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입니다. 에피소드 12개로 엔딩이고 편당 시간은 35분 정도? 스포일러는 피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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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령씨 얼굴에 포토샵을 좀 과하게 먹이셔서 첨 보는 순간 이런 캐릭터가 있었나... 했습니다;)



 - 가상의 한국입니다. 수상할 정도로 민주당과 닮은 집권 여당, 국힘당과 닮은 야당이 힘을 겨루고 있는 나라죠. 현정권은 대략 말기인데, 문체부 장관이 코로나로 인한 온라인 화상 회의 후 카메라가 꺼진 줄 알고 반려견과의 은밀한 사생활을 생중계하는 바람에 땜빵 장관을 임명해야할 상황이 되고. 대충 당리당략 따져서 젊은 시절 '80년대 김연아'로 인기를 끌었다는 사격 금메달 리스트 김성령을 끌어다가 그 자리에 앉혀 놓네요.


 전에 국힘당(은 아니지만 암튼 그거 닮은 당) 쪽에서 마스코트격으로 공천 받아 국회의원 생활을 한 경력이 있지만 마스코트만 하다 끝나서 정치 감각은 모자라고. 게다가 어차피 단기 땜빵 자리라 윗선에서도 늘 '뭐 대충 뭔가 열심히 하는 척만 하다 내려오렴' 이라는 식으로 쩌리 취급이고. 본인도 참 의욕이 안 생기지만 그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더 힘 빠지는 상황. 하지만 어쨌든 쇼는 계속되어야 하고, 공무원들이 빡세게 구르는 가운데 우리 장관님은 쩌리에 쩌리에 쩌리 취급을 받다가 갑작스레 선수 시절 승부 근성을 발동해서 일을 키우기 시작하시구요. 근데 그렇게 뭔가 한 건 제대로 해 내려는 순간에 난데 없이 장관의 남편이 납치를 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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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납치당하신 그 분. 전 이제 어어부의 음악을 진지하게 들을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



 - 웨이브 컨텐츠 목록에서 제목을 보고 피식. 하며 들여다봤다가 관뒀었는데. 듀게에서 몇 차례 좋은 평을 보고 또 결정적으로 감독이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의 윤성호 감독이라는 걸 알고 보기로 결심한... 지 사실 벌써 몇 주 됐습니다. 보기 시작한 건 그 몇 주 전인데, 이상하게 첫 화를 못 넘기겠더라구요. 제가 그냥 그 당시에 집중이 안 된 건지 1화 서두가 산만했던 건진 모르겠지만 암튼 그 첫 화를, 40분도 안 되는 걸 이틀동안 시도하다 실패한 후 몇 주를 접어둔 거죠. 그러다 어제 '한 번만 더 시도해서 일단 1화는 넘갸보고 나서 결정하자!'는 각오로 1화를 넘기고 나니... 갑자기 발동이 걸려서 하루만에 다 봤습니다. 


 결론은 보길 잘 했어요. 맘에 드네요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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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령 옆에 계신 저 캐릭터는 아마도... 심상정 흉내를 낸 거겠죠. ㅋㅋㅋ 그래서 그런지 짧게나마 여당 사람 먹이는 대사도 있습니다.)



 - 요즘 한국 컨텐츠 중엔 시트콤이 잘 안 나오잖아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정치 풍자를 테마로 삼는 작품도 그렇게 흔하게 잘 안 나오죠. 그래서 일단 장르와 소재만으로도 저는 가산점을 듬뿍 준 채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보고 나니...

 

 일단 정치 풍자 쪽으로 봤을 때는 제 기준 '이 정도면 준수하네'였어요. 뭐 이건 보는 분들 기대에 따라 달라지겠습니다만.

