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온지 얼마 안 된 넷플릭스 오리지널이구요. 편당 30분 조금 안 되는 에피소드 여섯개로 끝입니다. 스포일러 없게 적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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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패가. ㅋㅋㅋㅋㅋㅋ)



 - 산드라 오는 펨브로크 대학의 영문학과 교수입니다. 그리고 방금 전에 과 역사상 첫 여성 학과장이 되었죠. 학과장을 가리키는 말이 제목의 '더 체어'구요.

 온통 백인 노인들 뿐, 그리고 그나마도 대부분이 남성인 미쿡 대학에서 동양계 여성인 내가 해냈다 해냈어!!! 라는 기쁨도 잠시. 학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늙고 인기 없는 교수들 등 떠밀어 내보내기' 같은 난감한 미션을 하달하구요. 그걸 어떻게든 둥글게 둥글게 해결해 보려고 치열하게 잔머리를 굴리는 가운데 입양한 어린 딸래미와 썸 타던 동료 교수를 비롯한 주변의 모든 인간들이 하나씩 사고를 쳐대기 시작합니다. 물론 그 와중에 본인도 큰 실수를 저지르겠고. 이렇게 1화에서 시작된 일이 씐나게 씐나게 구르는 스노우볼이 되어 점점 커지고, 그걸 수습하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아시안 싱글맘의 모습을 180분간 보여주는 시트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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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분 정도 이렇게 행복하다가 이후 내내 내리막길로 신나게 달리는 김지윤씨. 심지어 그 내리막은 자갈밭!)



 - 편당 30분 이내라는 짧은 런닝타임도 그렇고, 이야기의 톤도 그렇고 분명히 시트콤입니다. 시트콤인 게 맞는데...

 그렇게 가볍지가 않습니다. 사실은 그냥 무겁고 어두워요.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를 편하게 하기 위한 시트콤 토핑 드라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주인공 캐릭터만 봐도 빤히 보이잖아요. 여성, 동양인, 미혼 싱글맘이라는 조건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차별과 고생과 개무시를 극중 상황에 맞춰서 다 보여주는 게 작품의 진짜 주제이자 목적이 아닌가 싶죠. 심지어 결말도 그래요. 시트콤이라는 성격에 맞게 톤을 조절해서 보여주긴 하는데, 해피 엔딩이라기엔 영 부족한 결말이구요.

 그러니까 그냥 편하게, 즐겁게 볼 수 있는 시리즈는 아니라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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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감 만땅의 무시무시 빌런들. 알고 보면 나쁘지 않아서 더 나빠요. ㅋㅋ)



 - 캐릭터들이 되게 현실성이 있어요. 주인공과 썸 타는 나치(...) 교수랑 주인공 딸래미는 좀 예외입니다만. 그 외의 거의 모든 캐릭터들이 현실적으로 상당히 납득이 가는데, 문제는 주인공 가족을 제외한 거의 모든 인간들이 주인공 입장에선 빌런이라는 거죠. ㅋㅋ 특히 그 대학 교수들은 진짜 대단합니다. 특별한 악의는 없지만 시대 따라가는 걸 시원하게 포기해 버린 늙은 양반들이 수 틀리면 어떻게 되는가.... 에 대한 캐릭터 탐구 같은 느낌. 일부러 그 사람들을 악마화하는 것도 아니고, 인간적인 면도 다 보여주면서 그냥 태생적인 한계로 인해 (주인공 입장에선) 악행을 저지르는 식으로 묘사가 되는데, 이게 시트콤이었기에 망정이지 웃음기 싹 빼버렸으면 장르를 스릴러로 바꿔도 훌륭했겠다 싶더군요. 그리고 또 갑갑한 거죠. 걍 무찌르면 될 악당이 아니라 갸들도 그냥 우리 곁에 흔한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식으로 묘사가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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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와중에 홀러 젼혀 흔하지도 평범하지도 않고 제 곁에도 없는 캐릭터 하나)



 - 근데 어쨌거나 중요한 건... 이건 시트콤이잖아요. 그리고 우리가 괜찮은 시트콤에서 기대할만한 웃음을 충분히 제공해 줍니다.

 온통 다 징글징글한 인간들만 굴러다니는 이야기지만 그 양반들도 적절히 희화화돼서 다 웃기구요. 딸이나 썸남처럼 그냥 작정하고 웃겨주는 캐릭터들도 상당히 재밌구요. '미국에서 동양인 여성으로 교수 생활하면 정말로 저럴 것 같아'라는 느낌이 들도록 현실 디테일을 알뜰하게 잘 챙기면서 그걸 소재로 페이소스 묻어나게 웃기는 것도 정말 잘 합니다. 어찌보면 너무 도식적이다 싶을 정도로 현실 반영적이고 시사적인 메시지들이 직설적으로 매 화마다 계속 튀어나오는데도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고, 또 마지막의 그 말로 풀어서 설명하면 참 구질구질한 결말을 역시 수긍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건 이게 시트콤으로서 꽤 재밌는 작품이기 때문이겠죠. 그렇잖아요. '하이킥' 같은 것도 그렇고 웃고 즐기다 보면 어느샌가 다 그냥 납득하고 좋아하게 되는 게 잘 만든 시트콤의 힘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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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어린이에겐 유능하고 따뜻합니다)



 -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건 이게 너무 짧다는 거였습니다.

