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어제 있었던 일인데, 저에겐 특이한 경험이라; 근데 마침 어제오늘 듀게에서 동성애 관련 논쟁이 있어서 좀 두렵네요ㅠ

블로그에서 퍼온거라 반말입니다.. 죄송..)

 

밴쿠버 다운타운의 중심지 중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Robson & Burrard St.
그 사거리 모퉁이에는 HMV라는 큰 음반매장이 있는데 
이 매장 밖에는 한 시큐리티 아저씨 한 명이 항상 얼쩡?대고 있다.
(복장은 시큐리틴데 대체 어디 시큐리티인지 애매모호하게 근처를 배회하기 때문에 얼쩡대고 있다는 표현을; 아마도 HMV 시큐리티 같다.)

우리가 이 아저씨를 처음 인식하고 만난건
전에 남편씨와 이 곳을 지나가다 HMV 매장 유리 광고판에 소니게임기 광고포스터가 걸려있는 걸 보고
남편씨가 자세히 보겠다며 그 앞으로 다가갔을 때였다.
그 근처에서 서성이던, 어디 소속인지는 모르겠으나 시큐리티 복장을 하고 있는 한 아저씨가
우리에게 다가와서 그 게임기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난 그것에 전혀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컨트롤러 맨 위에 달린 주황색 동그란게 국기봉같이 생겼네 웃기다 생각하며 남편씨와 그 아저씨 중간에 서 있는데
그 아저씨 말투와 몸짓과 분위기가..
어랏! 게이같.. 눈이 반짝반짝 빛나며 내 남편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리고 중간에 있는 난.. 이 아저씨 안중에도 없다ㅠㅠ.(!!!)
(사실 남편씨가 귀에 피어싱도 10개나 했고 뭔가.. 뭔가.. 게이로 오해받는 경우가 있어도 어색하지 않다.. 응??)
암튼 이 아저씨는 계속 내 남편씨와 얘기하려고 하는데 남편씨도 사태파악을 좀 하고서 대충 대화를 마무리하고 우린 그 곳을 떳다.
 
그 후로 그 곳을 지나다닐 때마다 그 아저씨를 보면 난 남편씨를 붙잡고 서둘러 지나가곤 했다.

그리고 어제.
남편씨와 와플먹으러 가기로 하고 집을 나서 HMV 앞을 지나고 있었다.
이번엔 매장 유리 광고판에 새로 나올 여러 영화DVD 광고포스터가 있었다.
남편씨는 좋아하는 영화 Scott Pilgrim VS. the World 포스터를 보고 우와~ 하며 앞으로 달려갔다.
(아래 쪽엔 Shaun of the Dead 포스터가 있었음)
난 그 시큐리티 아저씨를 주시하고 있었는데 역시 바로 남편씨 곁으로 다가왔다.

아저씨 : 블라블라~ 너 션 오브 더 대드 봤니? 블라블라~
남편씨 : 끄덕
나 : 절래절래

아저씨 : (내 눈을 똑바로 보고) 난 지금 '그(남편씨)'한테 얘기한거거든? 
나 : (?!?! 멍~)

아저씨. 나도 아저씨가 남편씨를 보며 션 오브 더 대드 봤냐고 물어본거 알아요.
하지만 아저씨랑 남편씨 중간에 제가 바로 있었는데 난 반응도 못하나요!! 엉엉
내 눈을 그렇게 똑바로 보면서까지 그렇게 말할 필요까진 없잖아요 엉엉

난.. 게이 아저씨의 말 한마디와 눈빛에 상처 받았다. ㅠㅠ
이런 느낌은 전에 경험해 본 게 아니라 뭔지 잘 파악은 안되지만..
어쨌든 기분 나빠!! 뭐여 나한테 한 질문이 아니었어도 고개도 못 끄덕이나!! 흥~
내 남편씨가 그렇게 아저씨의 타입이오? 쳇;;;;

이 기분 나쁜 것은
아저씨가 여자인 내가 아닌 내 남편씨에게 관심을 보여서 생긴 아저씨에 대한 질투냐,
아저씨가 여자인 내가 아닌 내 남편씨에게 관심을 보여서 생긴 남편씨에 대한 질투냐..
둘 단가?? (멍~)

아. 날씨 좋은날 남편씨와 좋아하는 카페가서 맛있는 거 먹으며 산책하고 기분좋게 돌아다니려 했는데
출발부터 아저씨가 나에게 정신적 충격을 주다니!! 아저씨 나빠!!
담부턴 HMV 앞에서 가던 길을 멈추는 일은 없을 것이야. 절대..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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