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퇴합니다.

2008.03.10 08:46

페리체 조회 수:11545 추천:17

그냥 참고 넘어가려고 생각도 해보았는데, 너무 불쾌하고 수치스러운데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어리다는 것이 잘못을 저지르는 하나의 이유가 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 잘못의 무게가 덜해지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어리면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상처줘도 되는 건가요? 상처받는 사람들은 어쩝니까. 그 사람들은 무슨 죄가 있어서 그런 걸 참아줘야 하나요.

얼마 전에 개블에서 몇 분이 모여 새벽 시간대에 어느 어린 분의 성상담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경험이 적은 젊은 남자라면 가질 수 있는 의문이었고, 그런 얘기를 오픈해서 하는 것에 저는 찬성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성심성의껏 답변에 응했습니다. 같이 상담에 응해주시던 분들도 마찬가지였구요. 상담 끝 무렵에 상담을 청한 그 분이 고맙다면서, 다음에도 의문 거리가 생기면 여쭤보겠다 그랬고 의례적인 인사로 받아들이고 대화를 끝냈습니다.

그 며칠 후에 상담 관련해서 개블에 좀 오셨으면 좋겠다는 쪽지를 받았습니다. 제가 쪽지 자체를 늦게 보기도 했고 좀 바쁜 시기라서 그냥 넘겼어요. 그리고 또 그 며칠 후에, 이번엔 긴 상담 내용을 담은 쪽지를 받았습니다. 굉장히 아연한 내용이었어요. 좀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어린 사람이 잘 몰라서 그러려니 하고 그냥 넘어갔습니다. 그러나 바빠서 답변은 미루어졌지요. 그 며칠 후에 답변을 재촉하는 쪽지가 왔습니다. 역시 바빠서 넘겼어요. 그렇지만 마음에 걸려서, 어제 바쁜 일이 정리된 김에 답변을 적은 쪽지를 보냈고 고맙다며 다음에도 상담을 청하겠다는 쪽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직후, 최초에 개블리에서 같이 상담을 들어주었던 분과 대화를 나누다가 그 어린 분이 심지어 저에게 쪽지를 보내기 이전에 같은 내용으로 다른 분들과 상담을 마쳤고 답변을 모두 들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저와 대화를 한 분에 따르면 3월 1일에 그 분의 상담을 들었다는데 제게 그 분이 쪽지를 보낸 날짜는 3월 4일, 재촉쪽지를 보낸 날짜는 3월 7일입니다.)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어요. 이미 답을 들은 내용을, 상담이라는 이름으로 굳이 제게 쪽지를 보내 재차 물어보고, 답이 없자 다시 재촉 쪽지까지 보내는 건 도대체 무슨 의도인지 알 수가 없더군요. 상담쪽지에는 바쁘고 곤란하면 천천히 얘기해주셔도 된다면서, 며칠만에 재촉쪽지를 보낸 것도 이해가 안 갔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 쪽지 내용이 문제였습니다. 무엇이었냐고요. 딜도 사용법과, 여자의 가슴을 애무하는 법을 가르쳐달라는 것, 그 외 몇 가지 더 있었습니다만 마지막으로 개인적 저의 경험도 말해줄 수 있으면 부탁한다는 내용까지 덧붙여져 있더군요. 첫째로 이런 것들이 정말 궁금하면 성상담 사이트도 있고, 구글링과 네이버만 이용해도 어느 정도 궁금증은 해소될 것들입니다. 제가 이런 것들에 전문적으로 종사하고 있는 성상담원도 아니고요. 둘째로, 어째서 이미 답변을 들은 내용을 저에게 재차 상담하고 재촉해야 하는 거죠? 이것이 성상담을 빙자한 성희롱이 아니면 뭘까요? 선의로 민감한 내용의 상담에 응해줬다고 해서, 제가 어째서 이런 무례한 짓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까. 호기심 넘치는 어린 남자애가 잘 몰라서 이런 무례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그렇게 제가 허허 웃으며 넘어가줘야 합니까. 저는 이 사실을 알고 그래도 딴에는 어려운 질문이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성실하게 답변해준 제 자신이 너무 수치스럽고 소름이 끼쳤습니다. 제 개인적 경험을 알아서 뭐하려구요. 여자친구 가슴 애무하는 법? 둘이 대화 많이 한다면서, 여자친구에게 물어보면 되죠. 순진하게 얼마나 궁금하고 어려웠으면 나한테까지 이렇게 질문을 했을까하고 생각한 제가 바보같고 너무 속이 상해서 눈물이 났습니다. 너무 분하고 억울해서 컴퓨터 앞에서 울었어요. 그 질문을 한 사람과는 말도 섞고 싶지 않고, 게시판에서 아이디 보는 것조차 소름이 끼칩니다.