 우선 이 시리즈의 풍자는 딱히 정파를 가리지 않고 다 웃음거리로 삼는 쪽입니다. 다만 타겟은 여당과 1야당으로 한정되구요. 그리고 아무래도 1야당이 좀 더 까여요. 극중에서 양측을 다루는 태도는 꽤 공평한(?) 편이지만 전광훈을 모델로 한 캐릭터가 등장해서 나름 비중을 상당히 점유하기 때문에 결국 1야당 쪽이 좀 더... 아. 그런데 사실상 최종 빌런 역할의 캐릭터는 또 여당 성향의 인물이긴 하네요. 나름 밸런스를 맞춘 것인가!!


 현실 세계에서 벌어진 특정 이슈를 찝어서 풍자한다기 보단 대체로 '평소의 대한민국 정치권 전반의 생태'를 풍자하며 디테일로 실제 사건들을 살짝살짝 끼워 넣는 방식입니다. 그렇다보니 풍자가 그렇게 막 날이 서 있지는 않아요.


 그리고 콕 찝어 '정치권' 말고도 나름 중요한 이슈들을 이야기에 열심히 녹여 넣은 편입니다. 언론들의 맹목적 이슈 추종이라든가. 체육계에 만연한 폭행 & 성폭행 이슈라든가. 음지의 연예인 지망생들 처우 문제라든가. 남북 문제라든가... 각계 각층의 다양한 인물들을 우루루 등장시켜서 열심히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냈는데, 보는 동안에는 그냥 자연스럽게, 별 거 아닌 듯이 보고 말았지만 다 보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거 다 엮어서 이야기 만드느라 꽤 고생했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창작의 고통!! 나름 군상극!!!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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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신입들 이상하지 않니?'의 샘플 정도의 롤을 맡고 계신 분. 전 그냥 즐거웠습니다. 저희 신입 아니니까요?)



 - 그렇게 정치 풍자를 전면에 내세우는 이야기지만 사실 이야기의 핵심이자 본체는 그거랑 좀 결이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결국 남들에게 무시당하면서도 본인 맡은 일에 열중하는 선량한 사람들이 세상 풍파를 헤쳐나가는 이야기에요. 


 김성령의 주인공 캐릭터부터 그렇습니다. 스포츠 국민 스타에 국회 의원도 한 번 하고 장관 자리까지 꿰어찬 사람이지만 '어쩌다 그렇게' 됐을 뿐 실제 정치권 선수들에겐 개무시 당하는 인물이죠. 또 실제로 그렇게 무시를 당하는 게 이해가 갈 만큼 정치 쪽으론 완전 서툰 꼬꼬마 뉴비이고 어설픈 곳 투성이구요.

 그리고 김성령의 편에서 도움을 주는 선량한 인물들 역시 대체로 그렇습니다. 뭐 현실에서야 문체부 대변인에, 장차관 바로 아랫급인 무슨 실장에... 이러면 나름 끗발 날리는 사람들이겠지만 이 이야기 안에서는 청와대나 국회의원들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늘 하찮게 여겨지는 '일개 공무원'으로 그려져요.

 또 이야기가 중반을 넘기면 이제 상대적 아랫사람 정도가 아니라 진짜 사회적 루저들도 나오구요. 이 가운데 몇몇은 아무리 시트콤이라고 해도 도저히 용납이 어려운 짓까지 저지르고 그럽니다만, 그래도 이 시트콤은 그들에게 기본적으로 따뜻하고 관대한 시선을 시종일관 유지합니다.


 그리고 이들 중 거의 대부분이 시트콤의 신의 관대한 은총을 받아 마지막엔 나름 희망적이고 따뜻한 결말을 맞아요. 솔직히 좀 말이 안 되긴 하는데, 어차피 전 시트콤을 본 거니까요. 이대로 시간이 멈춰 버리는 것보단 낫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며 받아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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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계각층' 중 한 파트를 맡고 계신 분들. 특히 여자분 연기가 괜찮았어요. 캐릭터도 좋았구요.)



 - 그러니까 말하자면 굉장히 나이브한 이야기에요. 근데 이런 나이브함을 그냥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 '우리 편' 캐릭터들의 매력 덕분이었습니다.

