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보니 요 며칠간 연달아 올리는 영화들이 대부분 2018 아니면 2019년 작품들인데 이번엔 2018입니다. ㅋㅋ 런닝타임은 깔끔하게 딱 두 시간. 장르는 사극 중에서도 궁중 암투극 정도? 스포일러는 없겠지만 어차피 실화 기반이니 세계사 관심 많으신 분들에겐 그게 별 의미도 없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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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은 듯 하면서 뭔가 미묘하게 퀄리티가 좀 부실한 느낌도 들고. 애매한 포스터네요.)



 - 때는 18세기 벽두의 영국. 앤 여왕 치하입니다. 세계사 지식이 제로 가까운 인간이라 검색을 좀 해 봤더니 대략 1710년~1711년 정도 까지의 이야기인 듯 싶구요. 근데 뭐 자세한 건 스킵합니다. 제가 몰라서 더 얘기할 게 없어요. ㅋㅋ

 암튼 앤 여왕은 이런저런 개인사의 비극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질병을 달고 살아요. 다행히도 절친한 친구이자 비밀 연인 사라 처칠에게 의존해 그럭저럭 달래며 버텨가고 있구요. 사라 처칠은 야심이 있는 여자라 앤 여왕을 아끼고 돌보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걸 얻어내기 위해 여왕을 조종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 인물이네요. 

 그리고 그 때 아비게일이 나타납니다. 원래 귀족 가문이었으나 몰락하여 완전 밑바닥 인생까지 떨어진 이 처자는 신분 상승을 위해 뭐든 저지를 각오가 되어 있고 또 빠른 눈치와 나름 명석한 머리도 갖고 있네요. 그랬던 아비게일은 일단 사라의 눈에 들어 한 단계 등업을 마친 후, 더 큰 성공을 위해 앤 여왕을 노리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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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부터 애비게일, 앤 여왕, 사라 처칠. 여배우 덕후분들을 위한 성찬이라 하겠습니다. ㅋㅋ)



 - 음. 일단 분명히 해두고 넘어갈 것.

 전 사극을 싫어합니다. 그냥 취향이에요. 귀신이라도 나오지 않으면 사극은 잘 안 봐요. 특히나 실제 사건과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건 더더욱.

 또한 역사에 대해 대단히 무지합니다. 중 고딩 때 세계사 시간에 배운 건 다 어디로 가 버렸는지 아주 텅 빈 저장고를 갖고 있어요.

 그런 고로 전 이 영화를 보고 뭐라뭐라 리뷰를 하기엔 매우 하자가 많은 사람이라는 거. 그래서 괴상한 뻘소리를 해도 좀 너그러이... (쿨럭;;)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보게된 건 디즈니 플러스 + 듀게 추천 + 감독 때문입니다. '킬링 디어'를 상당히 제 취향에 맞는다고 생각하며 즐겁게 봤거든요. 그렇게 괴상한 영화를 만든 사람이라면 요런 사극도 충분히 괴상하게 만들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품고 봤지요. 그리고... 뭐 절반 이상은 기대에 부응했던 것 같습니다. 나름 여러모로 괴상한 구석이 돋보이는 사극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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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의미한 화보짤 투척.)



 - 그러니까 일단 시각적으로 괴상합니다. 아니 뭐 궁궐 풍경은 참 예뻐요. 아주 호사스럽고 폼나게. 을씨년스러우면서도 을씨년스런 간지가 퐁퐁 샘솟는 느낌으로 되게 잘 꾸며놨고 그걸 또 아주 잘 찍어놨습니다. 사극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특히 유럽 사극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되게 맘에 드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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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쁘고 디테일 넘치는 궁궐 풍경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근데... 역시 괴상해요. 