이런 민감한 얘기를 게시판에 공개적으로 한다는 게 썩 좋은 일이 아닌 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분하고 속이 상해도 그냥 참고 넘어가려고도 해봤고요. 어린 사람이 한 실수인데, 제가 나이에 맞지 않게 과민하고 속이 좁아서 이런 일에 이렇게 크게 상처를 받는다는 핀잔을 들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정말 충격을 받았고, 수치감을 견딜 수가 없고, 지금도 몸이 부들부들 떨립니다. 성은 장난이 아니고, 조심해야할 것인데, 어리고 잘 모른다는 이유로 타인에게 저의 성관념을 노리개거리로 줘도 아무 말 못해야한다니, 저는 정말 견딜 수가 없어요. 무엇보다 제가 이렇게 충격을 받고 상처를 받았는데, 왜 관대히 참고 넘어가야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이런 이유로 탈퇴합니다. 그리고 록키호러님, 저는 님이 절대로 모르고 그런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상담하시면서도 계속 할 거 다 해봤고, 대화도 많이 한다고 계속 강조하셨죠. 무슨 의도로 그러시는지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만, 끊임없이 자기가 잘 몰라서 실수한다, 잘못했다 말로만 그러면서 이런 행동 하시는 거 위선적이고 보기 싫습니다. 사람의 선의를 악용하면서 자기 만족감 채우는 짓, 이제 좀 그만두시기 바랍니다. 어린 나이부터 좋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좋게 넘어가고 덮으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미리 말씀드립니다. 백번 양보해서 아무리 그것이 실수고 - 저는 실수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 나쁜 의도가 없었다고 생각이 되어도, 함부로 말하고 행동한 것에 상처입은 사람이 있으면 그건 잘못된 행동입니다. 저더러 침묵하라고 하신다면 저는 제가 받은 상처를 안은 채 그것을 홀로 삭여야한다는 얘기가 됩니다. 저는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기엔 너무 마음이 상했어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5441 여성의류 쇼핑몰 피팅모델 열전 - 마음에 드는 분 뽑기 콘테스트. 방상씨 2008.09.17 13514
145440 연예인 x파일 2탄 익명 2008.09.19 13177
145439 나르샤 정변.jpg 슈퍼픽스 2009.11.09 13167
145438 아이폰녀? 애플걸? 암튼 두번째 영상이네요. 스님머리에똑딱핀 2010.03.23 13000
145437 김아중 사진 유출 관련.. 주안 2009.02.20 12980
145436 [공지] 2007년 듀게 영화상 DJUNA 2007.12.18 12901
145435 한의학은 사기다??!!! 공돌이 2006.10.17 12886
145434 [신년호] 眞 최종 결과물, 그리고 숨은 이야기들 - 부제: 이번엔 칼라다! 루이와 오귀스트 2009.12.28 12637
145433 노충량이 누구죠? 9 2006.09.11 12508
145432 이회창의 굴욕, 번번이 퇴짜 [190] sargent 2008.06.04 12499
145431 2007년 제2회 듀게 영화상 시상식 [2] san francisco 2008.01.09 12479
145430 애니메이션 '그남자그여자'의 26화 엔딩이 어땠나요? 레벨9 2009.07.27 12338
145429 [공지] 까뮈님이 강퇴조치되었습니다. DJUNA 2006.03.22 11833
145428 [신고] 도야지님의 게시판 예절에 대해서 blue303 2006.12.06 11761
145427 티파니 영어발음 지적 사건(!)에 관하여. (자동재생 영상 포함) [26] Az 2008.05.23 11685
145426 듀나 게시판을 방문하는 중요한 이유 blank 2004.12.01 11670
145425 한국어 발음, 제대로 하시나요? 빠삐용 2010.05.31 11632
» 탈퇴합니다. 페리체 2008.03.10 11545
145423 천박한 요부? 순진무구한 아티스트? - 팝아티스트 낸시랭 [1] 미카엘 2005.05.16 11386
145422 작가한테 글을 도용당했다는 블로거가 있네요 자몽 2009.10.03 1137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