 그냥 제 기준 굉장히 윤성호 캐릭터스럽다... 고 할 수 있겠는데요. 그냥 보면 허우대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이 보다보면 다 뭔가 어색하고 뻘하면서 구질구질한 구석이 넘치는 거죠. 그리고 그 어색하고 뻘함이 되게 귀여워요. 특히 이 작품에선 '우리 편' 사람들이 대체로 선량하고 성실한 캐릭터들로 설정이 되어 있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특히 전 그 실장님 캐릭터가 너무 좋았습니다. 일생 모토가 '복지부동'일 법한 캐릭터로 늘 부담스런 일은 피하려 하고 눈에 안 띄게 숨어서 살고 싶어하지만 자꾸만 상황이 꼬여서 부담스러운 일을 떠맡게 되고, 사람들 주목을 받게 되면서 극한의 스트레스를 받는 아저씨인데요. 그토록 하기 싫어 나 이거 안 할래 이건 내 일 아냐... 라고 투덜거리고 괴로워하면서도 '튀기 싫다'는 이유로 결국 주어진 일은 다 합니다. 심지어 잘 해요. ㅋㅋㅋ 그리고 그러면서 언뜻언뜻 선량한 생각을 내비치기도 하는데. 그냥 구경하기도 재밌을 뿐더러 대변인님과 콤비로 주고 받는 대화들이 참 재밌고 듣기 좋아서 보는 내내 더 나와라~ 더 나와라~~ 하고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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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두 분이십니다. 남자분이 실장님, 여자분이 대변인님. 둘 다 너무 좋았어요.)



 분량은 그리 크지 않으면서도 계속 중대한 사건들에 결정적으로 엮이는 브이로그 담당 직원도 맘에 들었습니다. 어떻게보면 이 캐릭터야말로 가장 옛날 윤성호스런 캐릭터인데요. 늘 뚱~ 한 표정으로 뭔 생각인지 알 수 없는 상태를 유지하는 가운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대형 사고를 저지르고 다녀요. 사실 뭐 특별한 디테일이랄 게 없는 기능성 캐릭터인데, 그냥 그 뚱함 자체가 이상하게 웃기고 귀엽더라구요. ㅋㅋ


 그리고 당연히 주인공 김성령의 캐릭터도 좋구요. 사실 이게 되게 사기 캐릭터거든요. 그 외모에 그 경력에 정치 잘 모른다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엔 확실하게 승부수 던지며 불리한 상황을 역전시키는 게 일상이구요. 근데 거기에 윤성호식 어수룩함이 들어가고, 그게 또 김성령이란 배우 특성에 딱 맞아서 되게 자연스럽고 좋았습니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의 인연으로 다시 나온 것 같은데. 배우 본인에게도 윤성호에게도 서로 좋은 일이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제1 야당의 야심찬 여성 의원으로 나오는 배해선이 있습니다. 출연작 중에 무려 이나영, 조승우의 '후아유'가 있는 걸 보면 연기 경력이 아주 오래된 분인데 왜 전 지금까지 몰랐을까요. 당차고 똑똑하며 야무진 간지 빌런 역할로 나오시는데 시종일관 폼도 나고 매력적이고 좋았어요. 이 시트콤이 대박이 나서 더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마도 그럴 일은 없...으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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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량하지 않음에도 나름 긍정적으로 묘사된 거의 유일한 인물. 제1 야당 국회의원님이십니다.)



 - 뭐 그렇게 훌륭하기만 한 작품은 아닙니다.

 중반 넘어서 후반 들어가면, 그러면서 납치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부분부터 페이스가 좀 떨어져요. 또 그 부분에선 새로운 캐릭터들이 몇 추가되면서 분량 지분을 차지하는데 그간 이미 정든 문체부 사람들이나 더 보고 싶은 맘이 들어서 별로 정이 안 가기도 했구요.


