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의 옷을 만나는 일에 대하여

2014.03.02 19:42

물휴지 조회 수:3143

며칠 전 처음으로 정장다운 정장을 사러 백화점에 갔어요. 원피스나 자켓 같은 건 있었지만 면접 때 입을만 한 빡센(?) 검은 정장은 없었거든요.

세뱃돈 받은 걸 안 쓰고 모아놔서 자금 사정도 넉넉하길래 띠어리며 타임, CK같은 평소에 동경하던 브랜드들부터 들어가봤죠. 띠어리를 가장 기대했고, 개중 가장 나았지만 핏이 딱 맞지 않는 느낌에 소재에 비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몇달 전 띠어리에서 몇백만 원 하는 100% 캐시미어 코트를 걸쳐봤을 때와 같은 감탄은 안 나오더라구요.

눈을 낮춰 옆에 있는 조금 낮은 급(...) 백화점에 가서 들어가본 첫 매장에서 운명의 정장을 만났어요. 자켓-블라우스-스커트를 입어봤는데, 블라우스 가슴 부분에 똑딱이 단추 하나 단 거 빼고는 어디 한 군데 수선할 필요 없이 완벽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같이간 지인분도 고급 백화점(;;;)에서는 시큰둥하다가 이 옷을 보고 감탄. 옆에 있던 점원은 언제나와 같이 서비스 감탄. 집에 와서 막상 입어보면 좀 이상한 옷이 있는데 이건 집에 와서 입어도 오늘 면접 보러 갈 때 입어도 괜찮더군요ㅎㅎ 블라우스도 너무 하늘하늘하거나 장식이 있거나 하지 않고 제가 바라는 기본 셔츠형. 

가격도 띠어리의 1/5 수준이었어요... 사실 제가 사무직도 아니고 면접 아니면 입을 일도 별로 없는 이런 빡센 정장을 외쿡 브랜드에서 기백만원 주고 산다는 것 자체가 좀 웃긴 일이었다는 생각도 들구요-.-ㅋㅋ 집에 와서 택에 적혀있는 상세 사이즈를 확인해보니 권장 키, 허리둘레, 엉덩이둘레가 현재 제 사이즈와 똑같더라구요. 꼭 비싸다고 나한테 잘 맞는 건 아니구나. 아 역시 나는 저렴한 국내형 체형이구나-.-;; 새삼 깨달으면서 만족스런 쇼핑을 마쳤다는 싱거운 이야기입니다.


백화점 상품권을 만원짜리 주길래 그걸로 백화점 카페에서 커피까지 마시고 깔끔한 기분으로 나왔다는 훈훈한 후일담까지 덧붙이며, 좋은 저녁 보내세요.





ps. 남은 돈으로 좀 비싼 가방을 하나 살까 했는데 전철에서 막 치이면서 다니면 고급진 가방이 너무 빨리 상할 것 같아 못 사겠어요. 가방도 저렴한걸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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