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 관련하여 짧게.

2010.11.02 09:51

오뚜기 조회 수:1651

서울은 전면 금지 되었고,

그 이전 경기도는 인권조례를 발표하여 더 큰 이슈화에 성공했죠.

경기도 내 모든 학교는 인권조례(법에 준하는 구속력)에 따라 교칙을 수정했습니다.


일단 더 나은 교육을 꿈꿨던 사람과 집단들이 오랫동안 주장해 왔던 일이고, 

옳은 방향이고, 막을 수 없는 흐름일 것입니다.


일선에서의 혼란은 피할 수 없겠으나,

그동안 체벌을 통한 통제에 길들여져 있던 조직과 사람들이 겪는 당황일테죠.


언론은 '엄석대를 어찌 하오리까' 라는 자극적 제목으로 낚시를 던지고 있는데...


폭력적인 학생이 체벌로 길들여진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구사하고 있는 것이죠.

 경험상 폭력을 당하는 사람은 내재적으로 더욱 폭력적이 됩니다.


학생들의 오해는 체벌 금지가 책임과 규칙으로부터의 자유, 라고 착각하는 것인데요..

이건 그렇지 않습니다.

실상 모든 책임과 규칙으로부터 아이들을 자유롭게 하고,

순수한 자발성과 인간적 교감만으로 유지되는 조직은 그 이상 아름다울 수 없겠으나,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가능하지 않아 보입니다.

(규모를 더 작게, 실무진을 더 전문적으로 배치하고, 조직을 교육의 목적으로 재편해야..)


교사가 교육적으로 정당한 지시를 했을 때 학생들은 이를 따라야 합니다.

이런 구조는 변하지 않습니다.

단지 이를 거부하는 학생들에 대한 반인권적 처벌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이죠. (때리거나 기합)

제도적인 처벌이 주어진다는 겁니다.


사실 이 부분에 좀 더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교사들은 오래된 방식에 길들여져 있고, 그것은 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퇴학이 불가능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은 벌점제도를 그리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벌점 누적으로 일정 벌점 이상이면 예절교실, 또는 징계(봉사활동이죠)를 줄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이게 왜 두렵지 않냐면,

맞는 것보다 낫거든요. 

고등학생은 두렵습니다. 징계가 퇴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맞는 것보다 무섭습니다. 퇴학은.


제 생각에는 혼란기가 지나가고 제도가 정착이 되면 학생들은 예절교실이나 봉사활동, 학부모 소환, 징계절차, 성적이나 생활기록부 반영 등이 싫어서

지시를 따르는 수준으로 발전할 겁니다.

무서워서 말을 듣는 게 아니라, 내가 피해보는 게 싫고 짜증나서 지시를 따르는 거죠. 이 정도면 발전이라고 봅니다만.

일선 교사들에게 좀 냉정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오래된 방식은 교사들에게 학생의 위에 설 것을 주장합니다.

고로, 감히 교사에게, 대들거나 반항적이거나 대등한 것처럼 말을 걸거나 하는 것도 금기의 대상으로 처벌이 됐습니다만,

전 이제 그런 오래된 방식으로 좀 자유로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그들보다 나이가 많다고 그들보다 위에 있지 않다는 것.

우리는 아이들을 돕고 성장시키기 위한 전문성을 인정받아 이 자리에 있다는 것.

그 정도의 위치라는 것을 인정하고,

아이들의 일거수 일투족, 삶의 전반을 교사가 알고 통제해야 한다는 환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은 한 번도 가정방문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죠.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교감과 존중, 우정, 새로운 시대의 교사에게 필요한 건 그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또다시...

우리교육이 처한 현실과 현장에서 벌어질 혼란과 소란들을 생각하며 이런 저런 주장과 생각들이 떠오르지만, 기본적으로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짧은 글이 되기가, 애초에 쉽지 않았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07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62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541
114913 많은 일본인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는 뉴스 [25] 스벤 2010.11.02 5076
» 체벌 관련하여 짧게. [8] 오뚜기 2010.11.02 1651
114911 베네피트 아이브라우바 관심있으신 분들 [3] tandish 2010.11.02 2533
114910 아이폰 앱은 저작권이나 특허가 없나요? [2] 가라 2010.11.02 1620
114909 드라마 찍는 뽕구양 [4] DJUNA 2010.11.02 2486
114908 모르면 손발이 고생한다더니(ipod touch) [5] 무비스타 2010.11.02 1532
114907 당연하지 않은데 당연히 그래온 것. mad hatter 2010.11.02 1384
114906 듀게 곳곳에 숨어있는.. 자이언트 팬을 위한.. [13] 제주감귤 2010.11.02 1786
114905 본격 리버풀 승리 기원 기도 시작 [8] chobo 2010.11.02 1611
114904 듀9>시나리오작법에 관한 책 뭐가 좋을까요 [6] 유니스 2010.11.02 1437
114903 [펌] 2011롯데우승.jpg [11] 고독이 2010.11.02 3547
114902 가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님이 많이 아프신가 보네요 [22] 슈크림 2010.11.02 3977
114901 안상수, “박정희 빼고 이명박만큼 잘하는 대통령 못봐” [15] chobo 2010.11.02 2659
114900 배다해와 빽가 사귀네요 [8] jim 2010.11.02 4405
114899 [듀나인] 쓸만한 아이폰 4 용 앱? [5] mezq 2010.11.02 2209
114898 재주소년에 달빛요정.. [5] 형도. 2010.11.02 2472
114897 슈스케에 실용음악과나 음악학원 출신이 많다는걸 보니... 자본주의의돼지 2010.11.02 2041
114896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업종은 뭘까요? (어제 학교 글에 이어서...인가;) [2] 양산 2010.11.02 1516
114895 개신교 교단에서 은행을 설립한답니다. [36] amenic 2010.11.02 3270
114894 혹시 지난 토요일 ebs 세계의명화 "하인" 끝까지 보신 분 계신가요? [4] ozza 2010.11.02 129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