 그리고 냉정하게 '정치 풍자극'이라는 기준에서 볼 때 아무래도 이야기가 너무 나이브하게 흘러가는 감이 있습니다. 뭐 장르가 시트콤이란 걸 감안해서 개연성 좀 떨어지는 부분들은 그러려니 할 수 있는데, 그래도 막판까지 가니 이야기가 너무 사람이 좋단 생각은 계속 들더라구요. ㅋㅋ


 기술적인 부분이지만 워낙 수다쟁이들이 많이 나오는 작품인데 웨이브 특성상 자막이 제공되지 않아서 짜증나는 상황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건 다 됐고 사실 이 작품의 가장 큰 단점은...



 플랫폼이죠. 이게 웨이브가 아니라 넷플릭스에 올라왔으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보셨을 거고 저처럼 좋아하는 분들도 훨씬 많았을 거고. 어쩌면 시즌 2도 기대해 볼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아니 웨이브를 비난하려는 건 당연히 아니구요. 웨이브가 돈 안 대줬음 나오지도 못했을 작품인데 거길 욕하면 안되죠. 고맙습니다 웨이브! ㅋㅋ 

 그냥 개인적인 아쉬움이에요. 자막도 나오는 넷플릭스! 화질도 나은 넷플릭스!! 보는 사람 많아서 시즌 2 확률도 조금이라도 더 높은 넷플릭스!!!! 아깝네요.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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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관님의 남자들. 저 두 분 다 멀쩡하게 생겨서 캐릭터도 웃기고 둘이 합도 잘 맞아서 좋았습니다. ㅋㅋ)



 - 대충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본격 정치 풍자 개그물을 찾기 힘든 대한민국에서 단비와 같은 시트콤이다... 라는 데 가장 큰 의의를 두겠습니다.

 날카롭게 날이 서 있다고 평하긴 힘들고, 특별히 깊이가 있거나 그런 것도 아니지만 그냥 존재 자체가 반가워서 일단 가산점 주고요.

 윤성호 감독 특유의 뻘하고 어색하고 그냥 좀 곤란한 느낌의 개그를 좋아하신다면 이것도 좋아하실 거에요.

 하지만 이게 나름 취향 타는 스타일이라서, 관심이 가신다면 대략 2화 정도 보신 후에 마저 볼지 말지 결정하시면 됩니다. 2화까지 별로면 끝까지 재미 없을 거에요. ㅋㅋ

 암튼 저는 재밌게 봤다는 거. 그래서 추천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는 거. 와 수원 사투리다

 끝입니다.




 + 이야기 시작 부분에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나와요. 그리고 극중에서 시간이 흐른 걸로 처리되면서 '이 드라마는 코로나가 1년 뒤에 대략 해결됐다고 치고 전개됩니다'라는 설명 자막이 나옵니다. 그래도 어쨌거나 코로나를 제대로 언급한 (제게는) 첫 드라마/영화였네요. 



 ++ 박희본이 특별 출연으로 목소리만 잠깐 나온 모양입니다. 보는 내내 모르다가 마지막화 스탭롤 올라가는 거 보고 알았어요. 김성령 다시 만난 것도 좋고 박희본이 이렇게라도 참여한 것도 좋고 다 좋은데, 우리 혁권 더 그레이트님은 왜 다시 안 나오셨으려나요. 



 +++ 사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압도적인 연기를 보여주신 분은 김성령 남편 역할의 백현진씨입니다. 캐릭터를 너무 잘 소화해서 종종 살인 충동이... (쿨럭;) 웃기는 건, 조선일보에서 이 시트콤 관련 기사를 내면서 타이틀을 이렇게 뽑았더라구요. [이 남자의 ‘무능한 586’ 연기가 놀랍다] ㅋㅋㅋㅋㅋ 이 분들 넘나 맑고 투명하게 속보이심요. 왜 전광훈 mk.2 맡으신 분 언급은 안 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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