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마다 나름의 문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레테야 워낙 과시적인 곳이니까 실상 거기 회원 중에 챙길 거 다 챙겨가며 결혼 하는 사람이 몇 퍼센트나 되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글 쓰는 사람은 그 비슷하게라도 따라가는 사람들이겠죠. 나머지는 아휴 왜들 그래 이러면서 필요한 것만 찾아보고 빠질 거고. 

그래도 듀게 분들은 결혼식을 좀 다르게 해보려는 생각, 허례허식은 좀 빼고 알차게 하려는 생각 하셨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 예단, 혼수 이런 거 간소화 하고, 비용 모아서 신혼 살림 장만하는데 모아 쓴다거나, 형편 되는대로 줄여서 하신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요.

그런 경험담들 좀 모아보면 어떨까요?

그 왜 레테 같은데서 남들은 이렇게 한다더라 이런 말만 듣고 다 그러는 줄 알게 되기 전에, 그렇지 않은 커플도 많다는 이야기들이 나오면 좋을 것 같지 않습니까?

아까 어떤 분이 쓰셨다 지운 글에 달린 댓글에도 한 회원 분이(닉네임은 기억을 못 합니다만) 아무 것도 안 하고 금반지 커플링 하나 했다고 하셨던 것을 얼핏 보았습니다.


저는 뭐 결혼 할 일도 없고

주변의 결혼도 아직 한번밖에 경험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소위 '일반적인' 결혼 풍경이 어떻게 되는지는 잘 모릅니다.

바로 가까이에서 지켜본 한 건의 케이스가 아주 상위 5%급으로 일반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더더욱 잘 모릅니다. 


저희 언니네 결혼식의 경우는 이랬습니다. 

예단 예물은 커녕 결혼 반지조차 사귈 때 맞춘 커플링도 못 끼는데 뭐 굳이 이러고 안 했어요. 

스드메 패키지도 안 하고 드레스는 한복드레스 하나 사고, 당일 메이크업이랑 촬영만 지인들 부탁해서 하고. 식장은 학교 동문회관.

형부 회사에서 사택이 있어서; 집 문제가 얽혀있지 않아서 수월했던 점도 있기는 할 겁니다만 

기본적으로 간단하게 하자는 신부의 의지+신부가 좋다면 뭐든 좋다는 신랑의 도움+양가 부모님이 모두 보통 한국 기준으로는 엄청나게 쿨하신 분들이라 가능했던 듯. 

약간 듀게 스타일로 다른 사람들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더라'ㅅ'=3 이런 느낌으로 생각들 하시고. 

그래도 결혼하는데 축하 선물은 하나씩 해주고 싶다 해서 우리 부모님이 형부 양복 한벌 맞춰주고(형부는 그거 입고 식 올렸음), 

그쪽에서 언니한테 가방 하나 사주고. 근데 이 선물도 보통 예단 수준의 비싼 게 아니고, 일상적으로 자기네 아들, 딸한테 사줄 수 있는 수준(양복 40-50, 가방도 비슷한 수준).

이를테면 생일이니 별 건 없어도 케익은 하나 놓아야지 정도의 느낌으로. 

그래도 뭐 주변에서 누가 뭐라는 사람 하나 없었고, 지금 결혼해서 잘만 삽니다. 


물론 형부도 이 몇 번 전 프로포즈 관련 게시글에서 누가 댓글로 달아주신 것처럼 주변 남자 지인들한테 이런저런 말을 듣고선

저한테 뫄뫄가 괜찮다고 해도 프로포즈는 해야 나중에 잔소리 안 듣는다던데? 라고 슬쩍 물어보길래 

n년 사귄 형부도 알겠지만 우리 언니가 그럴 사람이요? 하고 말렸더니 납득하고 프로포즈도 생략. 

언니가 나중에라도 조금도 그거 가지고 서운타 소리 한 적은 없는 걸로 압니다. 

왜냐하면 결혼 후에 형부가 진짜 잘 하거든요. 

외벌이지만 조카 어릴 때 집안일 분담 잘 하고, 틈 나는대로 도와주고, 애랑 놀아주고, 언니가 아직 운전 못 할 때는 심지어 운전수 노릇도 다 했어요. 

같이 살면서 좋은 남편인데 사소한 이벤트 하나 안 했다고 마음에 남겨 두는 여자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흐흐. 


그리고 저는 결혼식을 못 할 가능성이 높지만(할 사람은 있는데 대체 왜!! ㅠㅠ)

할 수 있다면 이렇게 하고 싶습니다.

다니는 교회를 꽃으로 장식하고, 좋아하는 목사님 주례로 간단하게 식을 올리고

복식은 좀 깔끔한 드레스 스타일 평상복 정도. 헤어나 메이크업 정도만 미용실 가서 해도 되죠. 스스로 할 능력이 안 되니. 

사실 전통 혼례 스타일도 좀 고려 중입니다만, 전통 혼례는 남 녀의 역할이 분명한 편이라서 어떻게 변용해야 할지 그것이 고민이라. 

피로연은 교회 식당과 마당에 음식을 차려서 대접하는데 음식은 꼭 홍어와 돼지 수육과 잘 익은 김치의 삼합에 막걸리가 넉넉하게 있어야 하고. 

그래도 혼식이니 국수도 마련하고요. 나머지 음식은 적당히 되는대로. 탕 하나쯤 하고, 전이나, 생채 무침 같은 막걸리에 어울리는 걸로다가. 

식 후에는 모두가 함께 모여서 술과 음식을 나누며 축하를 받을 겁니다. 늦은 시간까지 아주 긴 피로연 자리를 마련하는 거죠. 

피로연 자리는 오픈되어 있어서 지나가는 누구나 와서 결혼을 축하하는 덕담 한마디면 술과 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나머지 집, 혼수(가구 가전 생필품 등속) 이런 거야 뭐 이미 마련되어 있는 다음에 식을 할 확률이 높으니 뭐 상관 없겠죠. 

이상 기존 헤테로 커플의 결혼 문화랑은 백만광년 떨어진 입장에서 한번 그려본 스케치입니다.

(참고로 아직 그분에게 컨펌 받지 못했음)


근데 확실히 동성 결혼이 허용되면, 지금의 결혼 문화도 많이 바뀌지 않을까요?

지금은 신랑의 역할, 신부의 역할이 굉장히 고정적으로 되어 있는데, 어차피 동성 커플은 그런 게 없으니까, 경계가 허물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디서 어떻게 하느냐, 부모님을 모실 수 있느냐 이런 게 문제지 사실 누가 집을 하고 혼수를 하고 예단을 어떻게 하고 이런 건 아무 상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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