 일단 거의 유례가 없지 않나 싶을 정도로 격한 광각 렌즈를 써서 영화를 찍어 놨습니다. 보통은 무슨 감시 카메라 시점이라든가, 정신 나간 주인공의 1인칭 시점이라든가... 이런 상황에서나 짧게 쓰이고 말 법한 초광각 렌즈로 영화를 시작부터 끝까지 찍어 놓았고 그래서 걸핏하면 이런 그림이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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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하야 드라마가 펼쳐지는 배경을 최대한 프레임 안으로 욱여 넣음으로써 궁궐의 호사스러움도 보여주고. 또 동시에 주변부 왜곡으로 인해 뭔가 비틀어지고 잘못된 느낌. 동시에 인물들이 이 곳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꾸준히 전달해주더군요. 

 아니 뭐 비슷한 의도로 촬영된 영화나 영화 속 장면들은 이미 참 많은데. 그걸 이렇게 극단적인 방식으로 구현하다니 역시 이 감독님의 변태력은 제 취향이 맞는 것 같다... 는 생각을 하며 얼른 '랍스터'를 봐야겠다고 생각했구요.


 또 한 가지는, 괴이할 정도로 로우 앵글에 집착합니다. 뭐 아예 극단적 각도로 비추는 장면은 별로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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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물 클로즈업 장면마다 최소 이 정도. 보통은 좀 더 낮은 시점에서 사람 얼굴을 잡아댑니다. 근데 이 각도가 사람 얼굴 참 안 예쁘게 잡히는 각도잖아요. ㅋㅋ 딱히 해당 인물의 위엄, 권력 같은 걸 드러내는 장면이 아닌데도 꾸준히 낮은 시점에 집착하니 이것도 분명한 의도가 있는 거였을 텐데. 뭐 잘 모르겠습니다. 인물들 모습을 멀쩡하지 않게 잡아서 관객들의 거리 두기를 의도했을 수도 있겠고 아닐 수도 있겠지만 확실한 건 이 역시 이 영화의 영문 모를 괴상한 분위기에 확실히 일조를 한다는 겁니다.



 - 그렇게 촬영 측면에서 괴상하게 분위기를 잡는 가운데 이젠 또 남자 캐릭터들 취급의 괴상함이 있습니다.

 이 영화의 남자 캐릭터들은 대략 이런 느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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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느낌인 것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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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과도하게 화려하게 꾸며서 피식 웃음이 나오는 모양새를 한... 바보들입니다.

 아니 사실 모두 바보인 건 아닌데요. 대체로 여성 캐릭터들 대비 좀 멍청해 보이면서 과도한 꾸밈으로 그런 느낌이 극대화 돼요.


 하지만 뭐 괜찮습니다. 왜냐면 이 영화에서 남자 캐릭터들의 비중은 정말 한 없이 하찮고 작거든요.

 그나마 멀쩡한 모습으로 그려지는 건 사라의 남편, 존 처칠 아저씨 정도인데 이 양반은 나오는 장면이 얼마 안 되고. 나머진 다 저 상태에요. ㅋㅋㅋ


 반면에 여성 캐릭터들은 그 화려한 옷차림에도 불구하고 얼굴엔 최소한의 화장만 하고 나오더군요. 시작부터 끝까지 그러한데, 당연히 의도적인 성역할 역전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여왕과 여자 귀족과 여자 천민이 벌이는 생존 투쟁 이야기인지라. 거기에만 완전히 집중하고 남자 캐릭터들은 일부러 더 하찮게 표현한 것 같았어요.



 - 그리고 그런 가운데... 이야기 자체는 의외로 평범하게 멀쩡합니다. 뭐 궁중 암투극이니 '평범'도 '멀쩡'도 좀 어색한 표현이겠습니다만. 적어도 궁중 암투극으로서는 그냥 평범해요. 앤 여왕도 사라 처칠도 애비게일도, 짧게 요약하면 특별할 건 없는 캐릭터들이고 이들이 영화 내내 벌이는 일들도 그 자체로는 그렇게까지 튀는 구석은 없습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굉장히 전형적인 스토리 라인이라고 느꼈어요.


