮은 투쟁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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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를 지키는 시골 청소년들. 향후 헐리웃도 지킬 줄 알았으나 그게...)



 - 간단히 말해서 고전 SF 버전 스크림입니다. 고전 SF 설정 몇 개를 조합한 상황에 빠진 틴에이저들이 메타성 드립을 쳐가며 살짝 웃기고 대체로 살벌한 생존 투쟁을 벌이는 이야기에요. 심지어 해박한 고전 SF 지식으로 정보 설명 역을 맡은 캐릭터까지 나와요. ㅋㅋ

 다만 틴에이저들의 틴에이저스런 드라마가 꽤 비중 있게 다뤄진다는 점이 다르겠네요. 맨날 두들겨 맞는 너드, 인기와 특별 대접 따위 신물이 나 자아 찾기를 시도하는 쿼터백, 좋은 머리와 외모를 막 써서 약이나 팔고 다니는 자진 루저에 대인 관계에 신물이 나서 본인이 레즈비언이라고 뻥을 치고 사는 학생에다가 갓 전학 와서 아무 것도 몰라요 모드로 이들에게 엮여 버린 학생... 등이 나와서 우리가 그간 수백번 이상을 간접 체험한 '미국 고등학교' 문화에서 소외된 약자 혹은 아웃사이더들의 한을 토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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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지도로 학생들을 압살했던 선생 군단. 파이퍼 로리에 샐마 헤이액, 그리고 티 천!!!)



 - 감독이 무려 로베르토 로드리게즈지만 존재감은 전혀 없는 게 '전 고용 감독입니다' 라는 느낌이에요. 연출이 구린 건 없는데 거의 완벽하게 무색무취랄까. 그러면서 '내가 이 영화의 주인이다!!!' 라고 존재감을 과시하는 건 케빈 윌리엄슨. 이 시절 짧고 굵게 존재감을 드러냈던 그 분이십니다. '지난 여름~'과 스크림 1, 2까지 내놓은 후 이 영화가 나왔으니 승승장구 와중에 내놓은 작품이었네요. 

 암튼 영화 생김새가 그렇습니다. 도입부의 교장 선생 습격 장면 같은 건 걍 대놓고 '스크림'이구요. 이후에 메타 SF 호러로 나가는 방식도 마찬가지. 대박 쳤던 아이디어 재활용으로 한 건 더 해보세!! 라는 의도가 팍팍 노골적으로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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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엔 이런 게 신선하고 센스 있고 젊어 보이고 그랬죠. ㅋㅋ 화면 멈추며 캐릭터 소개라니!!! 오오 이것이 엠티비 스타일인가!!)



 -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이 영화가 SF계의 스크림이 되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게 너무나 당연해요. SF 호러에는 '슬래셔 무비'처럼 공통되는 공식 같은 게 없잖아요. 그래서 이 영화는 결국 '신체 강탈자의 침입'과 '괴물' 이렇게 꼴랑 두 편을 끌어와서 짜깁기하는 방향으로 갑니다. 그런데 그 짜깁기 또한 많이 평범하고 특별한 아이디어 같은 게 보이질 않습니다. 특히 '괴물'을 끌어오는 부분이 그렇죠. 애초에 동료들끼리 의심하는 장면은 '신체강탈자...' 에도 있잖아요? 그런 상황에다가 '괴물'의 유명한 테스트 장면을 결합한 것 뿐입니다. 나중에 게다리로 걸어다니는 머리통 한 번 보여주고요.

 덧붙여서 '신체강탈자...' 쪽으로 봐도 좀 모자랍니다. 걍 신체강탈 외계인이 등장할 뿐 그 수단과 방법, 효과(?) 등이 모두 다르고 이 영화에서 택한 설정은 걍 넘나 무난한 크리쳐물 분위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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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프로도화 되기 전의 일라이저 우드는 참 잘 생겼습니다.)