 시즌 2를 원한다! 는 얘기는 아니구요. 결말은 그 자체로 완결성 있게 잘 끝냈어요. (물론 더 이어가려면 또 얼마든지 이어갈 수 있게 끝내기도 했구요)

 그냥 에피소드 갯수가 모자라단 느낌이었습니다. 어차피 편당 30분도 안 되는 거, 이거 두 배 정도로 불려서 각 캐릭터들을 좀 더 깊이 파고, 관계성도 좀 더 상세하게 묘사해줬음 더 좋았을 텐데요. 뒤를 더 이어가든 말든 그냥 애초에 기획 자체가 너무 짧은 분량으로 되어 있더라는 느낌. 진짜 그냥 좀 긴 영화 한 편 본 기분인데, 충분히 더 길게 풀어낼 수 있었을 것 같고 그랬음 더 좋았을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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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소드 여섯개는 정말 너무하잖습니까? 편당 한 시간이라면 모를까...)



 - 결론적으로 재밌게 봤습니다. 

 사랑스럽게 웃기는 캐릭터와 징글징글하게 웃기는 캐릭터들이 다 생생하게 살아서 움직이구요.

 사회적 약자들 이야기를 너무 압축해서 보여주면서도 경직되고 교조적인 느낌을 잘 피해가며 메시지를 풀어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산드라 오를 비롯해서 배우들 캐스팅도 적절하고 다들 연기도 참 잘 해낸 것 같구요.

 시리즈라고 부담스러워하실 필요 없이 시트콤처럼 짧게 짧게 끊어서 볼 수 있는 조금 긴 영화. 라고 생각하고 보시면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끝내는 것도 가능합니다. ㅋ

 그리고 우리가 무슨 민족입니까. 이렇게 국뽕... 은 아니지만 암튼 한국 전통 문화와 한국어가 난무하는 드라마는 봐줘야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하하.




 + 바로 위에서 말 했듯이 주인공이 한국계이고 그래서 한국인 커뮤니티나 한국 사람들 전통, 생활 습관 같은 게 자꾸 튀어나오는데 그게 굉장히 자연스러워서 놀랐습니다. 배우님들 연기는 조금 어색하긴 한데 대사나 장면들은 되게 자연스러워요. 특히 돌잔치 장면은 정말 그냥 한국인들이 준비해서 찍었다고 해도 믿을 듯.



 ++ 그러니까 여기서 주인공 썸남이신 분이 '소름'의 그 변태 싸이코 아저씨 배우랑 형제란 말이죠? ㅋㅋ 닮았더군요. 근데 형이 좀 더 변태 싸이코 같...

 그 외에도 학장으로 나온 데이빗 모스도 반가웠어요. 전 이 양반을 '12몽키즈'로 처음 접해서 이후로 30년 가까이 빌런 같은 이미지를 품고 있는데, 여기서도 나름 빌런 역할이었네요.

 그리고 이름을 안 밝히는 게 좋을 것 같은 그분. ㅋㅋㅋ 자기 자신의 또 다른 버전을 연기하는데 재밌더라구요. 이런 연기가 잘 어울리는 듯 해요.



 +++ 사람들이 가장 예뻐하는 캐릭터인 '주주' 역할을 맡은 배우의 국적이 궁금해서 검색해봤는데 일단 그냥 미국인이구요. 부모도 모두 미국 국적이라네요. 다만 배우의 성이 필리핀쪽에서 주로 쓰는 성이라는 걸 보면 그쪽 혈통을 이어받은 것 같습니다. 요즘 자꾸 멕시코 드라마, 영화를 봐서 그런가 별 이유 없이 멕시코쪽인가...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ㅋㅋ



 ++++ 이런 드라마가 만약에 1990년대에 나왔다면 산드라 오는 한국에서 위인전이 나올 정도의 유명 & 인기인이 되었겠죠. 쟈니 윤은 물론 플레이보이 누드 모델까지도 국민 스타가 되던 게 그 시절이잖아요. 하하.



 +++++ 요즘 드라마답게, 주인공이든 동료든 빌런이든 암튼 여성 캐릭터는 옳습니다. 이 작품에서도 그렇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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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령, 인종 배분까지 완벽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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