 다만 그 전형적인 스토리 속의 전형적인 캐릭터들이 대단히 좋습니다. 일단 캐릭터 셋이 모두 참 알기 쉽게 선명한 캐릭터들을 나눠 맡고 있어서 좋더라구요. 애정 결핍의 권력자 - 차갑지만 동시에 우아하고 신념이 있는 야심가 - 신분 상승 욕망에 불타는 도전자. 뭐 대충 이렇게 정리되는 캐릭터들 성격과 관계 설정이 심플하면서도 잘 짜여진 느낌이었구요. 크게 중요하지 않은 장면들 속에서 세세하게 스쳐 지나가는 디테일로 캐릭터들의 성격과 관계를 보강해서 표현해주는 센스들도 좋았고... 


 결정적으로 캐스팅이 환상적이고 연기들이 참 좋습니다. 세 배우 모두 생김새부터 역할에 어울리는 느낌을 잘 캐스팅 되었구요. 또 다들 재밌고 뭔가 파 볼만한 구석들이 있는 캐릭터들을 만난 덕인지 되게 즐겁게 연기한다(?)는 기운이 전해질 정도로 에너지들이 넘쳐요. 그렇게 셋 다 만족스런 연기를 선보이는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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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갑은 이 분. 올리비아 콜먼이었습니다. 워낙 캐릭터가 극단적이어서 더 유리한(?) 면도 있지만요. 그걸 이만큼 살려내는 건 그냥 능력이겠죠.



 - 결말도 맘에 들었습니다. 하필 제가 본 이 감독님 영화가 '킬링 디어' 하나 뿐이라서, 거기에 비하면 놀라울 정도로 정석적이고 멀쩡한 마무리였습니다만.

 영화를 지배하는 괴상한 이미지와 분위기들의 향연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는 되게 정통 멜로에 가까운 스토리라서요. 그 정도가 최선이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어차피 역사적 인물들 이야기이니 다른 결말을 파 보는 게 애시당초 봉쇄되어 있기도 했구요. ㅋㅋㅋ


 엔딩을 보고 나선 나름 여운이 남아서 실제 인물들의 후일담들을 찾아봤어요. 그랬더니... 음. 그 정도면 충분히 해피엔딩이다 싶어서 맘이 편해지더군요.

 어차피 영화 속 인물들과 실제 인물들은 전혀 다른 존재들이라는 건 아는데요, 그냥 그랬습니다 저는. ㅋㅋㅋ



 - 그래서 정리하자면...

 제 기대에 비추어봤을 때 의외로 매우 정상적인 궁중 사극이자 정상적인 멜로드라마였습니다.

 하지만 촬영 기법과 남녀 캐릭터 표현 방식 덕에 제가 원했던 괴상하고 어색함은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으니 괜찮았구요.

 실제로 중심을 이루고 있는 셋의 사랑과 싸움. 그리고 비극적 멜로드라마는 충분히 고퀄이어서 제 취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봤습니다.

 더군다나 좋은 배우들이 나와서 이렇게 과도할 정도로 폼나게 차려 입고 과도할 정도로 보기 좋은 배경에서 과도할 정도로 좋은 연기를 보여주니 딱히 어디 불평할 구석은 없었네요.

 재밌게 잘 봤습니다. 하지만 란티모스님은 다음엔 다시 한 번 괴상한 호러 한 번 부탁드립...




 + 위와 같이 적어 놓고 감독님 차기작 정보를 검색해보니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SF 로맨스라네요. 음... 좀 애매한데? 라고 생각하고 캐스팅을 보니 마가렛 퀄리, 엠마 스톤, 윌렘 데포에 마크 러팔로가 나오고 제가 최근에 좀 연달아 접해서 이름을 기억하게 된 크리스토퍼 애봇도 나오고요. 음. 결국 보게될 듯;



 ++ 디즈니 플러스 영화 시리즈 게시물은 이걸로 당분간 끝입니다. 사실 이 영화들 다 토, 일 주말에 걸쳐 봤는데 이깟 글이 뭐라고 깨작깨작 적는데 3일이 걸렸네요. ㅋㅋㅋ 이제 다시 넷플릭스, 올레티비, 웨이브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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