 - 또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미국 고딩 사회 아웃사이더들의 소외감이라는 영화의 갸륵한 주제 역시 그렇게 잘 표현되지 않습니다. 그러한 설정의 캐릭터들이 우루루 나오긴 하는데, 외계인 때려 잡느라 바빠서 그게 중심 드라마로 펼쳐지질 않아요. 어쩌다보니 주인공들이 그런 애들이었네? 수준이구요. 

 결말도 좀 그래요. 다들 과하게 좋게 해결되고 각자 보상(?)을 받게 되는데 그 보상이란 게 이 주제에 맞나 싶은 거죠. 현실은 그대로인 채 그냥 다 인싸가 되는 해피엔딩이라니 이건 뭐 아메리칸 스쿨 드림도 아니고(...) 차라리 외계인 보스님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서드 임팩트라도 일으키는 게 나았을 듯.

 하긴 생각해보면 애초에 케빈 윌리엄슨의 특기는 유희였지 드라마가 아니었죠. 그래도 이 영화 같은 소재를 다룰 거면 조금은 더 진중한 드라마가 있었어야 했지 않나 싶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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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특별히 나쁜 영화는 아니면서 전반적으로 좀 아쉽습니다.)



 - 하지만 그렇다고 이게 재미 없는 영화인 건 또 아닙니다. ㅋㅋ

 일단 대체로 훈훈한 분위기가 좋아요. 미소년 시절 일라이저 우드, 바보 같은 머리모양을 하고도 잘생김을 팡팡 쏟아내는 조쉬 하트넷에 반항아 특화 비주얼 클레어 듀발도 좋구요. 팜케 얀센답지 않은 촌티 캐릭터도 나름 재밌고... 또 비주얼 뿐만 아니라 캐릭터들이 다 둥글둥글 귀엽고 호감이 갑니다.

 계속 설정 게으르다고 깠지만 호러 장면들 자체는 준수하고, 이야기도 매끈하게 잘 굴러가구요. 양아치 고딩이 만든 사제 유사 마약으로 지구를 지킨다는 식의 싱거운 그 시절 유머도 나름 귀엽고 좋습니다. 마지막의 그 좀 어색한 해피 엔딩도 뭐, 제가 남의 일이라 이러는 거지 그 동네 실제 아싸 고딩들 입장에선 씐나고 통쾌한 엔딩일 수 있었겠죠.

 한 마디로 킬링타임용 팝콘 무비로 나쁘지 않아요. 최소한 '많이' 나쁘진 않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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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을 빼앗기면 갑자기 원래 하고팠는데 못 하던 일을 막 저지른다는 설정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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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더 파 봤음 재밌어졌을 것 같았는데 걍 팜케 얀센 변신으로 끝나버려서 아쉽고 좋았습니다.)



 - 간단히 결론 내자면 이렇습니다.

 '신체강탈자의 침입'으로 미쿡 고딩 사회를 풍자 해보려 했으나 썩 잘 해내진 못했구요.

 메타 이야기로서나 청소년 성장물로서나 뭐 하나 특별히 잘 해냈다 싶은 부분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부분부분 괜찮은 부분들, 재밌는 장면들이 적지 않은 편이고 풋풋한 비주얼의 젊은 배우들 흐뭇하게 보고 있노라면 어쨌거나 시간은 잘 갑니다.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시간 때우기 좋은 코믹 + 호러 + 틴에이저 무비다... 같은 게 땡기시면 기대 푹 낮추고 볼만해요.

 끝.



 + 샐마 헤이액은 감독과 친분으로 나온 걸까요. 역할이 하도 하찮아서 좀 놀랐습니다.

 그리고 어셔가 나왔더라구요? ㅋㅋㅋㅋㅋ 처음 봤을 땐 전혀 몰랐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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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eah!!!!!)



 ++ 첫 관람은 개봉 당시였는데 본 장소가... 군대였습니다. 으하하(...)

 한 두 달에 한 번 개봉중(혹은 막 간판 내린) 영화를 부대 강당에서 틀어줬거든요. 이거랑 식스센스를 본 기억이 납니다. 스콜세지의 '비상근무'도 봤고... 또 뭐가 있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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